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을 취할 시점

by 사십대 소녀

계획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혼자 하는 일, 사업이란 자신과의 싸움이다.

계획은 꼼꼼하고 원대하게 잘 세워놓는데, 걸핏하면 핑계를 대며 미루는 게 일상이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외로운 나와의 싸움임을 직감한다. 이런저런 자기 합리화 속 나태해지려는 나와의 싸움이고, 나와의 협업이다. 아직은 논의할 사람이 나 밖에 없다.



회사는 갑-을 관계이다. 돈을 받는 근로자 입장에서의 책임의식은 명확하고 정확 할 수밖에 없다. 주인의식은 없었지만 나의 Role, 나의 업무, 책임에 있어서는 엄격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해피 뉴 이어 앞, 내 인생은 어떻게 흐르는지 붙잡지도 못한 채, 의무적으로 올해 내가 성취해야 할 회사 Goal 세팅을 하고, 평가지를 만든다. 그리고 한 해 동안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계별 계획과 세부 일정 속에 업무를 진행하고, 연말이 되면 연말평가지를 열심히 쓰고 어떻게든 잘 보이려 노력한다. 연봉을 더 올리고, 보너스를 더 많이 받고 싶으니까. 승진도 해야 하니 No matter what, 나를 열심히 피력한다.


근데 웃긴 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회사 시니어 직원들은 본인들이 어느정도 일을 잘 한다 착각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를 다닐 수 없어서 그런 걸까. 정신적으로 버티기 위한 본능적 보호 심리인가.


신입이나 주니어 레벨 직원들은 아직 배우고, 업무의 자율성 훈련 단계이기에 그럴 수 있다 쳐도, 윗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사람들의 자기 합리화는 심해진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경쟁 사회 속 무의식적 자기 최면에 걸리는 것인지. 공평이란 잣대를 내세우지만 공평하지 않은 같은 인간들이 내리는 평가 속, 우리는 모두 본인들의 입장을 정당화한다. 가늘고 길게 혹은 굵고 짧게 라도 버텨야 하니, 버티려면 나를 보호해야 하고, 남 탓, 환경 탓,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최면에 걸리고 최면 속 생각은 사실이 된다. Fact, 진실은 사라지고 ‘목소리’ 들만이 여기저기 울려 퍼진다.



내게 있어서 회사는, 비록 내게 맞지 않는 옷이였지만 도태되는 나를 마주할 수는 없었다. 나 역시 그러 듯, 아무도 내가 처한 입장과 내면을 고려해 주지 않고, 앞서 말했듯, 회사는 공평하진 않더라도 능력이란 잣대로 평가하며, 추진력, 판단력, 인간성 혹은 아첨과 요령 등등 다양한 특성으로 인해 서열화 되는 경쟁 사회이므로, 타인에 의해 내쳐지면 심한 좌절감에 빠져버릴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무리 하기 싫던 일이더라도, 일이라는 것은 업무의 반복과 훈련, 시간 아래 무슨 일이든 익숙해지고 수월해지기 마련이고, 열심히 한 만큼의 보람과 성취감, 인정도 따라온 다는 것이다. 어디에나 배움과 깨달음은 있다는 점, 그리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하더라도, 회사 생활을 통해 나의 자존감은 높아졌다.




다음달, 육아휴직이 끝나는데, 회사에 복직할 것인가.

이제 결정을 해야 한다. 사실, 마음에서의 결정은 이미 끝났음에도 그 결정은 입 밖으로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매년, 회사에서 빼먹지 않고 했던 Goal 세팅과 연말평가지를 이제는 나의 인생을 위해 작성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죽기전에 하고 싶은 일 List” 혹은 “Bucket List” 등등도 이런 부류의 작업 중 하나이다.


나의 취업 이후 인생에서, 목표를 설정, 일정을 수립하고 최선을 다해 목표치를 달성, 성과를 내고 평가하며 앞으로의 액션프랜, 비전을 수립하며 일을 추진했던 경우가 대부분 회사 관련 일들이였다는 것을 인정한다. 문제는 회사를 부정했다는 것. 모호한 삶의 목표아래 “현실 속 어쩔 수 없음’ 이란 말로 나의 내면의 외침을 오랜 시간 외면하고 소비적인 삶을 보냈다는 것. 건설적이지 못했고, 게을렀고, 숲을 보지 못했고, 지혜롭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기에. 깨닫는 시기가 빠르다고 좋은 것도, 늦다고 나쁜 것도 아닌 것 같다. 단지, 지금의 갈림길에서 현명하게 대처하길 나 스스로 응원하며.

이제라도 이런 변화의 길로 한걸음 씩 옮길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에 대해 감사하며,


돌다리를 천번 쯤 두둘기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이제는 액션을 취하자고 소리높여 외친다. ㅎㅎ




어제 오후, 따스한 햇살 아래 아이들을 픽업하고 놀이터에서 한가로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이렇게 따스히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행복하다, 감사하다. 무엇으로 이 시간을 대신할 수 있으랴. 했다.


그러고선, 그로부터 한 시간 뒤 . 집에서 귀를 닫아버린 6살 아이들을 마주하며, 혼자 그냥 집 밖으로 탈출하고 싶은 충동도 느꼈다.


뭐든지 100% 좋은 것만은 없다.


내게 무엇이 더 큰 가치로 다가오는가.

생각은 어수선한데, 마음은 아는 것 같다.



삶.jpg

열심히 운동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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