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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스틸 히어

비바 시네마 브라질레이로!

by 복철

아주 오랜만에 브라질 영화가 개봉된다고 한다. 이영화의 내용이나 주제, 소재등은 많이 소개가 되고 있으니 이 영화에 대한 혹은 브라질 영화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영화는 1970년의 브라질 군부통치의, 계엄의 시대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번 계엄사태로 계엄이라는 말이 현실이 된 탓에, 국내 영화제를 통해서 처음 소개되었던 제목은 '계엄령의 기억'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정식 개봉을 하면서 원제의 '에인다 이스또우 아끼'의 영어의미이자 영어제목인 '아임 스틸 히어'의 제목이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먼 나라인 브라질, 둥근 지구의 대착점이라 할 수 있는 브라질은 우리와 마치 접으면 데칼코마니가 되는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군사 독재, 계엄의 시대도 그러했고, 민주화도 그러했으며, 피지배층 혹은 그것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대통령이 되었던 점이나, 여자 대통령 탄핵, 말도 안 될 것 같은 극우 대통령, 계엄 시도, 검찰의 공작 등등 우리와 너무나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 이영화는 브라질 영화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이영화는 브라질에서 엄청 난 인기를 얻었고, 반향을 일으켰다. 이영화는 최근에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되었으며 또한 당연히 좌파, 우파등의 정치적인 논쟁이 있기도 했다. 우리도 그러하듯이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방법은 외국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이영화 역시 여러 국제 영화제등 소개로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베니스 영화제 각본상,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에서 국제 영화상, 작품상, 여우주연상의 후보로 올라갔다.

우리가 영화 '기생충'에서 염원했던 현상과 기분처럼 브라질 사람들도 이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을 수상하기를 간절하게 바랬고 이러한 브라질 국뽕은 다양한 SNS에 좋아요과 헤시태그를 올리는 거의 캠페인 수준까지 되어버렸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인스타에 이 여배우를 소개하는 게시물의 좋아요는 다른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보다 압도적으로 좋아요가 눌러졌다. 하지만 수상은 외국어영화상 하나의 수상으로 그쳤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실패했지만 이미 골든글로브의 위너, 주연배우인 '페르난다 토헤스'(물론 이미 브라질 최정상의 배우이기는 하지만)는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

<그녀의 성공작 중 하나인 코미디 드라마,따귀와 키스, 여기서 철딱서니 없는 역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영화가 아카데미 영화제의 수상을 바라는 이 뜨거운 현상과 관심에는 좀 더 그럴듯한 이야기가 있다.

먼저 이영화는 중앙역,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발터 살리스'가 아주 오랜만에(12년 만에) 만든 영화이다.

그는 예전 1998년 '중앙역'이란 걸작을 만들었고, 이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 그랑프리와 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1999년 아카데미 영화제 국제영화상과 여우 주연상의 후보로 올라갔다. 그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라간 배우가 바로 '페르난다 몬테네그로'였다. 영어가 아닌 포르투칼어를 사용하는 외국배우가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연배우상 후보로 올라간다는 것은 그 당시에 대단한 센세이션이었다.

눈치를 챘겠지만, 그녀는 바로 '페르난다 토레스'의 엄마다. 그 당시의 결과로 아카데미 국제 영화상은 수상했지만 여우주연상은 수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반세기가 더 지나서 그녀의 딸이 같은 영화감독의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재도전하는 너무나 드라마틱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심지어 이 영화에서는 페르난다 토헤스와 페르난다 몬테네그로가 모두 출연한다. (영화의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이 정도만 소개하기로 하겠다 ^.*)

페르난다 토레스가 브라질의 최정상의 배우이지만, 페르난다 몬테네그로는 브라질의 레전드 배우이다. 그녀

(페르난다 몬테네그로)는 단 40명만 존재하는 불멸의 권위의 '브라질 문학 아카데미'의 회원 중에 한 명이다. 그녀는 정말이지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 왔다.


이 모녀가 동시에 나오는 다른 영화들도 있다. 비교적 최근 영화인 '모래의 집'에서 모녀관계로 나온다.

그리고 <이게 뭐 하는 거야? 동지, O que é isso, companheiro? '>란 영화에도 함께 나온다.

이 영화 <이게 모야? 동지, 영어명 Four Days in September>는 1969년에 브라질 주재 미 대사를 납치하는 내용의 영화이다.

우리가 거의 같은 시기, 브라질 군부가 쿠데타로 권력을 가지게 되자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를 저항하고 군부를 전복할 방법을 모색하던 사람들은 미대사를 납치하는 조금은 황당한 계획을 세우는데, 그것은 성공한다. 그리고 이들은 납치한 미국대사를 풀어주는 대신 감옥에 있는 정치범을 다른 나라로 망명하게 해달라고 조건을 거는데, 정부가 이를 수용하고, 이 대사관 납치는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대사관 납치는 미국대사관, 독일대사관, 스위스대사관 등등, 마치 유행처럼 시도되었고 많은 성공을 거둔다. 이런 사건들이 바로 <아임 스틸 히어>의 배경을 담고 있다.


<영화의 한 장면, 페르난다 몬테네그로가 이상한 사람들을 경찰에 신고하고 있다.>

영화 <이게 뭐 하는 거야? 동지>에서 젊은 시절의 페르난다 토헤스가 미국 대사를 납치하는 게릴라역의 여주인공을 맡았다. 재미있는 것은 페르난다 몬테네그로가 페르난다 토헤스를 경찰에 신고하는 동네 아줌마 역으로 깜짝 출연을 한다. 이 장면은 참으로 아이러니했는데 영화에서 게릴라와 상관없는 동네 아줌마지만 영화를 보는 브라질 사람은 그 배우들이 모녀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어, 마치 엄마가 딸을 신고하는 것 같은 느낌의 좀 웃픈 상황이... 유머라고 해두자.

