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음의 미학

그림 따라 생각 따라

by 수리스타 KM
박순철 <부전자전>, 1999


주인공 M은 결혼과 동시에 그림과 같은 모습을 꿈꿨겠지….


그림에 생각을 따라가니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접했던 그 소설이 생각난다. 1932년 발표한 김동인의 단편소설 ‘발가락이 닮았다’.

인간의 내면과 심리가 잘 다뤄진 이 소설은 내가 그동안 접했었던 소설과 달랐었다.


나는 의사이자 글쓴이로 M을 이야기한다.


M은 서른두 살 월급쟁이 노총각이었다. 그는 성욕이 남다르게 강해 돈만 모이면 유곽으로 가서 자신의 성욕구를 채우며 방탕한 생활을 하였고 늘 성병에 걸려있는 상태였기에 결국 생식기능을 잃는다.
M은 나에게 생식 가능 여부를 묻고 나는 그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고 대충 둘러대는 대답을 한다. 얼마 후 M의 친구 T가 친구들이 여럿 모인 자리에서 그의 결혼 소식을 나에게 전했다. 나는 M이 결혼한 이유가 궁금하고, 유곽 갈 돈 아끼려 결혼을 했다고 판단을 하며 그가 성병을 심하게 앓았다는 경솔히 발설하고 말았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다시 M이 생식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둘러댄다.
M은 몰래 결혼식을 하였다. M은 결혼을 한 것이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부인을 독점한 것이라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얼마 지나 M이 아내를 학대한다는 소문이 났다.
M이 결혼을 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어느 날, 나는 M과 저녁을 같이 했다. M은 진지하게 나에게 자신의 생식 여부를 물었고 M은 자신에게 생식능력이 없다면 아내의 운명을 개척할 때를 줘야 한다고 말을 한 뒤 얼마 후 다시 검사를 의뢰하고 헤어진다. 그러고 얼마 후 M의 아내가 임신을 했다는 소문이 난다. 나는 예전부터 M도 자신이 생식 능력이 없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을 거라 판단한다. M은 나에게 와서 몇 번이나 검사를 하려다 그냥 가고 난 후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생식 능력이 살아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M의 아내는 아들을 낳았다. 그 아이가 6개월쯤 되었을 때 기관지가 안 좋아서 나를 찾아왔고, M은 아이가 증조부를 닮았다고 말을 한다. 그러고는 덧붙여
“내 발가락 보게. 내 발가락은 남들과 달라서, 가운뎃 발가락이 그중 길어. 쉽지 않은 발가락이야. 한데……. 이놈의 발가락을 보게. 꼭 내 발가락 아닌가. 닮았거든…….” M은 찬성을 구하듯이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M에게 말을 했다. “발가락뿐 아이라 얼굴도 닮은 데가 있네.”


M이 그토록 원했을 닮음 그리고 ‘나’가 말해줄 수 있는 닮음


김동인 소설의 M이 그토록 바랬을 유전적 힘으로 닮은꼴들을 일상에서 종종 보곤 한다. 버스를 탔다. 유모차에 탄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금빛 짧은 곱슬머리, 알사탕 입 안에 문 것처럼 튀여 나온 볼, 단호박처럼 둥근 머리통이 무거운지 앞으로 쏠리며 균형을 잃으면 이내 눈을 떴다가 졸린 눈을 뜰 수 없음에 계속 머리를 앞 뒤로 왔다 갔다 하며 조는 모습의 아이는 2살 정도 되어 보였고 너무 귀여웠다.

나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유모차 옆에 서있던 부모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아이가 귀엽다는 뜻을 담은 눈인사를 그녀에게 보내면서 ‘참 많이 닮았네’ 생각했다. 정말 닮았다. 졸고 있는 모습인데도 닮은 것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닮았다.

내가 버스에서 본 M은 M-1과 닮음비처럼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우리 집에도 여러 명의 M과 M-1 있다.

쏭이(나의 아들)가 어릴 적 남편의 외모와 많이 닮아서 제부가 쏭이에게 볼 때마다 형님이 생각나서 4살 꼬마인데도 말을 함부로 놓지 못하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다.

나와 나의 여동생도 많이 닮아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아침에 목욕탕을 갔었고, 동생은 오후에 목욕탕을 갔는데 세신사 아주머니께서 동생한테 “학생은 왜 아침에도 오고 또 왔어?” 그러시더라는 거다. M과 M-1처럼 닮은꼴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닮다는 것은 닮은 도형처럼 한 부분이 겹쳐질 수 있는 연결고리


10년 후 20년 후 김동인 소설의 M과 아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마도 외모는 닮아있지 않더라도 성격이 닮았거나 식성이 닮을수도 있고, 행동이나 목소리가 닮을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그러면 M은 나에게 찾아가 말했겠지. “자네, 나를 알지 않나. 나는 오이를 안 먹어. 근데 나의 아들놈도 오이를 안 먹네…. 허 참, 클수록 나를 많이 닮아가네….”


닮았다는 것은 부분을 맞대어 서로 이어서 맺어짐


얼마 전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나온 개그우먼 홍현희 씨의 남편 제이쓴 씨와 그의 어머니, 축구선수 이천수 씨와 그의 딸. 이건 닮은 수준이 아니라 완전 판박이라 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


Daum백과(주)천재교육/ KBS제공 daum스타뉴스 사진캡처 故신해철과 신해철 딸

얼마 전 닮음에 대한 나의 생각에 애잔한 그리움을 가져온 가족이 있었다. 故신해철은 내가 중학교 학창 시절 좋아했던 가수이다. 1988년 대학가요제에 신선한 이미지로 나타난 그는 학생들의 워너비였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의료사고로 생을 마감한 그의 기사는 한동안 그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얼마 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딸. 그의 딸은 신해철의 미니비 그의 복사판이었다. 정말 그들은 빼닮았다. 외모가 닮기도 했고, 성격도 닮았다고도 한다.


누군가를 연상시킬 수 있는 것


누군가를 기억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닮음의 미학이 아닐까?


닮음은 외모뿐만이 아니라 식성, 하는 행동, 목소리, 말투, 습관, 말할 때 억양, 말의 조, 걸음걸이 등 빼닮은 여러 가지 특징들은 그와 연결된 누군가를 연상시킨다.


닮음이라는 누군가에는 기쁨이 되고 행복이 되고 위안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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