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이 늘고 연륜을 쌓아가는 중입니다

밀라논나

by 수리스타 KM


할머니가 된 기분이 어떠니?
나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왔어.
너도 알다시피 일도 많이 했고, 나는 항상 정돈된 삶을 살려고 했던 거야.
나도 피부관리를 꾸준히 해왔지만 내가 살아온 삶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게 기뻐. 이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살아가는 중인 것 같아. 그러니까 나이가 주는 아름다움이랄까. 나는 이제 70이 됐고, 내가 이 주름을 얻었다는 게 행복해.

좋다! 너무 아름다운 말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똑똑하게도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친절히 나에게 안내해주었다. 그 똑똑함에는 나의 의사는 배제되어 있다. 마치 본인이 나에 대한 취향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매일매일 새로운 영상을 나에게 소개한다. 그런데 그것이 딱 맞아떨어진 날이 있었다.

며칠 전 유튜브를 클릭했더니 알고리즘이 나에게 ‘밀라논나’라는 영상을 소개해 주었다. 어디서 본듯한 세련된 할머니. 백발의 커트머리. 눈빛으로 드러나는 자신감은 그녀의 외모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고, 나의 손가락은 알고리즘이 안내해준 ‘밀라논나’를 클릭했다. 처음엔 그냥 호기심 반으로 시청을 했는데 나를 10분 만에 그녀의 구독자로 만들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리 긴 말이 아니어도 가능했다.

누구나 추구하는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의 정의를 아주 명확하게 이야기를 해주었고, 그 이야기를 보는 나는 마음의 위안을 느꼈다는 듯이 할머니의 구독자가 되었다.


할머니가 친구를 만나 이야기도 하고 손주에게 선물도 주는 그런 영상을 보고 난 뒤, 나는 뭐에 홀린 듯이 밀라논나의 영상을 몇 개 더 시청했다. 그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음 검색창에 ‘밀라논나’를 검색했다. 내 생각보다 꽤 유명한 분이셨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자주 시청했던 ‘유 퀴즈’에도 나오셨었던 분이셨다. 그래서 어디서 본듯하게 느껴졌었나 보다.

밀라논나의 본명은 ‘장명숙’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밀라노에 패션 디자인 유학을 떠난 분이셨다. 1952년 생으로 올해 나이는 70세. 우리나라에 ‘페레가모’ ‘막스마라’ 등의 이탈리아 브랜드를 한국에 안착시켰고, 대한민국과 이탈리아의 패션 교류에 공헌을 한 분이셨다.

패션 디자인 일을 하신 분답게 개성 있고 멋있는 패션이 눈길을 붙잡았다. 나는 첫인상에서 그녀의 카리스마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메릴 스트립처럼 느껴지기도 하였으나 밀라논나의 말투와 억양은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영상을 보면 밀라논나는 ‘할머니’라는 말과 ‘아미치(amici는 친구들)’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할머니는…’이라고 말을 이어가는 것이 많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할머니라는 말을 들을수록 할머니스럽지가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녀가 말하는 아미치의 느낌이 난다. 이 편안함이 밀라논나의 매력인가? 나이를 뛰어넘어 친구해도 될 정도의 매력을 풍긴다. 그런데 그녀는 영상 후반부에 주옥같은 말들을 쏟아낸다.


Timeless wisdom 시간이 갈수록 쌓이는 내면의 아름다움
Ageless beauty 나이와 상관없는 아름다움

20대는 20대의 아름다움이 있고, 30대는 30대의 아름다움이 있고,
70대는 70대이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친구가 얘기를 해줬다.

어떻게 안 늙겠어?
잘 늙으면 되지..

잘 늙는 거 이상의 아름다움은 없다고 생각해요.

20대의 아름다움과 70대 아름다움을 비교할 수 없지. 젊음을 뭘로 쫓아가.

하지만 이 세상의 연륜도 뭘로 못 쫓아가요.
그건 잘 살아본 사람이 풍길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더라고요.
할머니는 그런 아름다움을 풍기려고 노력은 하거든요.
live now!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간이니까 각자 자기 나이를 아름답게 찬란하게 생각하시면서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나를 구독자로 만든 밀라논나의 말이었다. 한 문장 한 문장에 연륜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젊음이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나이마다 아름다움이 각자 나의 나이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생활하면 된다는 뜻으로 나에게 전달되었다. 예뻐지는 것은 의학적인 기술로 가능할 수 있지만 아름다움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또다시 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현재의 순간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지금이다!


‘현재’라는 ‘소중한 선물’은 늘 그곳에 있다. 언제든지 원하기만 하면 그는 그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선물> 중에서 -스펜서 존슨 지음-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늙고 싶다는 기대

쉽지 않은 현실


이런 것이 뒤범벅이 되면서 살아가고,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나이를 먹기도 하지만 나이를 먹고 싶다고 해서 먹을 수 없는 것도 나이입니다. 그렇기에 나이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있고 그것이 연륜이라는 것으로 빛이 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나 잘 늙고 싶다는 생각을 머리나 가슴으로 하면서 살아가지 않을까요.


잘 늙고 싶지만 늙는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로 생각되는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체력이 약해지고, 모든 기능이 노화하고….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서 자꾸 잃어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무언가를 얻을 있다는 것은 선물인 같습니다.


옛말에 ‘나이 먹을수록 지혜를 얻는다’고 했지만 노년에 지혜라는 것은 늙는다고 그저 생기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꼰대’라는 말들이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사회적인 경험들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때론 ‘경험’이 하나의 커다란 무기처럼 사용되기도 합니다. 해 본 사람은 자신이 정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전달한다면 이때부터 꼰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차곡차곡 쌓은 연륜으로 주변에 누군가 힘들 때 적절한 조언과 함께 멘토가 되어주면 좋겠지만 이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누군가 대화를 원한다면 일단 그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경험이 풍부한 혹은 먼저 경험한 어른들은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더 좋아해서 그런지 듣기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하다 보면 조언은 충고가 되기 쉽고, 그러다 보면 소통이 아닌 불통이 되며 멘토가 아닌 꼰대가 되기 십상입니다.


지금 우리는 90세를 넘기신 어르신들을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고, 노인의 범주가 점점 확장되고 있습니다.

진짜 어른이 뭘까? 잘 늙는 게 뭘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동안 먹은 나이가 나의 가치를 올리는데 보태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저도 누군가에겐 어른이고 잘 늙고 싶다는 생각을 오늘도 하게 되네요.


늙는 , 소통하는 , 나이에 맞는 아름다움, 지금 현재에 대한 감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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