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AnnE에게

소풍

소풍은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들뜨고, 설렘이 가득 차올라. 언젠가 내가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지. 그래서인지 소풍은 나를 자연과 하나로 이어주는 특별한 경험처럼 느껴져. 친구들과 함께 어디든 거닐며, 푸른 하늘을 손끝으로 만져보고, 흰 구름 위에 둥둥 떠올라 날아가는 새들과 재잘거리는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 이름 모를 들꽃들을 쓰다듬고, 자유롭게 거닐며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소풍은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아. 가까운 곳을 찾아가더라도 마음은 이미 설레고, 작은 여정 속에서 새로운 빛을 발견하지. 여기에 좋은 사람이 함께한다면 그 기쁨은 배가 돼. 그래서 나에게 소풍은 단순한 나들이를 넘어, 자유와 설렘, 그리고 나다움이 충만한 순간 그 자체야.

어린 시절의 소풍은 한층 더 특별했어. 무엇보다도, 새벽녘 부엌에서 들려오던 엄마의 부스럭거림과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나를 깨우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 졸린 눈을 비비며 깨어나 엄마 곁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김밥 꽁다리를 얻어먹는 기쁨, 그 작은 순간부터 나의 마음은 이미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어. 엄마의 김밥은 언제나 정성스러웠어. 고운 달걀지단은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부쳐 네모 반듯하게 만드셨고, 그 노란색과 흰색이 동그랗게 감싸며 햄과 맛살, 단무지, 시금치, 당근, 볶은 우엉까지 어우러져 알록달록하고 고운 빛깔을 띠었지. 사서 먹는 김밥은 금세 물렸지만, 엄마의 김밥은 서너 줄도 거뜬히 먹어낼 만큼 언제나 특별했어.

그렇기에 여동생이 결혼해서 아이를 가진 뒤에도 가장 간절히 그리워한 맛은 다름 아닌 엄마표 김밥이었어. 엄마는 가족 모두 함께 먹이고 싶어 김밥을 마흔 줄 넘게 싸셨어. 나 또한 생일날, 엄마가 무엇이 먹고 싶으냐 묻자 주저 없이 대답했어. "엄마가 만들어준 엄마표 김밥." 소풍의 설렘은 결국 좋은 사람들과 떠나는 발걸음이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엄마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김밥 그 자체가 가장 큰 행복이었어. 엄마의 김밥을 오랫동안 먹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오늘이야.


언젠가 너와도 엄마표 김밥을 흉내라도 내서 김밥을 만들어 푸른 하늘이 조용히 내려앉고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곳, 잠시나마 발을 담글 수 있는 시냇물이 흐르고 이름 모를 꽃들과 나무들이 가득한 숲으로, 함께 소풍 갈 수 있기를 소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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