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밑 화단에 무궁화 꽃 피었을 때
좁은 골목길엔 아이들 노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발걸음 재촉하며 퇴근하는 아빠의 구두 발자국 소리 들리면
해는 서서히 우리 집 대문 위를 넘어간다
나는 술래가 되어
담벼락을 마주 보고 눈을 감는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빠르게 느리게 강약 조절하면
친구들은 나 몰래 몸을 움직이며
그 몸짓에 그 눈빛에 웃음을 참아보지만
우리는 이내 웃음이 터져 버린다
그 시절 동네 친구마냥 향수 품고 온 나비는 술래가 되고
나는 어릴 적 그 놀이 떠올라 멈춰 선다
나비가 날아갈까 살며시 움직이면
내 귓가에 맴도는 소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나비에게 다가가는 나를 알아채지 못하게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나의 존재를 감춰보지만
나비는 바람 타고 살랑살랑 날아가 버린다
나의 마음에 무궁화 꽃을 피워놓은 채
좁은 골목길 지나 나비 따라 가면
내 어릴 적 정겨운 우리 집 대문
나는 잠든 동생 품 안에 안은 엄마 곁에서
또다시 무궁화 꽃을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