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중요한 결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시기에 했다. 결혼이란 제도를 잘 살펴보지 않은 채, 나 자신을 모른 채, 그 중요성에 대한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미성숙하게 결혼을 했다.
결혼이 얼마나 중요한 선택인지, 어떤 변화를 야기시키는지, 나 스스로와 마주보고 충분한 논의 끝에 결정해야 할 일이었는데, 별 생각이 없었다. 결혼을 함으로서 독립하여 내가 살고 싶은 방식 대고 살고 싶은 생각만 있었다. 결혼을 통해 독립과 자유를 이루려는 심산이었는데 반대로 결혼이 그것들의 족쇄가 될 수도 있음을 한치도 의심해 보지 못했다. 그 당시 나는 어렸고, 다양한 경험이 부족했기에, 중요하게 봐야 할 가치들에 대한 기준도 없었고 통찰력이 부족했다. 나이가 들면서 40이 된 이제서야 나의 우선순위들과 가치관들이 조금씩 굳건하게 확립되고 있음을 알아챈다.
나와 달리 적극적이고, 활발하고 실천력이 빨라 보였던 남자친구를 통해 나는 나의 삶의 변화를 이루려 했다. 결혼 시 많은 것을 고려하지 않고, 긍정적인 성격과, 밀어붙일 수 있는 실천력을 가장 큰 가치로 두었고 그것들을 수단으로 내 삶의 변화와 행복을 얻으려 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아닌 타인을 통해 얻는 변화는 그 넓이가 제한적이고, 깊이가 얕음을 확인했고,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방식의 변화는 수박 겉 핥기 식 밖에 되지 않음을, 의존이란 리스크를 껴안은 채 진정한 나의 발전과 성숙, 행복으로 이어지기가 힘들 다는 것을 깨달었다.
나는 결혼을 얕잡아 보았고, 나를 모른 채 결혼이란 체계로 들어가 갑작스러운, 내 의도와 상관없이 종용 되는 예상치 못한 변화들과 맞닥뜨렸다. 결혼이란 이벤트 하나로 내 선택과 상관없이 줄줄이 따라오는 인간관계들과 관습적으로 이어져 오는 그 관계 속 무언의 압박들이 선택이 아닌 의무처럼 치부되는 사회적 잣대 아래서 나는 답답함을 느끼고 가슴 한 켠 여전히 결혼이란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나를 모른 채 하는 결혼의 위험성에 대해 알려준 이는 없었다. 누가 결혼에 대해 충고를 해줬는 들 본인의 경험 속 깨달음 없이는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는 게 사람의 본능이니 별 의미가 없었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고 책임이 뒤따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미성숙하게 결혼을 한다. 어려야 뭘 몰라야 결혼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어느정도 맞는 말이다.
사회에는 룰이 존재한다. 사회는 사람들에게 이 룰에 맞춰서 살라고 지시하고 달래며 사람들은 별 의심없이 그 룰에 따라 살아간다. 결혼이란 부모님께 효를 다하는 의무, 하나의 규칙과도 같았고, 그 규칙을 따라 행하고 살아감에 따라 나의 현실은 우리 엄마아빠의 현실과, 친구들과 동료들의 삶과 서로 비슷해지며 고만고만하게 살아가게 된다.
만약 내가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내가 상대적으로 다른 친구들에 비해 유난히 결혼이란 틀에 갑갑함을 느낀다는 것을 결혼 이후 알아챘다. 결혼을 통해, 내가 얻고자 했던 것들은 쉽게 얻어지지 않았고, 나의 의무만 짐들만 가중되는 듯한 느낌에 결혼으로 변화된 내 삶을 인정하기 싫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면서도 가끔 이 체재에서 벗어나 훨훨 나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이런 나를 보며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결혼이라는 경험.
나는 결혼이란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현재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나란 사람의 성공과 발전은. 나란 사람의 행복은. 나 스스로가 그걸 이루려는 주체가 되어 이루어졌을 때 충만하게 느낄 수 있음을 깨달었다. 그리고 모든 인간관계에서는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것. 어떤 관계이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일방적이라면 그 관계는 쉽게 무너 질 수 있다는 것. 세상에서 그냥 얻게 되는 것은 없다는 것. 쉽게 얻는 것은 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에 따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연습을 해야 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그 속에서 나란 사람을 찾게 된다.
가족이란 형태로 얽매인 인간관계는 내가 그 틀을 통제할 수 없음에, 내 선택권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음에 아직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색하다. 무언의 전통적 압박감을 회피하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이것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나의 고민거리다.
결혼으로 인한 자유를 속박당하는 듯한 느낌은, 그 틀에서 벗어나고 싶음은 내가 아직 베풀 줄 아는 아량이 부족함에 따른 이유도 있음을 파악했고, 이것으로 부터 나를 지키고 위해서는 내가 나의 능력을 키우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 결혼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내게는 필요하지 않다고 줄 곧 외쳤던 아이라는 기적으로부터 깊은 행복과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랑을 선물 받았고, 그 것은 내 삶의 가장 큰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아이들은 나의 가장 큰 성장의 동력이며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주는 일등공신들이다.
뭣 모르던 시절에 한 결혼으로 나는 지금의 내가 있다.
만약 내가 결혼을 안 했더라면, 혹은 결혼을 한 후, 그 답답함을 못 이겨 뛰쳐나가 버렸더라면 지금과 다른 어떤 모습의 내가 서 있었을까?
궁금하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나의 현재의 삶에서, 결혼이란 틀을 통해 얻은 나의 소중한 사랑들이 옆에 버티고 있기에, 과거로의 회상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결혼이란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기게 되었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 그 안에서 또 행복을 찾아 떠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현실에 순응하며 이렇게 살아간다.
회사 생활도 1년 했을 때와 10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험이 다르듯 결혼생활도 그렇다.
나와 맞지 않다고 외치며 10년 이상 질질 끌고 다녔던 회사 생활에서 나는 많은 것을 얻고 배우고 성장했으며 또 많은 것을 잃었 듯, 결혼이란 틀 안에서도 나의 속은 그리 평탄치 많은 않았다.
세상에 쉬운 게 어디 있을까.
나의 삶에서 내게 맞지 않는 것을 질질 끌고 다닐 필요는 없다.
그에 따른 해답을 찾아 지혜롭게 행동하고 대처하기를 내가 나에게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