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복은 필수
털모자를 쓰고 수면양말을 신는다.
이불을 목위까지 덮고
두 팔을 몸옆에 바짝 붙여
바람이 몸속에 스며들지 못하게
최대한 막아본다.
뺨은 차갑고 코가 시리다.
털모자로 막을 수 없는
차가운 공기가 머리카락을 스친다.
이불을 얼굴까지 덮으니
숨이 막히고
숨 막힘을 피해보고자
팔을 올려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허리를 잔뜩 웅크려 얼굴을 숨겨보지만
답답함에 몇 분을 참지 못하고
다시 얼굴을 내놓는다.
이불속 공기와 너무 다른
방안의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다시 덮친다.
내복과 잠옷에 조끼까지 껴입으니
몸을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옷들이 등에 거슬려 뒤척거리다
결국 조끼를 벗어던진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
발밑으로 던져버린 조끼를 가져와
암홀(Armhole) 부분을 얼굴에 맞춰본다.
나름 괜찮은 얼굴용 바람막이가 된다.
여기는 남쪽나라 북극방
추위 그까짓 것 아무것도 아니라며
내복도 안 입고 지내온 사람도
내복을 입게 만드는 그곳은
몇 년 전까지
어머니 아버지가 주무시던 방.
당신네 가장 따뜻한 아랫목과
장롱 속 이불 중 가장 두꺼운 솜이불을
내게 양보해 주시며 따뜻한 사랑이 있었던 그 방.
코끝을 스치며 지나가는
차가운 공기를
그들의 사랑을 방패 삼아
견딜 수 있었던 그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