영화 <이게 뭐 하는 거야? 동지>는 실제의 인물 '페르난도 가베이라'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동명의 책을 썼으며 그것이 영화화되었다. 그는 브라질 주재 미 대사관 납치 사건으로 결국 잡혀서 감옥에 있었지만, 독일대사관 납치 사건의 조건으로 풀려나서 칠레로 망명을 떠나 오랫동안 망명생활을 하였다.

이 영화 역시 다양한 영화제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1998년 아카데미 국제 영화상 후보에 올르기도 했다.



억압, 고문, 박해, 검열로 상징되는 '납의 시대'라고 불리는 계엄시대는 다양한 브라질 영화와 드라마들의 소재가 되었다.

올해 2025년 깐느영화제에서 '시크릿 에이전트' 남우 주연상'을 받은 바그너 모우라가 2019년 감독한 영화 <마리겔라>도 같은 시대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마리겔라 홍보포스터>

이 영화는 남미 게릴라의 아이콘이자 대부, 도시게릴라전의 탁월한 이론가인 까를로스 마리겔라의 이야기이다.

흑인이자 바이아 지방출신의 까를로스 마리겔라는 국민해방행동(ALN)을 만들고 이 단체로 대사관 납치, 도시 게릴라전등의 많은 무장투쟁을 이끌다 리우데 자네이루에서 경찰에 의해서 암살당했다.

현재 브라질 음악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가수이자 배우 세우 조지(seu jorge)가 이영화에서 마리겔라역을 맡았다.

<이게 뭐 하는 거야? 동지, 'four days in semtember'>, <마리겔라, Mariguella>는 <아임 스틸 히어>와 같이 보면 아주 좋을 작품이다. 이 영화들의 서사들은 모두 다 연결되어 있다.

어떤 영화의 배우들은 겹치기도 한다. 2024년의 <아임 스틸 히어>의 멋진 중년의 남자 주인공은 맡았던 셀톤 멜로는 1997년에 나온 <이게 모야? 동지>에서 아주 풋풋한 대학생 초보게릴라로 나온다. 또한 주요한 인물이 각 영화에서 다른 배우들로 연기되는데 각 캐릭터를 보는 것도 무척 흥미가 이다.


나는 브라질에 있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일종의 호들갑(?)은 알고 있었지만, 브라질에서 골든글로브 위너와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으로 이영화가 재개봉되었고, 친구는 재 개봉되었을 때 영화를 보았다고 했다.

조금은 시니컬한 그 친구는 나에게 <아임 스틸 히어>를 보았냐고 물어보고는, 조금 수줍은 어투로 '영화 보고 울었어' 하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이 영화의 감독이 만든 <중앙역>이란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누군가가 최고의 로드무비를 말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중앙역>이라고 말하고 싶다. <중앙역>을 생각하면 여전히 아직도 '페르난다 몬테네그로'가 떠올려지고 가슴이 아련해진다. 그리고 세상의 끝에 가고 싶은 향수가 느껴진다.

또한 <모토사이클 다이어리>도 좋았다. 체 게바라의 인간적인 로드무비도 아주 멋진 것이었다.

그가 영화 <온더로드>프로젝트에 감독이 되었을 때 - 비트 제너레이션의 정수이자 미국문학의 아이콘인 잭캐루악의 소설 <길위에서, on the road>의 영화화에 브라질사람인 그가 감독으로 낙점받았을 때도, 아마 그의 로드무비의 전력이 한 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큰 실망이었다. 특히 소설 <길위에서>의 팬이라면 그 실망감은 더욱 클 것이다. 그 뒤로 그의 영화는 아주 오랫동안 보질 못했다.

그렇게 12년 만에 나온 작품이었다.

나 역시 영화 보고 울었다.

삶에 대한 애정, 애정에 대한 헌신, 그리고 그런 삶이 남아있는 사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삶이 그렇게 계속 흘러가기를!

우리를 탄압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자유가 빼앗긴다 하다라도.

우리의 기억이 망각한다 하더라도.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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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내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Agoniza mais não morre'란 노래가 불려지는 장면이었다. 이 노래의 거대함이 영화와 함께 밀려왔다. 하루 종일 이 노래를 흥얼거렸는데, 생각해 보니 이 노래는 이 영화의 배경보다 더 늦게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리서치를 해보니, 감독은 이에 대해서 비록 곡의 발표 시기(1978)와 영화의 배경 시기(1969~1970)가 일치하지 않지만, 이 곡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상징성과 감정적 깊이를 전달하고자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Agoniza mas não morre’는 삼바와 브라질 문화의 회복력에 대한 노래입니다. 이는 영화에서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유니스 파이바가 집으로 돌아와 저항의 여정을 시작하는 순간을 나타냅니다.”


삼바는 고통스러워도 죽지 않아 / 마지막 숨을 몰아 쉬기 전에 / 누군가가 꼭 일으켜 세우지 /삼바, 강하고 두려움 없는 흑인의 노래 / 거리 모퉁이에서, 술집에서, 신 터에서 / 심하게 탄압을 받았지


https://www.youtube.com/watch?v=GaSfqESq50w


p.s 2 의견이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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