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by 사십대 소녀


남편은 나의 첫번째 허들,

극복해야 할 첫번째 숙제이다.


예를들어,

게을렀던 남편이 요즘들어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더니 줄곧 일찍 일어난다.


새벽녘 부지런히 기상했던 나는

아이들의 취짐 시간이 뒤로 늘어짐에 따라

자연스런 수면부족 현상으로, 그렇게 이어진 체력저하, 게을러짐 등의 이유로

남편보다 늦게 일어나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난 남편은

수영을 하거나, 산책을 한 후,

집에 들어와 본인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머, 아침을 만든다거나

어찌보면 모범적인 아침의 일상인데,

난 그 음악소리에, 그 밥하는 소리에, 화장실 왔다갔다 물 내리며 왔다갔다 소리에 깨어

짜증이 아침부터 폭발


사실 깨기 전부터,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지 못한 나를 자책하고 있음을 안다.

고요한 아침을 맛보지 못하고 늦게 일어난 내게 짜증, 자괴감, 후회 등등의 그 날 것들이

그것들의 진심을 숨긴 채, 남편에게로 화살이 되어 날아간다.

고요한 나의 아침을 니가 왜 망가뜨리냐.


예전부터 그렇게 좀 부지런해져라 노래를 불러음에도

막상 거실 한 중앙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모습이

웰케 꼴 보기 싫을까

그냥 예전처럼 늦게 일어나는 편이 낫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참으로 간사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마음을 마주한다.


결혼을 하고 삶이 힘들어지는 이유는

내 멋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내 일상에 덕지덕지 붙기 때문이다.

그것들 중, 좋은 것들, 감사한 것들은 그저 당연하게 내 몸의 일부처럼 여기고

그 중 불편하고 싫은 것들만 떼어내려 하니

삶의 이치에 맞을 수도 없거니와

침착하게 잘 생각해 보면,

간사하고 이기적인 나란 인간의 속에서 솢구치는 허물과 허점과 진솔한 감정을 마주하지 못하고

참으로 비겁하게 남을 향해 화살을 꽂으며(그것도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그걸로 위안삼아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우리네 삶의 습관적인 모습 아닐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막연히 흡수하고 알고 있던 '사랑'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아이들의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실된 사랑임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이성간의 사랑.


남과 남이 만나 부부가 된 관계 속의 남편

설레고 보고싶고 너무 좋아 죽겠는 그런 사랑이 풋 사랑이라면

미운 정, 고운 정, 싫은 정, 오래된 정 그것들의 집합체

그것들을 통해 형성되는 깊이 있는 감정과 배움과 깨달음과 성숙함이

진정한 나를 보게 만들고, 좀 더 깊이 있는 나로 성장해 나간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기에 사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고,

그러기에 사실 모든 것이 소중한 것.


사실 이를 통한 나란 인간의 지혜로운 성장이 '결혼'이란 틀의 가장 큰 축복인데

우리는 결혼을 '사랑'과 '행복' 의 이미지로만 얕보고

그것들에 목을 메며 살아간다.

결혼의 힘듦은 마치 결혼의 실패인양.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사랑'의 감정이 사라지면 뭔가 잘못된 것인 마냥.


결혼과 사랑은 아니 세상은 그렇게 쉽게 그 속내를 내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 무엇이든 모두 다, 그것들의 정의는 내가 발견해 나가야 할 뿐.


암튼,

매일의 일상 속 가장 자주 마주치는 남편을

한껏 웃으며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있을 수 있을 때

그때 나도 한 단계 성장하게 되는 것으로 믿어의심치 않는다


그대로 있는 남편을 보며

넘어야할 언덕이라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ㅎㅎ

다시 한번 이 안에 발전이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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