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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고 싶니

by 사십대 소녀
화면 캡처 2020-11-12 170540.jpg


매일 아침은 분주하다. 아이들 깨우고 옷을 입히고, 뭔가를 먹이고, 씻기고 가방을 챙기고 유치원 버스를 타러 후다닥 소리치며 끌고 나간다. 그러다 오늘 아침 문뜩, 반복되는 아침 루틴에서 벗어나 커피숍에서의 은은한 모닝 커피 한잔이 하고 싶었다. 때마침, 재택근무 하는 남편 찬스를 사용했다.

늦가을 쌀쌀한 아침 공기가 너무 상쾌하니 좋았다. 모두가 분주한 아침 시간, 여유롭게 커피숍으로 향하는 가벼운 발걸음은, 남들에게 메롱~ 하는 나만의 작은 즐거움이다. 행복하다.



몇일 전 친구와 상상놀이를 했었다. 너무나도 뻔한 돈에 대한 이야기다. 만약 돈이 엄청 많아진다면, 만약 복권에 당첨되어 셀 수 없이 많은 돈이 우두둑 내 손안에 떨어진다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뻔한 질문 속 뻔한 답변이 오고 가고, 결론은 뭐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뭐 이런 형식적인 멘트로 끝났다.


그런데 정말 돈이 많아지면 삶은 행복해질까? 나는 왜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일까?


조용히 내게 다시 질문을 했다.


뭐, 돈이 하늘에서 우두둑 떨어진다면, 별 근심 걱정없이 후련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몇 년 동안 여행을 다니겠지. 아니, 이젠 아이들이 있으니 여행은 자유롭게 못 가더라도 돈을 팍팍 쓰며,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삶을 즐기면 살 수 있겠지...

그런데 삶을 즐긴다는 것은 어떻게 산다는 것이지?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난?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건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서 잠시 생각을 했다.


당연히, 내가 할 수 있는 행동과 선택의 영역은 넓어지겠지. 선택의 유연성이야 말로 행복한 삶의 조건이니. 지금보다는 무조건 행복해질 테지.


뭐, 어느정도 동의한다. 심적으로 좀 더 여유로워지겠지. 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면의 나는 동일한데, 삶의 공백이 얼마나 채워질 수 있을까, 진정?


내면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돈이 내게 얼마나 큰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여행을 다니고, 좋은 집으로 이사 가고, 좋은 차로 바꾸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생색을 내고 밥을 사고 선물을 하고. 남은 돈은 은행에 주식에 부동산에 넣어두겠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 속, 커리어 측면에서는 더 큰 발전을 이룰 수도 있겠지만, 그 반대되는 상황도 충분히 맞닥뜨릴 수 있으며, 그러고보면 결국, 실질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행복한 삶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에 내재되어 있는 삶에 대한 고민과 공허함은 그대로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날 갉아먹고 있을 테고.


뭐, 많은 돈이 생겼을 때 내가 할 것으로 예상되는 행동과 선택 역시, 사실 지금의 상태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음에도. 그러면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음에도 가지각색의 핑계와 이유를 들어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두려운 마음과 게으른 마음으로 합리화의 동굴로 들어가 현실의 가능성을 왜곡 한 채 살아간다.



사실 나는 돈 많은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저 사람 잘 산대.

차도 좋고, 잘 사는 듯 해보이면, 나도 모르게 디폴트로 부럽다는 감정이 순간 들기도 하지만, 그런 돈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알아가다 보면, 차츰 처음의 부러운 감정은 이내 사라진다. 돈이 많다는 것은 단지, 좋은 집에서 살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뿐임을, 돈의 빛남은 그 사람 스스로가 지닌 내면의 아름다운 가치의 깊이와 병행되었을 때만 반짝반짝 빛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와 본인의 가치를 분리해서 볼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야 말로 진정 멋진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 속 배움과 깨달음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 어제보다 나은 나로 성장해감에 감사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의 결과물은 하나가 아닌 둘이다.

성장의 기쁨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삶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


사실 뭐, 부자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뭐 아무렴 어때.


나는 어쨌던 내가 부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돈의 가치와 본인의 가치를 분리해서 볼 수 있는 사람.

돈이 많음에 연연 해하지 않고, 내면을 항상 바라보며 성장하는 사람들. 겸손하며 감사할 줄 아는 넉넉한 그릇의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어찌 돈이 따라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세상에는 수도 없이 이런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지만.


그런 사람 중 한 명이 되어 보자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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