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머리를 2주전 짤랐다.
머리를 싹뚝 짜르면 뭔가 쓸데없는 잡념과 산만함이 사라질 것 같은 예감에
그냥 뭐라도 변화를 줄까 충동적으로.
항상 하기 전에는 기대에 부푼다.
사실,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마치 미용사가 신이라도 되는 듯,
내 얼굴을 보면 척~ 하니 나한테 딱 맞는 스타일을 해줄 거라는 헛된 믿음을 안고.
그러나, 아무리 헤어전문가라도 나도 모르는 나의 마음을 정확히 읽을 수 없다.
나는 항상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더 예뻐질 것만을 기대하고 가므로, 매번 실망한다.
어쩜, 머리 헤어스타일이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내 얼굴이 문제일 수도 있는데,
내 얼굴의 문제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애꿋은 미용사만 탓하기 일수다.
암튼, 새로운 스타일에 그렇게 실망해도, 보통 하루 이틀 지나면 적응하는데, 이번에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 빼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머리,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래도, 2주 동안 버티고 버티다가 어제 아침, 아 그냥 싫다.
이런 싫은 기분 느끼기도 싫어.
미용실에 또 갔다.
앞에서는 호호 웃으며 마음에 든다며 리뷰까지 올려드렸기에
그냥 예약 가능한 다른 미용실에 가서 비싼 돈을 또 주고 뽀글거리던 머리를 피고, 이미 짧아 어찌할 수 없는 머리를 더욱 더 짧게 짤랐다.
뽀글거리지 않으니 아줌마 같지는 않네.
아줌가가 아줌마 같지 않다고 스스로 착각하는 것도 웃기나 어쩔 수 없다. 한 60대야 내가 아줌마인걸 인정하게 될까. 암튼, 이전보다 나아진 것 같지만, 사실 쫙 펴진 머리에 내 이마 주름살만 더 부각되는 듯 하다.
암튼, 이젠 괜찮겠지. 이제 머리 생각은 그만 하자. 숨을 고르며 평온한 상태로 있는데, 남편의 한마디.
어제 그 머리가 괜찮았는데 왜 머리를 폈어.
그 소리에 어제 저녁, 오늘 새벽까지
괜히 했나, 어제가 낫었나. 돈 아깝네
이 머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전 머리 스타일은 어땠었지...
똑같은 물음을 수십번 던지고
인터넷에서 이전 머리와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뒤지고 보고
다시 지금 스타일의 연예인을 찾아보고
오늘 아침까지
거울 속 나를 쳐다보며
나의 머리를 쳐다보며
악!!!
나 왜 이러니.
2주 내내, 머리갖고 이러고 있다.
나 요즘 무슨 문제 있니.
지난간 일에 얼마나 집착을 보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일 예다.
한동안 잠잠하다가 요즘 무슨일인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에 한번 꽂이면,
아니 일부러 꽂이려 드는 건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것들에 온 관심을 집중시키며 혼자 끙끙
다른 일들에 집중을 못하고 있다. 산만하다.
누가 내 머릿속을 조정하고 있는건 아닌지.
다시 정신병에 걸렸는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머리에 집착하는 지금의 모습이
과거의 집착하던 내 옛 모습의 재현이다.
이미 지나간 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일,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은 일들에 집착하는 나. 왜 이러니!!
내 머릿속에 누가 들어가 있니
나와라, 나와라........!!!!
한평생 살면서 한 머리스타일을 고수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이 머리도 했다가 저 머리도 했다가 유연성을 갖는 것이 중요
나한테 안어울린다고 안할 필요도 없고
나한테 맞는 찰떡같은 머리도 계속하면 식상하다.
결국, 마음을 열어야 한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특히 머리 같이, 어찌보면 사소하고 별 중요하지 않은 일에
온 마음을 걸며 신경쓰는 거 보면
어리석거나, 피하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다거나
아님 그냥 일상적인 나의 삶의 행태를 보여주는 것.
본인에게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들에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집착하는 것.
예전모습이 그대로 다시 재현되고 있다..
나.. 지금
무엇이 조급하니.
근데 괜찮다.
이렇게 인지하고 있으니 괜찮다.
이것이 어떻게 변화되고 바뀌어지나 보자.
헛되고 필요없고 쓸데없는 마음은 없다.
다 모든 것들은 다음을 위한 준비과정이니깐.
인지하고 지켜보자.
모든 일들에 열린 마음으로 임하자.
이것이 오늘의 결론.
머리 스타일에 더 이상 집착은 끝.
열린 마음으로 예쁘게 바라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