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의 책 이야기

크리스토프 다비트 피오르코프스키'말로 담아내기 힘든 이야기'(청미출판)

​​내가 읽은 청미 출판사의 책들은 재미만을 추구하거나 어느 한 권 가볍게 다루어진 책들이 없다. 삶과 죽음 그 둘을 일직선상에 두고 늘 고민하고 생각하게 하는 주제들의 책이다. 나는 삶도 어렵지만 죽음 또한 인간에게 주어진 어려운 과제라는 생각을 한다.

죽음은 한 사람에게 어떤 방식의 죽음으로 선사될지 아무도 모른다. 받아들이기 힘든 죽음이지만, 아름답게 갈 수 있기를 기도하고 바라면서 올곧은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애쓴다. 누구나가 바라는 죽음이란, 건강하게 가족들 품에서 감사의 배웅을 받으며 가는 죽음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죽음은 너무도 희박하고 힘든 시대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죽음은 그야말로 죽음 이상의 괴로움과 고독을 떠안고 쓸쓸히 떠나가는 것이다.


프리모 레비와 장 아메리는 그들의 인생과 작품에서 누군가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내면의 심리를 떠나서 어쩌면 그들의 죽음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독일 나치의 만행이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은 일인 양 잊히는 일이었으리라. 그래서 누구보다 기록하는 일에 몰두하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문체 하나하나에 세심함을 기울였으리라.

수용소에서의 참상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는 장 아메리의 고문 현장의 묘사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고통이 어마어마했을지 한동안 멍한 기분이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또 다른 인간에게 행할 수 있는 잔혹함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그것이 단지 민족성이라는 것 때문에 자행될 수 있는 것인지 모든 인간은 누구나 잔혹한 면모를 가질 수 있는 것인지. 나라면 어땠을까? 상상조차 하기 싫다.


끔찍함 속에서 영화'인생은 아름다워'가 떠올랐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아들을 위해 수용소 생활을 게임으로 만들어 아들이 현실을 조금이라도 인지하지 못하게,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도록 주인공은 노력한다. 또한, 그 혹독한 생활 속에서도 아내를 위해 호프만의 뱃노래를 확성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와 사랑하는 마음을 띄운다.

모두가 조금이라도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에 희망의 씨앗을 심었으리라. 받아들이는 것. 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것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러함 속에서 희망은 내일의 삶을 꽃피우는 싹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두 인물에게는 쓰는 작업이 희망이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처한 모든 고통과 현실을 잊게 하고, 또한 현실의 실상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기록하고. 그것이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지금을 살아가는 누구나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지만, 삶이 내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 하나 없고, 인생에서 지금이 삶의 저점을 찍고 있는 상태이거나 불안한 내일로 오늘 이 순간을 몸부림치고 있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인격적인 대우는 고사하고 짐승 이하의 취급을 당하며, 내일의 희망이 없는 삶 속에서도 현실을 처절하게 살아낸 사람들. 그들이 겪어온 삶은 충분히 우리 삶의 본보기가 되어준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는 것은 처절한 삶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고, 의미가 되어준다.


장 아메리 글을 읽으면서 어쩌면 누구보다 살고자 애썼을 처절함이 느껴져서 애처로웠다. 또한 누구보다 삶의 애착이 있었기에 쓰는 작업에 몰두했었을 것이다. 삶을 놓은 사람은 그런 열정을 보이지 못한다. 살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에 죽음을 택했으리라.

이 책을 통해 만난 두 인물에 대해 생각하고, 나 자신을 성찰하면서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못지않게 죽음 또한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나이를 채워가면서 강하게 드는 생각이지만, 책은 우리 손바닥에 놓인 누군가의 고뇌와 생각과 창작들이 더해지고 누군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내린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선물들을 통해 나 또한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어 줄 수 있도록 열심히 읽고 쓰고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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