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리스타 KM Jul 12. 2022

빵 드시러 가실래요?

강력 추천! 내 맘대로 Top 3! 싱가포르에서 맛보세요!

1980년대 강원도 춘천시 운교동 사거리에는 빵집이 있었다.
방학마다 나의 할머니는 손주들을 기다리고 계셨고 여름과 겨울을 나는 그곳에서 보냈다. 할머니 냄새. 할머니 냄새와 춘천의 냄새로 기억하는 나는 그 냄새를 좋아했다. 할머니는 우리 삼 남매를 기다렸다 꼬옥 끌어안아주신 다음 그 사거리 빵집을 데리고 가셨다. 빵 굽는 냄새는 사거리 어디에서도 맡을 수 있었다. 할머니 손을 잡고 할머니를 뒤따라 빵집에 들어가면 직사각형의 가게에 빼곡하게 진열된 빵들에 눈이 휘둥그레졌었다. 할머니는 먹고 싶은 것 다 담으라고 말씀하시면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소보로, 땅콩크림빵, 그리고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두툼한 식빵 사이에 버터크림 넣은 빵을 골랐다. 할머니는 스케치북만한 크기의 맘모스빵을 항상 사셨다. 빵을 여러 개 담은 누런 종이봉투는 금세 꽉 채워졌고 할머니랑 빵을 사서 나오는 어린 마음은 행복했었다.  

그런 어린 시절 때문이었나 보다. 고등학교 학창 시절 하굣길에 친구들이 떡볶이를 먹으러 갈 때 나는 빵집으로 가서 소보로나 크림빵을 먹곤 했다.
할머니, 빵 냄새, 빵의 단 맛, 부드러움, 말랑한 식감 등이 반죽되듯 버무려져 나에게 학습되었나 보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맛있는 빵집이 있으면 주말마다 찾아가서 맛있는 빵을 맛보는 것이 하나의 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실감했었다. 우리나라는 제과제빵의 수준이 대단하다는 것을! 유명한 빵집은 유명한 빵집대로. 동네 빵집은 동네 빵집대로 맛있는 빵들이 즐비했고, 그런 동네 빵집은 또 유명한 빵집으로 거듭났다. 늦게 가면 인기 품목은 sold out! 나 같은 빵순이와 빵돌이들이 많다는 것도 실감했었다.


맛은 입으로 느낄 수 있는 맛이 있고,
눈으로 짐작할 수 있는 맛이 있고,
냄새로 알 수 있는 맛이 있고,
손 끝으로 느낄 수 있는 맛이 있다.






8년 전 싱가포르에 와서 한국처럼 맛있는 빵을 먹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었다. 이곳의 빵의 식감은 내가 원하는 그런 맛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빵들은 세련된 맛이라고 표현을 한다면 이곳의 빵은 내가 중고등학교 정도에 먹었던 수준의 정도였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곳의 빵 맛에 익숙해진 것도 있고, 무엇보다 비교하지 않으니 언제부턴가 이곳의 빵 맛이 괜찮다고 느껴졌다.


지금부터 눈으로 먹을 빵들은 소보루빵처럼 대중적인 가격과 맛을 지닌 빵이며 겉모습만으로는 예측 가능하지 않은 빵이다.

Bread Talk의 floss

우리 식구는 ‘floss’를 ‘중독빵’이라 부른다. 묘하게 중독되는 맛~ 그런 맛이다.

8년 전 우리 집에 방문한 이웃은 빵이 네다섯 개 든 빵 봉지를 나에게 건넸다. 그녀가 가고 난 뒤 나는 아이들과 함께 그 빵을 맛보았다.

첫 느낌은 익숙지 않은 맛의 조화, 어색함이었다. 일단 빵의 생김새가 낯설었다. 맛을 보기 전 예측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한 입 베어 물기 전에 빵 위에 뿌려진 가루를 손가락으로 조금 집어서 맛을 보았다. 짜지 않다. 달지 않다. 짭조름하다. 소심하게 한 입을 베어 물고 나서 입 안의 탐색을 거쳐 목으로 넘어갈 즈음 신기하게도 손은 다시 빵을 입 속으로 가져갔고, 그런 동작의 반복은 ‘이게 무슨 맛이지’에서 ‘어 이 빵 괜찮은데’ 그리고 난 후 ‘이 빵 맛있다’로 바뀌었다. 그 시간은 단 몇 분이 되지 않았다.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는 시간은  사랑에 빠지는 시간과도 같은가 보다.  


이 빵은 집는 순간 손 끝에 느껴지는 감각만으로도 빵의 맛을 짐작할 수 있는 floss.

빵을 사기 위해 집게로 빵을 집는 순간 ‘쑤욱~’ 들어가는 느낌이 마치 특급호텔에 있는 베개를 손으로 집을 때의 느낌! 각 구운 식빵의 속살 같은 느낌이다. 상상해보라! 그 부드러움과 말랑거리는 식감~ 빵 위에 뿌려진 고슬고슬한 토핑은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고기를 톱밥으로 만든 실처럼 얇지만 풍성하다. 빵과 고기 가루 사이에는 풀로 바른 듯 에그 크림이 얇게 펴 발라져 있어서 토핑과 빵을 연결시켜 주고, 빵의 가운데를 손으로 갈라 보면 크림이 연필 한 자루만큼의 크림이 들어있다. 그 크림은 연유 색깔의 단맛이 강하지 않은 크림이다.


