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퇴직 의사를 밝혔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가는 길에 회사 관련 뉴스를 찾아 읽어본다.
내게 떨어질 콩고물 어디 없나. 눈 딱 감고, 1~2년만 버텨볼까. 희망퇴직이다 뭐도 말도 많은데, 아무것도 못 받고, 이렇게 내발로 걸어 나가는 거, 이거 괜찮은 거니.
자꾸 콩고물에 미련이 생긴다.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발 밑에 떨어진 양 미련을 못버린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콩고물. 내 것도 아닌데 사람 목을 빼고 기다리게 만드는 마력이 있네 ㅎㅎ
막상 사직서를 내려니, 불안한 감정이 나를 휘감는다.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두려움 곁에는 과거에 대한 후회, 안타까움, 회사생활에 대한 미련이 뒤섞여 있다. 길다면 긴 시간동안 여기 업계에 이렇게 버텨있을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목적을 가지고 좀 더 의미 있게 다닐 걸. 하는 후회 한 조각. 그런데 내 인생 속 회사경력은 여기가 마지막일까. 솔직히 여기서 멈추기엔 아쉽지 않니. 좀 더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심, 맘속에 잠재된 열정만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과거에 대한 아쉬움. 좋은 사람들과의 어울림 속 성장, 배움, 소소한 즐거움. 체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사회적 안정감.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가장 아쉬운 건 돈인가. 금전적인 것들 그리고 사회적 타이틀이 주는 안도감.
한가지를 얻으려면 한가지를 버려야 하는 예시는 우리 주위에 충분히 널렸음에도, 절대 고쳐지지 않는 익숙한 습관처럼, 두가지 모두 손에 쥐고 버리고 싶지 않은 욕심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저울질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맘 속 구석탱이 꽈리를 틀고 앉아 교활하게도 거저먹고 싶어 하는 마음 역시 혀를 날름거린다.
배움과 성장을 통해 나와 세상을 배우며 살아가는 것이 삶의 목표라며, 그러기에 무엇이든 시도함에 두려울 것이 없다고 큰소리를 땅땅 처대면서도 힘듦을 다시금 수용하는 건 그리 쉽지 않다.
육아휴직의 틀 안에서, 회사에 발하나 얹어 놓고, 심리적 안정감과 사회적 소속감 속 너무 여유를 부렸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 틀을 잡고, 휴직의 끝까지 슬렁슬렁 왔다.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다며 육아휴직에 들어왔는데, 또 한 번 돈이 시간을 이겼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미묘한 감정을 뒤로 하고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본다.
할 수 있나.
힘들지만 따박따박 들어오던 월급과 보너스
사회적 울타리, 간판, 정체성.
대학 전공부터 시작해서 20년을 몸담았던 업계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많은 것을 얻었다.
돈, 소속감, 지위, 명예, 사람들…
이런 게 아쉽다고,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들을 손해보면서 회사에 다시 들어갈 수는 없다.
손에 들려 있던 것이 안정적이라고, 새롭게 시도하려는 것을 쉽게 포기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모든 것에는 적응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내가 만들면 된다.
과거로 다시 돌아간 다해도, 내 인생에 행했던 모든 선택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싫던 좋던, 지금 와서 후회되는 모든 선택에는 그 당시 부정할 수 없는 합당한 이유들이 있었다.
그러기에 과거를 부정할 이유도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나란 사람의 성장 과정일 뿐이다. 그 과정을 거쳐 현재의 내가 있는 것이고, 오랜 시간 충분한 내면의 회의 끝에 내린 판단이니 존중하자.
나의 마음을 존중해주자. 그렇다고 억지로 나의 미래를 그릴 필요도 없다. 나의 Gut 이 이야기하는 대로 그대로 수용해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