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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전부였고, 전부다.

by 복덩이훤라

"네 나이에 무슨 사랑 타령이야~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나?!”


사랑, 언제부터 나이 제한이 있었을까? 지금 나이에 사랑을 노래 부르면 속없는 사람이 되는 분위기가 맞는 것일까?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랑의 감정.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감정을 한 단어로 말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닐까?!


호기심과 설렘으로 시작된 감정. 점차 뜨겁고 열정적으로 서로를 향해 불타오른다. 어떤 말이든 행동이든 예쁘고 멋있다. 그(그녀)를 생각하면 저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리고 안 보던 거울도 자주 보게 한다. 좋은 기분 탓에 타인에게도 친절해진다. 심지어 평소보다 적게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

신체의 반응은 또 어떠한가. 나란히 길을 걷다 우연히 스쳐 지나가며 상대의 손이 닿는 2~3초 되는 짧은 순간을 우리는 정확히 인지한다.


그(그녀)의 손이 닿았다!


처음 손을 마주 잡은 날, 서로의 입술과 입술이 마주하던 밤, 서로의 욕망을 더 진하게 확인했던 그날 그때의 떨림과 흥분감을 기억하는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즐거움, 행복감, 떨림, 소중함, 든든함, 안정감 등등. 이 모든 감정이 연인들의 로맨스적 사랑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우정은 연인이 주지 못하는 다른 결의 좋은 감정을 준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존재 자체에 대한 깊은 고마움과 연민을 느끼게 해 준다. 이성적 감정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동성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던 그 순간 *필리아(philia) 사랑을 경험했다.

(필리아: 필리아(고대 그리스어: φιλία)는 우애(友愛) 또는 형제애(兄弟愛)로 옮겨지며, 아가페, 에로스, 스토르게와 함께 고대 그리스에서 말하는 사랑의 네 가지 종류 중 하나이다.)

사랑은 상대를 위한 조건 없는 희생도 가능하게 한다. 어느 한쪽이 온전히 희생하기도 한다. 주위사람 모두가 반대하는 선택일지라도 올바른 선택이라 믿으며 기꺼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친다. 자신의 이익을 따지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온전히 내어준다.

가수 이승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노래의 모티브가 되었던 사연. 2006년 5월 MBC <휴먼다큐 사랑>에 나온 한 커플의 이야기이다. 암에 걸려 2년 넘는 투병생활을 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여자와 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식을 하기로 한 날 병세가 악화되어 결혼식은 취소되고, 이틀이 지나 여자는 세상을 떠난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사랑이야기였다. 방송 10년 후 여전히 혼자인 그에게 PD가 왜 혼자냐 묻자 그의 답은 이러했다.


"저에게는 그냥 선녀가,

선녀의 옷깃이 바위에 스치는 일이

한번 일어났던 걸로 감사해요. "

PD의 물음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를 회상하는 그의 눈동자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긴 밤의 약속' 저자 이진휘 님의 사랑도 그러하다. 2014년 뇌출혈로 온몸이 마비된 연인을 10년 넘게 돌보고 있다. 아버지와의 갈등에서도 연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아들의 고생을 지켜보는 것이 당연히 괴로울 아버지. 몇 년 동안 연락조차 하지 않고 지냈던 이진휘 님의 아버지는 사랑을 몰라서가 아니다. 자식을 향한 그 누구보다 가슴 아팠을 부모님의 사랑이다.


10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사랑은 말이 아닌 결심과 행동으로

이루어가는 과정이라는 것.(긴 밤의 약속/ 이진휘)


사랑이 가진 또 다른 이면은 가장 깊은 상처를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한순간 빠져들게 했던 상대의 매력에서 빠져나오며 콩깍지가 벗겨지는 순간. 더 이상의 설렘이 없는 것이 사랑이 식은 거라 생각한다. 때로는 색다른 느낌으로 나를 흔들며 다가오는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기도 한다.


지난날 귓가를 달콤하게 만들며 웃음 짓고 행복하게 만들었던 사랑의 약속들은 산산조각이 난다. 사랑의 흔적을 가진 모든 조각들이 다시 나에게 꽂힌다. 분노, 우울감, 상실감과 자존감까지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은 목을 조르며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심장을 쥐어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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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삶이 나를 배신한다. 인간의 노력과 의지로는 극복할 수 없는 상황들이 펼쳐진다. 마치 사랑의 한계를 시험해 보듯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증명하라는 듯 끊임없이 파도가 몰아친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모든 것을 내어주기도 했고, 모든 것을 빼앗고 파멸시키기도 했다.


인간이 느끼는 최상과 최하의 고통을 느끼게 해주는 사랑. 최하의 감정을 겪었다 할지라도 인간은 망각의 존재이기에 다시 또 사랑할 힘을 얻는다. 이번 생에 최고의 사랑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누군가로부터 보살핌과 사랑받는 기분이 좋고, 상대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혹은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아도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 서로가 서로에게 '우리'라는 소속감을 느끼며 나를 위해 그리고 상대를 위하며 살아가고 싶다. 상대에게 최고의 파트너가 되는 사랑이 하고 싶다.


눈을 통해 사랑을 보고

말을 통해 듣는다.

몸을 통해 사랑의 온도를 느낀다.

사랑은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으며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사랑은 입체적이다. 사람을 통해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통해 나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게 만든다. 우리 모두를 연결한다. 사랑은 소모적이지만 결코 사라지는 법이 없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지만 분명히 우리 가슴에 존재하며 모든 이가 죽기 전까지 갈망하는 것. 살아가면서 절대 잃지 않고 가슴속에 품고 살아야 하는 것. 우리 모두의 소명.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그대는 어떤 사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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