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유카 '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놀출판사)
지금까지의 내 삶을 잘 살아왔다. 아니 치열하게 살아왔다. 어찌 보면 나를 위한 삶보다는 타인을 의식하며 반듯하게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쉼 없이 일하고, 꾸준히 배우고, 무언가를 하면서, 채우면서 살아왔다. 누가 무어라 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지금의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더 치열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돈도 벌지 않고, 사람 만나는 것도 자제하고, 좋아하는 공연이나 전시회도 잘 다니지 않고 그리 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하지 않아도 오늘이 행복할 수 있는 것, 내일의 나를 희망으로 이끌고 꿈꿀 수 있는 것, 독서다. 조금 더 일찍 독서에 매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크지만, 꾸준히 책은 손에서 놓지 않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독서가 삶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강박으로부터 나를 평온함으로 이끈다. 이런 마음의 여유는 그동안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서였으리라.
나는 작가의 청춘이기에 가질 수 있는 서투른 삶의 태도, 방황, 기성세대와의 도리 없는 간극을 차치하고서라도 후지사와 에리의 일탈, 야마모토 미쓰히데와의 적나라한 성적 묘사, 주변 친구들과의 난잡한 대마초 경험, 미야코의 임신과 동성애적 감성. 나도 어쩔 수 없는 기성세대라는 축에 들어서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작가는 청춘을 이런 일탈들로 표현했지만, 그 대상이 고등학생이어서 책을 덮고 싶었다. 심지어는 성매매까지. 굳이 대상이 고등학생이어야 했을까?
작가의 필력이나 표현력은 어느 작가 못지않게 뛰어남을 인정한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단숨에 읽었다. 책 한 권을 마칠 때 현재의 청소년들의 고통과 방황, 미래에 대한 불안. 충분히 절감한다. 나의 청춘 또한 불안과 방황의 연속이었고, 죽음을 꿈꾸던 시절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아무래도 나라가 지니는 문화적 특성과 차이 때문일까, 아니면 '나'라는 사람의 개인적 성향 차이일까? 다소 불편한 마음이 들었고 괴리감이 들어서 당혹스럽기도 했다. 일탈이 청춘의 특권으로 묶어두기에는 수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청춘 세대의 자식이 있다면 과연 이 책을 권할 수 있을까? 주저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늘 젊은 마인드로 열린 사고로 살아간다 자부하나 나도 어쩔 수 없는 기성세대임을 간과할 수 없다. 나의 세대와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래서 지금의 세대가 겪고 있는 상황들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충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또래에 맞는 삶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냥 공부라는 것이 힘들었지만, 꿈 많고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희희낙락, 하굣길에 보았던 찬란한 저녁노을빛에 눈물 흘리는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소나기가 쏟아지던 한여름날 친구와 비를 쫄딱 맞으며 환하게 웃던 날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학습에 치여 학원으로, 과외에, 야간자율학습에 꿈꿀 시간도 없이 공부에 매달리는 세대이지만, 그래도 나이에 맞게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삶은 죽을 만큼 힘들어도 살아볼 만한 것이라 느끼며, 곱이곱이 넘겨 어느 순간 환하게 웃는 자신을 발견할 때 삶은 선물이었다고 느끼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부분은 청소년기에 있는 아이들을 조금은 순수하게 표현하면 어땠을까 부모를 통한 어려움, 그리고 어린 나이에 맞이할 부모의 죽음과 그 밖의 사건 등등, 또한 미쓰히데의 아버지의 존엄사, 그러한 부분들이 결코 가볍지 않다.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부분을 왜 작가는 10대 청소년에게 짐을 짊어지게 했는지 읽으면 읽을수록 의구심이 든다.
삶과 죽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기에 에리가 되어도 보고 미쓰히데도 되어 많은 생각을 해보지만 쉽지 않다. 아무튼 이 책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지금 우리가 인지해야만 하는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지금 세대들의 상황, 세대 간의 간극으로 인한 불통이 또 다른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튼 어른 세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소통이 필요하고 세대에 맞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라며, 우리 청소년들이 그들이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이 예술, 출판 및 다양한 분야에서도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것이 아니라 순수함을 잃지 않으며 본보기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학생들이 보는 것을 막고 싶다. 책의 이야기들이 우리 학생들의 세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할지라도 나는 순수하고 예쁜 책을 권하고 싶다. 삶을 많이 살아온 소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으며 살아온 세대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을까? 부디 우리 청소년들의 삶은 작가가 바라본 파도 속에서의 오르내림의 험난함이 아니라, 잔잔한 바다에 비치는 윤슬처럼 찬란하고 평온한 삶이기를 또한 그러한 삶이었다고 추억할 수 있는 삶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