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 설정

by 사십대 소녀

돈에 대해 생각 해 보았다.


왜 나는 여지껏,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평범한 삶 속 돈에 대한 결핍을 크게 느껴 본 적 없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Thanks to 부모님. 근데 감사해야 하는 걸까. 이것이 무조건 좋은 건가.


여러 쓰잘데기 없는 이유는 차치하고, 평범한 가족 부모님의 헌신으로 교육받고, 대기업 맞벌이로 살아오면서, 생각해보면 나는 한시도 돈과 일을 구분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일을 하면 돈은 당연히 따라오는 ‘보상’이였고, 금전적으로 불안했던 사회초년생 20대 30대 중반까지 ‘부’에 대한 개념은 의미 없었다. 회사에 취직하고 돈을 버는 단계에 안착, 돈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통장잔고가 늘어나는 재미, 금전적 안정감과 기대감,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 등 직업은 내게 노동의 대가를 잊지 않고 따박따박 지급해 주었기에 끊을 수 없는 마약, 일종의 덫 같았다. 돈의 액수, 심리적 만족 여부를 떠나, 그 덕에 어쨌든 최소 나의 통장잔고는 늘어났고 그렇게 버틴 스스로가 애처로우면서도 대견했다. 늘어나는 통장잔고 덕에, 난 크게 사고하지 못했고 변화하지 않았으며 그대로 멈춰 앉아 눈만 굴리고 있었다.


재작년부터 시작된 ‘이젠 회사를 그만둬야겠다’에 대한 결심은, 회사에서 정녕 나의 능력을 펼치고 욕구을 채울 수 있는가. 이 삶의 Path를 미련없이 후회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런 직장생활 내내 되풀이되던 질문공세에, 냉정하게 No 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면서 점차 굳혀졌다. 사실, 익숙함 속 직업은 초반보다 재미있고 쉬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내게 주는 가치, 열정과 관심, 배움의 욕구는 여전히 부족했고, 현재 받는 연봉의 금액이 내 능력의 한계점을 드러내는 지표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낭비되는 느낌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미련한 건지 신중한 건지, 돌다리도 천번 두들기는 내 우유부단 성격에, 난 육아휴직을 신청했고, 작년 내내 방법을 강구했다.


2020년은 이상한 한해였다. 코로나도 코로나였지만, 치솟는 부동산값과 주식으로, 노동의 가치는 평가절하 된 듯했고, 많은 사람들이 회사의 월급을 대체할 수 있는 도구, 흔히들 말하는 ‘경제적 자유’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일을 찾던 나 역시, 일 대신 ‘돈’을 찾기 시작했다. 경제적 자유를 먼저 이뤄야 겠다는 생각에 부동산 경/공매 공부를 시작하고, 사업 공부, 주식 공부를 하며 여기저기를 찔러보기 시작했다.


그런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실행력이 무척 빨랐고, 목표의식이 굉장히 분명해 보였다. 돌다리 천번 만번 두들기기 보다, 그들은 말보다 행동이 먼저였다. 상가 임차를 맞추고, 무인 편의점, 스터디 카페, 고시원, 소호 사무실 등등 투자하고 만들고 시세차액을 얻고 월세 금액을 세팅해 나간다.


나는 뭐가 문제인가. 들려오는 월세 세팅이 부럽긴 하나 지금 당장 빨리 해야겠다는 의욕은 생기지 않았다. 겁이 나서 그런가? 그냥 질러버릴까. 이것이 익숙해진 회사원의 마인드인가.


그동안의 직장생활로 얼마정도의 금액이 통장잔고에 있다는 사실과 일하는 남편이 옆에 있음에 안도하며, 급할 건 없고, 신중하게 생각 먼저 하자. 현재 회사를 그만둔다고 뭔가를 급하게 시작하고 싶지 않는 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어 그런 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명확한 것 하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나의 내면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 돈에 집중할수록, 회사 다닐 때와 별반 차이 없이 행복한 미래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사람은 본인이 그린 대로 삶을 산다고 하는데, 부자가 되려면 부자가 된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부자가 되어 웃는 내 미래의 모습이 여전히 잘 그려지지 않는다. 상가를 사서 임대를 놓고, 부동산 사업을 하고, 주식 투자를 하고. 현금흐름을 만들고. 이런 일련의 과정의 목적이 돈이라면 이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 여기가 끝일 수는 없지 않는가.


뭔가를 실행하고 경험하기전 입으로 왈가불가 하긴 그렇지만, 현시점, 내가 얻은 결론은 결국 내게 있어서 ‘돈’은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경제적 자유란 회사, 시간을 벌기 위한 시스템을 셋업 하는 나만의 회사를 만드는 것이고, 이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이것 자체는 효율적인 삶의 수단일 뿐, 이것으로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함을 직감한다.


일과 돈이 같은 선상에 위치해 시너지 효과를 주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일이 우선순위 일수도, 돈이 우선순위 일 수도 있고 부자가 되는게 꿈인 사람들이 있지만, 돈 많은 게 부럽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부자일수록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지만 어려울수록 더 많은 삶의 깨달음과 지혜를 깊이 체득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며, 뭐 어차피 인간은 모두 이기적이고 모순적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나만의 과거 경험에서 형성된 시각으로 세상을 판단하며 해석하기에, 뭐든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닌가.


사회는 정답이 있다고 외치지만, 삶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사회적 흐름에 휘둘리기 보단, 어떤 방향이 내게 더 편안한지, 무엇을 원하는지, 나만의 행복 포인트를 탐구하며 성찰하며 사는 것에 중점을 두는 인생이 좀 더 의미있지 않을까.


‘얼마만큼의 돈을 버느냐’ 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보다도 ‘무슨 일을 하느냐’에 여전히 난 더 크게 집착하는 것 같다. 그 질문의 답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나의 궁국적인 목표이고, 그것이 성취되었을 때 난 다시 내게 묻고 싶다. 그 일의 성취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좀 더 충만하고 행복해졌냐고.


돈은 나의 가족, 부모님, 아이들을 위해 꼭 필요하다. 많이 벌고 싶다. 부모님께 넉넉한 딸로 무엇이든 해드리고 싶고, 아이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싶다.

그런데 일은, 직업은 나를 위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대단한 것이 아닌, 그냥 삶을 조금 더 내게 의미 있게 만드는 것.

내 눈을 반짝반짝 하게 해 줄 수 있는 것


자꾸 뜬구름만 잡아서 큰일이긴 큰일이다.



삶을 이어가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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