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만큼 광활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안에 담긴 의미도 참 크고 깊지. 사람의 마음으로는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그래서일까, 나는 바다가 참 좋아. 쪽빛으로 스며든 수면,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 때로는 두려울 만큼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까지. 그렇게 많은 얼굴을 가진 바다 앞에 서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아, 삶도 바다와 같구나.’
나에게 바다는 묵은 감정과 좋지 않은 기운들을 비워내고, 그 자리에 신선한 기운과 너그러움을 채워주는 따뜻한 친구야.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던 날, 숨조차 막힐 듯한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무작정 향했던 곳도 대천 앞바다였어. 그곳에서 위로받고, 비워내고, 다시 채울 수 있었지.
좋은 에너지로 서로를 채우고 싶을 때 남자친구와 찾았던 곳도 늘 바다였어. 서산의 밤바다에서 쏟아지듯 빛나던 별들을 바라보며, 우리 둘은 말없이 벅차오름을 나눴고. 진도 새방 낙조 인근의 펜션에서 내려다본 넓은 바다는, 말 그대로 ‘압도적이던 평온함’이었지. 두고두고 마음속에 남을 광경이었어.
해운대나 광안리처럼 유명한 바다도 좋지만, 내가 진짜 사랑하게 된 건 조용하고 잔잔한 일광 바닷가였어. 그곳의 고요함과 적막은 오히려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지. 혼자여도 외롭지 않았고, 되레 작은 바다가 나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기분이 들었어. 바다는 그렇게, 내 삶의 스승 같고 어른 같은 존재야.
살아가며 처음 자연의 경이로움에 눈물 흘렸던 적도, 미래가 막막하던 시절, 몸과 마음 구석구석까지 쌓여 있던 짐들이 조용히 빠져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던 때도 바다였어. 나는 바다를 사랑해. 그 푸르른 물빛, 바람, 밤하늘의 별, 그리고 등대가 전해주는 막연한 안정감까지도.
우린 다들 조용하고 평화로운 인생을 꿈꾸지만, 현실은 늘 그렇지만은 않잖아. 잔잔한 날도 있지만 뜻하지 않게 요동치는 날도 있고. 그렇게 넘어지고 다치며 우리는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지도 몰라. 바다 앞에 서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그래,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말없이 건네는 위로. 바다는 늘 그렇게 내 편이 되어줘.
그래서일까, 나는 바다를 끝까지 사랑하며 살아갈 거야. 내 삶의 많은 순간 옆에 있던 바다처럼, 앞으로도 바다는 내게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거니까.
*나도 바다의 존재처럼 너에게 편안하고, 네가 힘들 때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싶어. 나라는 존재만으로도 행복한 너이기를 바라는 오늘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