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섭 '초록 그늘 아래서'(책과 나무)
푸른 숲 속을 거닐다 보면 나무의 잎사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발끝에 스치는 이름 모를 풀꽃과 그것들이 내뿜는 은은한 향기가 마음에 위로가 된다. 자연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 충전제이다. 나 역시 나무와 풀꽃, 그 향기와 색을 사랑한다.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들꽃이 바람에 흔들릴 때, 그 소박한 아름다움에 마음이 머문다. 자연이 주는 위로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넓다. 초록이 주는 편안함은 일상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다.
그래서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공원들은 특별하다. 회색 빌딩 숲 사이, 작은 숲이 되어 사람들에게 쉼터를 내어준다. 도시의 소음도 잠시 잊고, 자연의 품에서 다시 에너지를 얻는다. 초록이 주는 그곳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마음의 안정을 채우는 사람들에게는 힐링 자체라 할 수 있다. 내가 가톨릭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봉은사를 종종 찾는 이유도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우리와 함께 공존하는 없어서는 안 될 숲을 이루는 곤충, 꽃과 나무, 새들의 이야기를 위트 있고, 지식적인 사례들을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근래에 읽은 책 중에서 너무 재미있으며, 작가가 지니고 있는 자연의 지식을 너무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은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듣는 듯이 구절구절 읽다 보면 신비롭고 흥미 있는 자연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나 또한 보고, 듣고, 냄새 맡는 것으로 그것들을 인지하고 좋다는 생각만 했지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와 관심을 불러올지 생각하지 못했다.
황규석 작가는 숲해설가이자 동화 작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숲과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과 통찰을 담았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숲의 나무, 풀, 곤충, 새 등 다채로운 생명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작가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숲해설가가 조용히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숲 속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대벌레의 위장술, 작은 새의 존재, 나무에 남은 흔적 등 우리가 평소 주목하지 않았던 숲의 섬세함이 작가의 따뜻한 언어로 그려진다. 단순한 생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의미, 그리고 자연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조곤조곤 전해준다.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는 자연의 생명체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숨어 있는 의미들이 바쁜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쉽게 건넨다. 저자는 자연을 단순한 관찰 대상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이자 친구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숲 속에서 만나는 작고 연약한 존재를 통해 우리 삶의 소중함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숲 그늘 아래 잠시 멈춰 서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 그 특별함을 이 책은 우리에게 선물한다.
숲과 자연, 그리고 인간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지를 차분하게 알려주는 이 책은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뿐 아니라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싶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