루리'긴긴밤'(문학동네)
"나에게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나에게 이름을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가르쳐 준 것은 아버지들이었다. 나는 아버지들이 많았다. 나의 아버지들은 모두 이름이 있었다. 이야기는 나의 아버지들, 작은 알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던 치쿠와 윔보, 그리고 노든의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참 아프고 힘든 일이다. 나에게 가장 큰 힘든 죽음은 아버지의 죽음이었고, 친하게 지내왔던 미가 언니의 죽음이었다.
아버지는 병환 중이셔서 갑작스러운 헤어짐은 아니었기에 슬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흘러갔고,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내온 미가 언니의 죽음은 1년이라는 시간을 넘게 우울하게 했다.
비록 동물들 세계에서의 이야기이지만 인간사 못지않은 사랑하는 가족과 여정 중에 만나는 친구들의 죽음은 주인공 노든에게는 큰 아픔이고 상처였으리라.
그래서 자신의 삶을 복수라는 감정을 담고 살아가지만, 고아원 밖을 나가 자신의 세계로 가는 여정에서 만난 친구들로 인해 희생과 사랑의 감정을 배워가는 모습이다.
특히, 펭귄 알을 살리기 위한 모두의 희생은 우리네 어머니 같다. 부성애라는 감정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엄마의 자식에 대한 희생은 큰 바다 못지않다. 이 이야기에서는 어린 펭귄을 위한 많은 아버지들의 희생이 눈물겹다.
친구 코뿔소 앙가부나 알을 구해 부화하려고 애쓰는 치쿠나 윔부 모두 자신들을 희생해서 알을 끝까지 지켜낸다.
세상 밖으로 나온 노든의 목적은 자기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인간에 대한 복수심으로의 여정이지만 궁극에는 모든 것이 사랑과 희생으로 녹아내린다.
읽는 내내 많은 눈물을 쏟아냈다. 하나의 생명체를 잘 키우고 정체성을 일깨우는 어린 펭귄에 대한 코뿔소 노든의 희생이야말로 진정한 가르침과 사랑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일 것이다. 어린 펭귄은 그 힘으로 자신의 세계인 바다에 다다를 수 있었다.
삶은 고통과 고난의 연속이다. 역경을 이겨내는 힘은 '나'라는 존재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희생과 사랑이 자원이 되어 하나의 강한 자아를 만들고 끝끝내 희망을 찾아가게 된다.
우리 아이들도 어른들의 희생과 사랑으로 온전한 객체로서 모든 것을 이겨내고 자신을 완성해 가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더 넓은 세상으로 가. 네가 떠나는 건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괜찮을 거야. 우리가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세상에 있을 또 다른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