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준비하는 유언장은 어떨까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세 번의 장례식이 있었다.
모두 시어르신들의 장례식이었다. 시할머님, 시고모부님, 시이모님.
시할머님은 94세로 돌아가셨으니 호상이라고 했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으셨던 시고모부님은 85세를 넘기고 돌아가셨다. 시이모님은 암투병중에 돌아가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죽음은 뜻하지 않게 오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오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뜻하지 않은 것이기에 슬프고
노화에 의한 죽음은 삶이 덧없음에 서글프다.
내가 6살 때, 우리 집 옆 집에 사는 내 친구의 엄마가 사고사로 돌아가셨다. 이것이 내가 죽음을 처음 접한 일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부모님의 행동과 말투에서 평소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대단히 슬픈 일이고 안타까운 일이며 함부로 얘기를 꺼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주는 두려움과 공포가 있었다.
그 후 나는 지금껏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부, 직장동료 등의 죽음을 접할 수 있었다. 너무 슬펐고 그들에 대한 그리움이 어느 날 문득 다가올 때가 있었다. 할머니는 지금도 꿈속에서 종종 만난다.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을때가 있다.
나에게 죽음이라는 단어는 아직까지는 두렵고 무섭고 피하고 싶은 그런 단어이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으니까... 삶의 중심인 오늘의 행복을 무너뜨려 버리니까...
그렇지만 사람은 언젠가는 다 죽는다.
'죽음이 끝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죽음이 끝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종교, 인종, 나이, 각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끝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이 끝이라면 죽기 전에 자신을 잘 정리해야 되고 끝이 아니라면 더더욱 잘 정리해야 될 것 같다.
주위에 어르신들이 생을 마감하시는 것을 보면 살아계실 때 자신의 주변 정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후에 모든 것이 원활하고 깨끗하게 정리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결국 죽음이라는 것은 모두에게 오는 것이고 그것을 회피하고 부정하고 사느냐 받아들이고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시댁 어르신 중에 평생을 혼자 사신 분이 계시다. 결혼을 하지 않으셨고 어느덧 연세가 80대 중반이 되셨다. 몸이 좋지 않은 곳이 있어 몇 번의 대수술을 받으셨지만 연세에 비해 기억력은 뛰어나시고 체력도 좋으신 편이다. 어르신은 몇 년 전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미 있는 물건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신다. 당신이 건강할 때 좋은 기운이 있는 것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줘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금전적인 도움도 마찬가지다. 형제나 조카들이 필요할 때 주거나 빌려주는 것이 당신이 죽고난 후에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셔서 도움이 필요한 때에 도와주신다. 유언장도 해마다 작성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리를 잘하시며 현명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형제간에 재산상속 문제로 형제간에 갈등이 일어나는 일들이 증가한다고 한다.
예전에 텔레비전 방송에 변호사가 나와서 한 얘기를 들을 적이 있다. 장례를 치르고 나면 장례식에 들어온 조의금과 장례를 치르는데 들었던 비용으로도 형제간에 다툼이 된다고 한다. 큰돈이 아닌 몇 천만 원의 돈이 유산으로 있어도 그것이 명확히 않아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형제간에 우애가 있어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처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결혼을 하고 나면 각 가정이 있고 각각의 의견이 일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가족 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자신이 건강할 때 자식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하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이 현명한 것 같다.
유언이란 죽음에 이르러 부탁하여 말을 남김. 사람이 죽은 뒤에 법률적 효력을 발생시킬 목적으로, 일정한 방식에 따라서 하는 단독의 의사 표시(다음 국어사전 정의)이다.
유언장의 내용에는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 소유물에 관한 정리, 하던 일에 관하여, 나의 장례에 대하여 등의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꼭 들어가야 하는 사항으로는 성명과 생년월일, 현재 거주하는 주소, 날짜, 인감도장 또는 오른쪽 엄지 인장이 있다.
유언장의 종류에는 자필유언장, 녹음유언, 공정증서, 비밀준수, 구수증서가 있다.
자필유언장은 위와 같은 내용이 들어가게 직접 자필로 적는 방식이다. 녹음유언은 유언자가 위의 내용을 말하면 지켜보는 증인이 유언의 정확성과 성명을 말하면 된다. 공증증서는 2명의 증인이 참여한 가운데 공증인이 받아 적은 후에 증인이 그 정확성을 승인한 다음 서명한다. 비밀증서는 유언이 있다는 것은 알리되, 내용은 비밀로 한다. 위의 내용을 넣고 봉투를 봉한 후에 2명 이상의 증인에게 제출한다. 봉투 겉면에 제출 날짜 작성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각각 서명하고 5일 이내 법원이나 공증인에게 제출하여 확정일자를 받는다. 구수증서는 질병이나 급박한 상황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유언자의 말을 직접 받아 적는 형식이다. 유언자가 2명 이상의 증인이 참여한 상태에서 1명에게 유언을 말하고 이를 들을 다른 1명이 이것을 받아 적고 낭독한 후 유언자가 그 내용이 정확하다고 승인하면 각자 서명한다(다음 생활법률 상식사전).
죽기 전에 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고 자신의 뜻을 명확히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은 너무 낯선 일이다. 아직 살아갈 날들이 무수히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작성하는 것이 불편하고 불쾌할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가족일지라도 친구일지라도 지인일지라도 유언장을 미리 써 놓으라고 권하기가 조심스럽다. 스스로 알아서 작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를 해야 하고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짐이 가벼워야 하며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마음이 편해야 하고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발걸음이 잘 떨어져야 한다.
친척 중에 암으로 돌아가신 분이 있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배우자도 암으로 돌아가셨다. 투병 중에 돌아가셨으니 갑작스러운 죽음은 아니었으나 주변을 정리할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장례를 치르고 난 후 유산을 정리하느라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분이 평소에 쓰던 물건들과 옷가지들은 쓰레기로 버려졌다. 4명의 자식들이 있었고, 그 당시 그들의 나이는 20대와 30대였다. 3명의 딸들은 결혼을 했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막내아들에게 백억원 대의 가장 많은 어머어마한 재산이 상속되었다. 젊은 나이에 많은 재산은 형제, 친척들 앞에서도 거들먹거리는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1997년 IMF를 겪으면서 가지고 있던 주식이 폭락을 하고, 사업이 실패하면서 10년도 넘기지 못하고 그 많은 재산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 유산을 잘 정리하셨더라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