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의 책 이야기

샌드프 자우하르 '내가 알던 사람'(글항아리)

by 안현희 마리스텔라

작가는 현직 심장내과의이다. 책을 읽으면서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점은 직업으로서의 작가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문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작가는 은유나 묘사가 예술적이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처럼 직업이 작가가 아닌 사람들의 문체는 화려하고 묘사적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이론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대상으로 서술하다 보니 깊이 파고들어 핵심을 심도 있게 전달하는 기술이 남다르다. 알츠하이머, 노인성 치매에 관련된 도서나 연극을 통해 우리의 부모, 그리고 나아가서는 나를 돌이켜보게 된다. 나이를 채워가면서 간과할 수 없는 병이다.

​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앞서 걱정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어느 누구도 알츠하이머나 뇌질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에 닥치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상상을 해본다. 혹시 엄마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혹은 나에게 벌어진 일이라면. 정말이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이고,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 작가는 협심증에 의한 심장마비로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 아버지를 돌보며 돌아가실 때까지의 여정을 덤덤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 과정은 단순하거나 가볍지 않다. 3남매가 자식으로서 물질적, 시간적 돌봄을 이어가며 서로의 대립과 고뇌 그리고 과정에서의 고통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현실을 전하고 있으며 의학적 이론과 용어로 다소 가독성이 쉬운 책은 아니지만, 의학적 이론 등의 지식을 채울 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 작가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까지 덤덤하게 읽어 내려가다 그 과정의 고충과 작가 자신의 고통, 또한 그 과정을 힘들게 돌보는 자식들의 고충을 함께 느끼며 끝내는 내 아버지를 보내듯 마음의 통증과 함께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내게 벌어질 일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한 편으로는 나도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이 과정들이 남 일 같지만은 않았다.

​ 내가 가장 많은 생각을 하고 나 자신에 빗대어 상상하면서 한참을 멍하게 만들었던 장이 11장 '너희 엄마는 어디 계시니'이다. 과연 현재의 시점에서 어느 한 시절의 기억을 간직한다고 한들 지금 내가 어떠한 인지능력과 행동을 하는지 자각하고 있지 않는 삶이 과연 제대로 사는 삶일까 고민에 빠져들게 한다. 내가 지금 슬픈지, 기쁜지,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지 물리적인 힘을 가하고 있는지, 내가 지금 생리현상을 제대로 느끼고 처리하고 있는지를 전혀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면, 서럽도록 눈물이 난다.

​ 인간은 누구나가 기본 삶을 영위해 가는 방식은 비슷하다. 숨 쉬고, 먹고, 배설하고, 수면을 취하고. 그것을 떠나 그 외적인 시간을 어떻게 채우면서 지내느냐가 개인의 차별점일 것이다. 그저 바람이 있다면 모든 것을 나 스스로가 자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순간까지만 숨을 쉬고 싶다. 그러한 기능을 잃어버렸을 때, '그것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그 점에서는 친구나 지인들과도 대화의 주제로서 의견이 분분하다. 어느 누구도 이것이 정답이라고 반박하지는 못한다.

​ 앞으로는 죽음만이라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소위 말하는 자살이 아니라, 더 이상 두뇌가 육체를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이 올 때, 육체의 모든 기능을 상실했을 때, 약으로 연명하는 삶이 의미가 있을까? 그 고통을 본인이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순간이 올 때, 숨을 연장시킨다고 그것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그때는 죽음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더라도 연명 의사를 내비치지 못하더라도 고통 없이 편안히 보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다만, 그 시기는 본인 이외의 사람들이 함부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다.

​ 책에서 라지브 형이 말한 "평화롭고, 고통이 없고, 존엄한 삶"과 "조금이라도 숨을 연장할 수 있으면 연장해야 한다."라는 작가의 의견 대립에서 나는 라자브에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가족들 옆에 함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환자를 편안한 상태로... 여기서 한참을 고민했다.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지. 나는 다만 고통을 안고 가는 연명은 오히려 고통을 배가시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아버지를 보내면서 느꼈을 슬픔을 온전히 공감하며, 현실을 잘 살아가는 삶 못지않게, 죽음 또한 인지하고,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잘 맞이하는 순간을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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