입으로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짭짜름한 맛이 먼저 느껴진다. 간이 잘 돼서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기분 좋게 맛있는 짠맛이 느껴지면서 육포 가루와 빵을 동시에 느낄 때쯤에 약간 단 맛의 크림의 맛이 느껴지는데 이 크림은 육포 가루와 빵의 조화를 돕는 정도의 단맛일 뿐이다.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의 아보카도 같은 역할같이 느껴진다. floss는 빵의 부드러움 육포의 쫄긴함 그리고 크림의 앙상블이 잘 조화가 이루어진 빵이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빵집 Bread Talk 브레드 톡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다른 나라인 동남아시아에도 진출해 있을 만큼 성장한 기업이기 때문에 동남아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에게는 좀 익숙하다.

가격 1 for $2.2


Wu Pao Chen의  흑임자찹쌀떡빵

대만에 갔었을 때 유명한 빵집이라 며칠 동안 자주 갔었는데 갈 때마다 사람들이 항상 많아서 놀랐던 곳이다. 빵도 맛있었고 요구르트류도 다 맛이 있었었다. 그런 대만의 빵집이 싱가포르 City Hall 지하철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5분 이내의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주소 postal code 178905).


대만 제과제빵에서 우바오춘은 아주 유명한 사람이다. 세계적인 대회에서 수상하면서 더욱 알려지기 시작을 했다.

우바오춘에서 유명한 빵은 rose lychee bread와 red wine longan이다. 이 빵들은 이곳의 대표적인 빵인데 당일에 만들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빵을 만드는데 수일이 소요된 빵들이라고 한다. 출입문에 손잡이가 이 빵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만 봐도 이 빵의 유명세를 알 수 있다.


흑임자찹쌀떡빵은 겉모습만 봐서는 예측 가능하지 않은 빵이다. 겉이 흑임자인데 좀 단맛이 있나 예상하지만 겉은 그렇지 않다.

얇은 흑임자 겉면이기 때문에 그 맛은 강렬한 맛은 아닌데 한 입을 베어 물면 그때부터 이 빵의 진가가 나온다. 흑임자 잼처럼 안에 발라져 있고 그 안에 찹쌀떡이 있는데 이 찹쌀떡이 단맛을 내며 빵의 단맛을 책임진다. 찹쌀떡이라기 보다는 일본에 모찌에 가깝다. 찹쌀떡 보다는 더 묽고 잼의 형태에 가깝다. 각 재료의 역할이 있는데 이 묽은 찹쌀떡은 빵에서의 역할이 크다. 마치 아이돌 그룹 노래에서 솔로 파트를 담당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단 맛과 식감 그리고 깨와 빵을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입 안의 풍미도 끌어올린다.

흑임자 건강빵인가 싶으면 먹는 재미가 없는데 이건 건강빵인가 싶으면서도 맛을 놓치지 않은 그런 빵이다. 흑임자 빙수 먹을 때의 기분과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격 3 for $6.80



Tim Ho Wan의 Baked BBQ Pork Bun

팀호완은 2009년 홍콩 포시즌스 호텔에 있는 미쉘린 3 스타 레스토랑 Lung King Heen에서 근무하던 셰프 2명인 Mak KwaiPui, Leung Fai Keung가 창업한 딤섬 레스토랑이다. 2010년 미쉐린 1 스타를 얻었고, 현재는 전 세계에 5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삼성동에도 팀호완이 입점되어 있다.



번의 특징적인 맛은 겉이 달다는 것 그리고 빵에 공기가 많이 차있다는 것이다.

이 번을 우리나라에서는 챠슈바오번이라 부르는데 나는 팀호완의 박진영빵이라고 부른다 ㅎㅎ 공기반 소리반을 강조하는 가수 박진영씨가 좋아할 맛이다. 이 빵은 안에 공기가 반이다. 빵 속에 공기반 짜장반!!!

한 입 베어 물면 단 맛이 확 느껴진다. 소보로를 얇게 펴 바른 느낌의 빵 겉면이 입에 먼저 닿는다. 바삭한 겉면이 풍미를 한 층 더한다.

단 맛에 맛있다고 생각할 때쯤 공기와 함께 돼지고기와 bbq 소스가 버무려진 번의 속 맛이 짭짤하게 느껴진다. 고기도 씹히면서 짠맛을 느낄 때면 번의 겉면이 또 입안에서 단 맛을 내기 때문에 그야말로 달고 짜고 그런 맛이다.

많이 씹다 보면 짜장 같은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자장면과 소보로를 같이 먹는 느낌이랄까 아님 계란과자와 자장면의 조합.

이 빵은 아이들에게 호불호가 없다. 일단 자장면은 아이들이 거의 좋아하고 계란과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였으니 좋아하는 것들의 조합이라 안 좋아할 수가 없다. 옛 과자 중에 샤브레라고 있었는데 겉면이 비슷한 맛이 난다. 크기가 주먹만 하기 때문에 더욱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가격 3 for $7.30


빵을 좋아하는 이들이 싱가포르에 여행 오시면 추천한다.

눈으로 먹은  맛있게 드셨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 보러 같이 가실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