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올해 말까지, 앞으로 다가올 6개월 동안 온라인 셀링이란 업무를 나에게 Assign 하였다.
까짓꺼 한번 해보자, 뭐.
업무를 할당하긴 했는데, 우려스러운건 직원이 원채 쇼핑을 좋아하지 않고, 관심도 없고, 별로 사고 싶어 하는게 없다는데 있다. 특히나 30대 중반 이후로는 옷이나 신발, 패션용품 구매에도 시큰둥 하다고 한다. 육아용품이나 생활 필수품들, 음식들 등 가정 내 필요한 물품들도 보통 남편이 구매한다더라. 직원은 저렴하고 좋은 물건을 고르는데 결정장애가 있어 시간을 필요 이상으로 잡아먹기에, 별 고민없이 후딱 구매하는 그녀의 남편의 능력을 높이 사 해당 업무를 남편에게 맡겼다고 하는데, 그녀가 아닌 그녀의 남편을 영입해야 하는 게 아닐까.
쇼핑에 관심도 없고 적성도 아니라는 그녀. 이 일을 시키는 게 맞을까? 중간에 너무 쉽게 포기하게 되는 건 아닐까?
이렇게까지 쓰고 다시 읽다가 하하하 웃어버렸다.
물건을 파는 일과 사는 일은 서로 다른 일 아닌가. 서로 다른 의도가 뒷받침된 두개의 다른 일을 왜 “쇼핑”이란 하나의 단어로 붙여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드는가.
잠잠히, 찬찬히 들여다보니 마음이 보인다. 처음엔 의욕적이더니, 실제로 하려고 의자에 앉고부터는 “쇼핑엔 원래 별 관심이 없었어요” 란 말로 미리 나를 방어한다. 막상 하려고 보니 불안하기에. 생소하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 불안한 마음에 처음부터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으며 그것이 마치 사실인양 핑계를 선수 치려 하고 있네.
사실,
온라인 셀러 업무는 예전부터 한번 해보고 싶었다. 회사를 그만두면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 어떤 식으로 운영되어 돈이 벌리는지 궁금했고, 큰 자본금 없이 1인 기업으로 나만의 뭔가를 창조하기에 가장 접근성이 좋아 끌렸다. 어딘가에 묶일 필요 없는 자유로운 느낌도 좋았고, 직업이란 측면에서 볼 때, 꾸준히 하면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기간 내 이뤄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1차적인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일이라 판단했다.
그럼에도 사실, 처음부터 이 일을 하는게 맞는가 고민스럽긴 했다. 내가 궁국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줄을 우선 잡았다. 단순 도구로 사용한다 쳐도, 이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에 호기심이 생겼고, 할까 말까 고민스러울 때는 무조건 해봐야 후회가 없음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배웠기에. 무슨 일이든 해봐야 진정 알 수 있고, 생각은 단지 생각일 뿐임을 안다.
암튼,
사수도 없고, 동료들도 없는 상황에서 교육을 통해 막막함을 없애고자 온라인 강의를 듣기 시작했는데, 들을 때는 이해가 잘 되다가 하려고 하니 고난이 닥쳐온다. 고난이 닥쳐오는 시점부터 예전의 호기심과 자신감과 기대감은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옮겨 타고 있다.
‘이게 되겠나. 아씨. 회사나 다시 들어갈까, 아 이게 될까. 아 너무 생소해 어려워 흑흑흑 흑흑흑’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지금 ‘회사나 다시 들어갈까’ 라고 말한 건가. 내가 말해 놓고서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웃겨서 웃음이 나온다. 지금껏 회사 생활 쉽게 한적 없는데 이건 어떤 시추에이션인가. ㅎㅎ
새로운 업무는 당연히 생소한 법이다. 이 벽을 뛰어 넘느냐, 못 넘느냐가 가장 큰 허들인 것 같다. 경력에서 오는 익숙함과 시니어란 직책 아래 심리적으로 머물러 있던 계단의 끝에서 내려와 다시 사회 초년생이 되어야 하는 과정은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인드와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15년 전, 1~2년차 회사원 시절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사회 속 막내는 어디서든 가장 힘들다. 눈치보고 쭈뼛쭈뼛. 어디를 가든 어색하고 불편하다. 뭐가 뭔지 제대로 이해도 하지 못한 채 시켜진 일을 하는 과정에는 긴장감과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럼에도, 그렇게 힘들지만 버티는 것밖에 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다. 시간이 흘러 적응의 단계에 설 때까지 그냥 버티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문 열고 나가던가.
회사는 한번 들어가면 벽 같은 체계 속에서 쉽게 문을 박차고 나오기는 쉽지 않은 것이 장점이자단점이 될 수 있다. 계약서를 체결하고, 주어진 역할 아래,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의무, 그에 대한 책임과 평가, 보상. 그 체계 속, 하기 싫어도 군말없이 해야 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그러면서 시간 속 자연스레 적응하고 안착하게 되고 그렇게 회사생활을 이어 나간다. 나의 전 회사생활이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온라인 셀링은 전 회사에 비해 너무나도 많은 자율성이 주어진다. 내 멋대로 할 수 있고, 그러기에 쉽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단점이 있고.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일이 많던 적던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던 전 회사 생활과 달리, 새로운 회사 입사를 앞두고, 전에 없는 긴장감과 불안감을 느낀다. 내 발을 굴리지 않으면 나오는 아웃풋이 없지 않나. 전 회사생활이 동료, 상사들, 업계 사람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른 격이라면, 이번 입사는 내게 나라는 존재를 던져 주는 격이다.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라고.
15년 전과 비교해 봤을 때 가장 분명하게 다른 것은 ‘나이’ 라는 숫자이다. 그리고, 그 나이를 하나씩 먹어가며 지금껏 쌓아온 경험에서 얻은 자존감과 자신감, 여유로움, 삶의 가치들에 대한 신념들. 이는 나이 많은 내가 가진 지금의 장점이다. 그러나 단점들도 많다. 너무도 익숙하게 합리화의 패턴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 머리가 너무 커졌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자꾸 꼬투리 잡게 된다.
뭐야, 이 따위 일도 내가 해야 하는 거야. 내가 이 일하려고 회사 그만두는 것 맞나.
사십대란 나이. SNS, 인스타그램 수많은 사진들 속 우아하고 고상하게 보여지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사진들을 보며,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나도 저기 저러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깜빡. 그러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순간 순간 그런 식의 생각에 빠져 내 능력을, 내 의지를, 내 삶의 경험을 나 스스로 제한시키려 하는구나. 나의 생각이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순간의 얕은 유혹에 빠지지 말자.
세상에 쉬운 것이 없지만 시간이라는 약이 있고,
지금까지 익숙해진 모든 일들이 그렇게 익숙해졌다.
온라인 강의를 한번 들었을 때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실제 해보자니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한 번 더 들으니 이해가 좀 더 된다. 모든 것은 이런 식이다.
내심 아무나 할 수 있다며 은근 쉽게 봤던 세상의 모든 온라인 셀러들을 이제는 존경한다.
내가 서 있는 현재의 갈림길 아래, 내 삶의 변화를 이끌어갈 첫번째 도구.
2021년 하반기, 무엇보다 ‘변화’와 ‘성장’ 이라는 슬로건에 집중하여 나 스스로를 Boost-up 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