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나 풉시다

by 곰고미

상담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내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나의 고질적인 문제[!]중 하나는

내가 '머리'로 살았다는 거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하고, 수많은 성을 쌓았다 부수길 반복했지만

몸으로 실천한 경험은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는 것.


배운 것도, 아는 것도 너무 많은데

그걸 몸으로 살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

딱 배어있지 않기에 삐걱대고,

머릿속으로 뭘 쌓고 부수는 데에도 에너지가 쓰이는 일이기에

몸의 에너지가 늘 부족하다는 것.


아는 것이 오히려 짐이 되고, 어깨를 짓누른다는 말이 가슴을 후벼파는 듯 했다.

아프다.

그동안 엄청나게 쓸데없는 짓을 하고 산 것 같아서.


그러나, 또 달리 생각해보면

아는 것을 몸으로 살아내고 실천하는 걸 배우는 중이니까.

그 균형을 잡기 위해, 내게 필요한 걸음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면 또 그렇게 심각해 질 일은 아니었다.


버거우면 폭발한다.
사람은 버거우면 폭발한다.


어느 날 갑자기 욱 하고 화를 내거나, 주저앉아 꺼이꺼이 울거나,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짜증을 내거나. 그게 폭발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 싶은 순간들. 대부분은 버거움이 한계를 넘었을 때 일어난다.


문제는, 버거움은 천천히 쌓인다는 거다. 오늘 조금, 내일 조금, 모레도 조금.

괜찮은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쿵. 하고 무너진다.


그러니까. 버겁지 않도록 나를 조절하는 것. 그게 0순위다.


아이들이 '자기조절'을 할 수 있도록.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학부모님들께 그렇게 안내하곤 했었는데

내가 그걸 잘 못하고 있었다는 게 헛웃음이 났다.


자기가 조절되어야 타인의 버거움이 보인다.

자기가 여유로워야 누군가를 다독일 수 있다.

자기가 안정되어야 품이 생긴다.


반대로, 자기가 버거우면?

타인도 버겁게 느껴진다.

아니, 타인의 버거움 자체가 안 보인다.

내가 버거운데 어떻게 남을 볼 수 있겠는가.


관계에서의 여유도, 일에서의 지속가능성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대하는 것도.

모두 내가 조절된 상태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너무 당연한 앎을, 실천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버겁지


타인에게 듣고 나서 그 울림을 느끼다보니

내가 얼마나 버거운지 내가 알아주지 못했구나 싶었다.


기초default값이 과부하인 사람들이 자주 겪는 일이고

그렇게 사는 사람이 꽤나 많아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산다는 게 진짜 이상한 일인데

이상함 속에 폭 들어가 있으니 이걸 이상하다고 느끼지도 않고 그러려니 하다가

푹. 터져버렸다.


내 이야길 한참 듣던 상담자는

왜 이렇게 힘든지 이해하려고 덤비는 내게 말했다.


그거나 풉시다. 초죽음이 됐었구나.


그냥 힘을 빼고 몸에 천천히 주의를 기울이다보니

얼마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있고, 뒷목이 뻐근하고, 호흡이 짧아져 있고, 온 몸이 무거운지

피곤함이 몰려왔다.


머리가 잘 돌아갈 수 없는 하드웨어를 질질 끌고 다녔구나 싶어

하루를, 힘 빼고 살았다.

많은 분들이 내 구멍을 메워주셨고,

실수를 하는 나를 자책하지 않고 잘 다독이려고 했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어 ai와 대화를 시도했다.


'애쓰지 않는' 것은 필요하지만

어떤 사건을 상처로 간직하고, 냉소적인 마음을 품은 채 살고싶지 않아

다음 스텝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를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묻는 그 자세 자체가, 어쩌면 지금까지 해오신 패턴의 연장선일 수 있어요.
틀을 만들어서, 프레임워크를 세워서, "이렇게 하면 상처로 안 남겠지"라고 지적으로 해결하려는 것.
상담자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걸 지식으로 넣으면 안 돼요."


"어떻게 상처로 안 남기지?"가 아니라,

"지금 나 진짜 힘들었구나"를 충분히 느끼는 게 먼저인 것 같다고

뼈때리는 말을 하길래


'하루 쉬고, 이제 대화 해볼만 하다'고 말했더니


지금 "빨리 넘어가야 해"라는 식으로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거 아니냐며.


-_- ..... !!


그래서, 뜸을 뜨고, 지압기로 오랜만에 뒷목을 풀어줬다...


상담사도.. 정말 이미 대체 되기 시작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