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리 새벽기상을 사랑했을까.
2023년, 작년까지만 해도 해가 봉긋이 얼굴을 드러내기 전, 새가 짹짹거리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전, 아직 모두가 잠든 어두컴컴한 새벽녘은 나만의 시간.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하루를 계획하고 찬찬히 밝아지는 빛을 마주하며 모두의 아침을 맞이하던 그 시절. 그때 뭔가 참으로 보람차고 행복하고 충만했었는데, 요즘엔 왜 이리 새벽에 일어나는 게 힘든 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마흔이 되고 보니 이제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명확히 알 수 있다.
세상이 밝아지기 전 또 다른 세상 안에 덩그러니 홀로 놓여졌던 그 새벽녘의 시간이 나를 성장시켜주는 나에게로의 몰입의 시간이라면, 요즘들어 하는 달리기, 달리기 역시 졸고 있던 열정의 세포들을 깨워주어 슬럼프, 게으름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이끌어준다.
작년부터 종종 일주일에 2~3번씩, 30분~40분가량 달리기를 해 왔는데, 쉬지 않고 달리기가 처음엔 5분도 힘들었는데, 요즘엔 몸 컨디션에 따라 20분에서 30분.
차차 오래 달릴 수 있게 되는 것도 뿌듯하고 보람 깊지만, 아무 생각없이 음악을 들으며, 혹은 음악 없이 주위 소음 아래 나의 호흡에 집중하며 뛰는 행위는 현실세계에서 벗어나 또 다른 세계로의 이행인 것 같아 참으로 매력적이다. 사회의 갖가지 소음과 외침 아래 놓인 우리의 삶은 다른 이들과의 비교 경쟁 선상 위 펄럭거리는 깃발처럼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불안감을 호소하는데, 달리기는 이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분리시킨다. 달리는 동안은 오직 나와의 싸움만이 진행 될 뿐이며, 아무것도 날 방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달리기를 마친 후엔 변함없이 현실 세계로 다시 돌아온다. 눈 앞의 것들이 다시 눈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달리기를 마친 후의 걷기는, 마치, 내가 널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겠냐? 하며 보호자를 자처하는 듯, 내 안의 모든 불안감과 걱정, 생각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그것들을 나와 분리되어 다룰 수 있는 힘을 내게 심어준다. 달리기를 하면 할수록, 종아리에 알통이 뽈록이 튀어나와 굵어지는 만큼, 그만큼 마음의 알통 역시 튀어나와 나를 지켜주는 듯. 그래서 종아리가 두꺼워져도 난 괜찮다 괜찮다. ㅎㅎ
새벽 기상과 달리기 외에도 나를 궁국적으로 행복하게 해주는 몇가지가 더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이것들의 공통점은, 하기 힘들어도 애써 하면, 참기 힘들어도 참고 하면, 일어나기 힘들어도 일어나면, 힘들어도 달리면, 힘들어도 공부하면, 결국 그것이 나를 성장시키고 행복하게 해 준다는 것.
거저 얻은 꽁짜는 소중함이 결여되어 있으며,
힘겨움이 없는 꽁돈은 별 의미 없이 막쓰게 되어 있다.
힘겨움의 가치를 아는 내가 되어 너무 감사하다.
내일도 힘들어도 달리기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