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내 친구가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을 40대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보니 나에게도 그러한 친구가 있다. 그녀는 노래를 아주 잘한다. 노래로 수입이 있을 정도의 실력.그녀는 애교가 많다. 그녀는 나이에 비해 동안인 만큼 순진한 구석이 있다. 이러한 장점을 가진 내 친구가 배우자의 조건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종교가 같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주아주 독실한 크리스천이어서 신학 공부까지 했을 정도이다. 내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종교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녀가 찍은 사진
12년 전. 나는 둘째 아이를 낳기 위해 보름 전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갔었다. 그때 육아휴직 기간 동안 나의 업무를 담당해주실 남자 선생님이 오셨다.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이 분도 크리스천이고 신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친구와 어떨까 하는 생각에 소개팅 주선을 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이례적으로 소개팅 비슷한 것을 주선하게 되었다. 나는 일단 서로에게 소개팅을 할 마음이 있는지 물었다. 서로 만나볼까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을 확인한 후, 나는 육아휴직을 들어가면서 이들에게 서로의 연락처를 건네주었다. 서로 연락해서 날짜와 장소를 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들의 첫 만남은 서로가 있는 위치의 중간지점 정도인 경희대 앞이었다. 혹시 잘 돼서 진지한 만남을 가질 것인지. 서로의 호감 정도는 어떤 정도일지. 나는 이들의 만남을 두고 내가 더 설레었었다. 출산준비를 앞두고 이것저것 마음이 싱숭생숭했지만 내 친구의 소개팅 또한 나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었다.
남녀 간의 첫 만남은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쫄깃한 감정을 가져온다.
드디어 첫 만남 후 그녀가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나는 먼저 물었다. “어땠어? 괜찮았어?" “응, 고마워, 잘 만났어. 사람은 착한 것 같아.” 사람이 착한 것 같다는 말만으로는 나의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했고 뒤에 나올 어떤 구체적인 느낌들을 나는 듣고 싶었다. 나는 연속해서 물었다. “종교 얘기 잘 통하지 않아?” “응.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신앙심이 약한 것 같아.” 아, 그녀의 이 반응은 뭐지. 왜 자꾸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까운 반응일까. 별로인가. 반신반의하면서 나는 계속 질문했다. “그래? 그래도 종교가 같으니까 서로 친해지다 보면 신앙심도 더 생길 수도 있겠지. 또 만나기로 했어?” “어떻게 할까 생각 중이야. 서로 그런 얘기는 없이 헤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세 번은 만나봐.” “그게… 쉽지가 않아. 내가 그동안 많은 소개팅을 했었잖아. 근데 그게 세 번을 만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어.” 그녀의 반응은 그럭저럭 이었다. 그래도 혹시 여러 번 만나다 보면 서로의 좋은 점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그녀에게 더 만나볼 것을 권했다.
그 후, 그녀는 그분을 세 번 만났다.
그리고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 네가 세 번 만나보라고 해서 세 번 다 만났어. 이젠 안 만나려고.” “왜? 세 번 만나도 잘 안 맞아? 통하는 게 없니? 별로야? 우리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 너 우리 집 언제 올 거야?” 만삭인 나는 몸이 무거워서 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통화를 끊었다.
며칠 후, 그녀는 우리 집에 놀러 왔다. 나의 친구는 나에게 자세하게 상황설명과 그 간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분이 착한 것 같긴 해. 근데 소개팅이 생각처럼 잘 연결되지 않는 이유들이 매 번 있더라고. 내가 소개팅을 많이 해봤잖아. 이 분이 여자에 대해 잘 모르더라. 착하긴 한데 장소를 정할 때도 자기 집에 가까운 곳으로 장소를 정하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다른 장소를 이야기하니까 자기 집에서 너무 멀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너무 자기한테만 집중하는 스타일이야. 근데 지난번 만날 때는 또 언제 만날 건지는 묻더라. 그래서 내가 좋게 이야기했어. 우리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그리고 신앙심이 내 생각보다 깊지 않아. 뭘 물어봐도 잘 모르는 것 같던데. “ 내 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번 만남은 아니구나 싶었다. “아~ 그랬구나. 서로 잘 맞는 사람이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난 혹시나 기대했었는데” 나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남녀 간의 사랑은 쉽지 않다. 한 가지 이유로 오기도 하고 단 한 가지 이유로 떠나가기도 한다. 사랑은 찰나에 다가오기도 하고 수십 번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제일 결정적으로 그분이 안 되는 이유는…...” 내 친구는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 나갔다. 좀 뜸을 들이는 듯하더니 “입냄새가 너무 나.” “아~~~ 그래?” 난 놀라고 웃기고 어이가 없어 큰 소리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 미안해. 웃으면 안 되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니. 너무 웃기다. 이 닦았을 텐데.” “근데 그게 첫 번째 날부터 났어. 그때는 긴가민가 했고 혹시 유독 그런 날이 있겠지 했지. 근데 두 번째 만날 때도 나더라고. 그래서 내가 물어봤었어. 어제 술 마셨냐고. 그랬더니 그분이 얘기하기로 자기는 교회 다니니 술 안 마신다고 하더라. 술 마셔서 나는 일시적인 냄새도 아니고 정말 너무 심해. 그래서 얘기에 집중이 안 돼.”
