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관계에도 유효기간이 있나요?

친구

by 수리스타 KM

얼마 전 홍진경과 이영자가 같이 여행을 한 방송을 시청했습니다. 그들은 절친한 사이로 많이 알려져 있죠. 요즘은 그런 관계를 '찐친' 혹은 '찐친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찐친구'가 뭘까요? 그 방송을 본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찐친구란 이런 거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일단 같이 있어 마음이 편한 사이입니다.
*친구와의 시간이 즐겁습니다.
*친구의 관계에서 나이 차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친구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친구가 힘들었을 때 함께 해주지 못했다면 미안해합니다.
*힘든 감정을 이야기해서 감정의 짐을 나누어 짊어지게 한 부분을 미안해합니다.
*마음을 표현합니다.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만 주로 하지 않습니다.
*친구가 잘되기를 바랍니다.
*친구의 안정된 생활에 기분이 좋습니다.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됩니다.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으며 행복해합니다.


나에게도 그러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행복해지는 친구들입니다. 천방지축이라 불릴 만큼 철부지였던 대학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들입니다. 나이로는 성인이 되었으나 미성숙한 모습이 더 많았던 시간을 함께 하하호호 웃으며 지냈습니다. 거의 매일을 함께 보내다가 졸업을 하면서 한 친구는 바로 결혼을 하고 호주로 이민을 갔습니다. 다른 한 명과 나는 서로 다른 곳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서로 사는 환경과 형태가 달라졌습니다. 서로 생활에 바빠서 연락은 뜸해졌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서울에 사는 친구와는 일 년에 몇 번은 만났지만, 호주에 있는 친구와는 5년이나 6년에 한 번 정도 보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오랜만에 만나도 늘 비슷했고,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변함이 없게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서로가 더 성숙해져 훨씬 편안한 느낌마저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우리의 관계에 유효기간이 충분히 남아있습니다.


반면, 세월을 무색하게 만드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의 친구였습니다. 철부지로 말하자면 더 철부지에다가 말괄량이 모습까지 더한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한 친구였습니다. 우리는 중학교 때 같은 반이 되고 같은 동네에 살면서 친해졌고,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였습니다.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한 사람은 그 친구와 나, 그리고 다른 한 명이 있었는데 그 후로 우리는 세 명이 어울려 지냈습니다. 그러나 나와 먼저 관계를 맺은 그 친구와의 우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 친구는 나와 다른 한 명의 친구 사이에게 관계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질투심을 유발하고 간접적인 이간질을 하였습니다. 나는 마치 시소를 타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시소의 가운데서 한쪽으로 가서 시소가 기울어지면 다시 중간으로 왔다가 이네 다시 한쪽으로 가며 감정을 저울질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시소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때로는 괜찮은 척하며 지냈습니다. 그들과의 연락을 끊는다면 나의 삶의 부분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대학교를 진학을 했고, 그러다보니 시간은 흘렀고 관계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후 나의 결혼식을 통해 그 친구가 나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유효기간이 이미 지난 관계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살면서 진정한 친구를 가려내는 것은 자신의 몫인 것 같습니다.

진정한 인연과 스쳐 지나가는 인연은 구분을 해야 합니다.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이 되면 최선을 다해 그 친구와 좋은 관계가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그것이 좋은 결실을 맺습니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피해를 당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대가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친구와의 관계에서 알고 지낸 기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친구를 이야기할 때 ‘내 초등학교 때 친구 누구’ ‘내 고등학교 때 친구’ ‘직장 다닐 때 사귄 친구’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아무런 의미 없이 붙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면에는 ‘오래된 관계’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때 그런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오래된’ 것은 사전적 의미처럼 흘러간 기간이 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로 인해 나는 이 친구와의 관계가 더 깊다 혹은 더 긴밀하다, 친하다, 가깝다 등을 이야기합니다. 시간은 가고 세월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관계는 오래됩니다. 옛말에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될수록 좋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죽마고우[竹馬故友]라고 다 좋은 친구는 아닙니다. 단순히 중고등학교 때 몇십 년 된 친구라 해서 나에게 더 좋은 친구가 아닌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경개여구[傾蓋如舊]'라는 사자성어처럼 잠깐 만나도 오래된 사람처럼 친한 사이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비슷한 생활방식으로 살다가 성인이 되면서 여러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대학, 직장, 결혼, 육아 등 인생의 전환점들이 일어나고 서로 다른 길을 살아가게 됩니다. 다른 길을 가도 그것을 뛰어넘는 관계를 맺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결국 좋은 친구로 남게 되는 친구들은 그런 기간에 더욱 끈끈해집니다.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친구가 불편해지는 것은 관계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가족만큼의 의미를 줍니다. 때로는 그 이상이기도 합니다. 친구를 맺는다는 것은 나의 마음에 든든한 지원군을 얻는 것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반대로 친구를 잃게 되는 경우는 많은 정신적인 소모가 따를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친구의 관계가 유지가 되려면 그 깊이가 비슷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의 약속을 정했는데, 그 친구가 다른 일이 생겼다면서 나와의 약속을 여러 번 당일 취소하는 경우엔 마음이 상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것이 반복되는 상황이면 기분이 상하면서 그 관계는 지속되지 못합니다. 인생에서 친구의 의미는 자신에게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때 자신과 많은 것들을 공유했기에 삶의 부분을 함께 했다는 생각 때문에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깊이가 다른 친구인데도 아직 나는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건 아닌지 말입니다.


친구관계에도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친구와 얼마나 사귀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유효기간이 다했는지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별한 다툼 없이도 서서히 소원해지는 관계가 있습니다. 어릴 적에는 다투거나 의견 충돌로 인해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거나 맞춰가는 과정을 겪는다면 나이가 들수록 친구관계에서는 뾰족함을 세울 일은 많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상황이나 의견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쓰지도 않습니다. ‘안 맞으면 어쩔 수 없지. 여기 까지는구나’하고 생각하는 가운데 사이가 멀어지게 됩니다. 친했던 친구와 멀어지면 나의 자산을 잃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여러 친구관계를 겪으며 인정하게 됩니다. 아무리 내가 친하게 생각했던 관계였어도 내 깊이가 상대방의 깊이와 같을 순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유효기간을 다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만 외로워질까봐의 두려움 때문에 나는 유효기간이 지난 친구를 그대로 놔두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상대방의 깊이까지 내가 미리 볼 수 없어 내 깊이를 미리 정해놓을 수 없음이 어려울 뿐입니다. 내가 더 풍요로워 보이기 위해 유효기간이 지난 친구들로 연락처를 채워 놓지는 않았는지….

나에게 찐친은 누구일까요?

또 나는 누구에게 찐친이 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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