입냄새라……. 입냄새 때문에 안될 것이라는 생각은 정말 해 본 적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복병이었다. 나는 정말 너무 웃겨서 박장대소했다. 미안하기도 했지만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니 근데 나란히 앉지는 않았을 거 아냐. 테이블 있고 앞으로 마주 보고 앉았을 텐데도 입냄새가 나는 정도면 정말 심했나 보다.” “그게 테이블에 앉아있을 때보다 밥 먹고 장소를 옮겨 차를 마시러 가거나 집에 가려고 할 때 같이 걸어야 하니까 그때 정말 참을 수가 없었어. 내가 느끼기엔 똥냄새보다 심하게 느껴져. ” 너무 구체적인 설명에 나는 너무 쉽게 이해가 되면서도 나의 웃음은 계속 터져 나왔다.
잠시 진정되려던 나의 마음을 나의 친구는 두 번째 또 강타했다. “이번에도 그랬지만 내가 소개팅을 많이 하다 보니 내가 생각지 못한 버릇이 있는 남자들도 있더라고. 그래서 요즘은 내가 교회 가서 배우자의 기도를 구체적으로 하게 됐어.” “아~ 그래?” “엄마 아시는 분이 한 번만 만나보라고 해서 내가 지난번에 모 대학에서 피아노 전공 강사랑 소개팅했었잖아” “어~그래.”
'이 분은'으로 시작하는 그녀의 얘기 속에 그분이 너무 궁금해지면서 그녀의 얘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강한 게 느껴졌었어. 자기 이력을 나한테 한참을 이야기하더라고. 맞장구도 정도껏 해야 쳐주지. 그러더니 음료를 주문하는데 갑자기 음료수를 주문하고 나서 무슨 영감이 떠오르는지 피아노 치는 흉내를 내는데 양손으로 테이블을 쓸어가면서 없는 건반을 막 치더라고. 내가 너무 당황했었잖아.” 그녀는 그분의 흉내를 내면서 피아노를 치는 흉내를 냈다. 나는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너무 웃겼다. 이렇게 웃다가 출산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독특한 버릇의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많았다. “그러더니 티슈를 달라고 하거나 계산서를 달라고 할 때도 피아노를 치는 듯한 버릇이 있더라고. 내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라. 다른 사람들이 쳐다볼까 봐. 그날 집에 와서 앞으로 엄마한테 소개팅 잡지 말라고 했잖아. 그리고 그 사람 안 만날 거라고. 그래서 주선했던 아줌마가 상대방에 인연이 아닌 것 같다고 전했더니 그쪽에서 불쾌해하면서 왜 안 만나냐고 오히려 엄마한테 화를 냈대.” “아~ 그래? 피아노는 또 뭐니. 너무 웃긴다. 정말 특이하다. 정말 왜 이렇게 생활이 코미디니. 너무 웃겨.” 나는 그녀와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나에게 많은 에피소드를 꺼내놓고 내가 출산하면 또 오겠다고 하며 돌아갔다.
그렇게 그녀는 지속적인 만남을 가질 수 없었던 나름대로의 이유를 몇 개 더 추가하였다. 그녀의 배우자를 위한 기도에도 몇 가지 항목이 더 늘어났다. 그녀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냄새와 버릇이 있는 사람을 만나게 해 달라고. 사랑하면 입냄새와 특이한 버릇은 감당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그것을 알고도 사랑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그녀의 말을 이해한다. 웃프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니까.
남녀 간의 사랑은 쉽지 않다.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기도 하지만 한쪽에서만 알아보기도 한다. 한 가지 이유로 좋아하는 감정이 싹트기도 하지만 단 한 가지 이유가 만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그녀가 결혼하지 않는 오만가지 이유 중에 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