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시간의 자율성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겠지.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아침시간을 러쉬없이, 여유 있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사실 회사를 다녀도 새벽녘에 일어나 뭔가는 할 수 있었다만, 뭐랄까. 심적 여유의 깊이가 다르달까. 여유로움이 금세 북적이는 버스안으로 옮겨타진 않으니깐.
뭐, 아침 일찍 따사로운 햇살 아래 회사 가는 길이 좋았던 적도 종종 있었다만 보통 찬라의 감성적인 순간들로 기억되는 것 같다. 회사 관련 업무들, 발표, 회의 등등 회사가 주는 압박감 속 받는 스트레스는 회사원들에게는 밥 같은, ㅎㅎ 없으면 말이 안 되는 너무도 당연하고 뻔한 데일리 라이프니깐.
한달에 한번은 이불킥, 종종 회사일로 얼굴이 울부락불그락 했었는데 그런 스트레스가 마법처럼 사라졌다니.
회사를 그만두었으니 당연한건데, 그런 삶과 다른, 또 다른 이런 삶이란 게 존재한다 사실에 ㅎㅎ 그러려니 하긴 했으나 초반엔 참 어색했다.
개인적인 삶 외의 것 들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는 삶. 경험해 봤나? ㅎㅎ
현재는 다른 일 준비중이라 이런 삶을 살짝 즐기는 면도 없지 않으나, 여전히 익숙하지 않고 이래도 되나 불안감이 엄습한다. 어떤 종류의 일이든, 일을 시작하게 되면 조금씩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유사한 스트레스가 또 다시 입을 벌리고 몰려올 텐데. 뭐 지금은 자의 든 타의 든 현재의 여유와 불안감이 섞여 있는 마음의 우물에서 느긋이 허우적거리고 있다. ㅎㅎ
회사를 이직하거나 퇴직하는 경우를 보면 보통 업무 때문에 그러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인데, 이기적이거나 뚜렷하지 못한 상사에 대한 반발심과 실망, 타 부서 사람들과의 밥그릇 싸움, 동료들 과의 눈치 싸움 등등 인생을 참 힘들게 한다.
사회생활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있는 수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수장의 스타일에 따라 기업문화가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를 체험하며 배웠다.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사람들을 예뻐하는지, 인사와 승진에 합리성과 도덕성이 얼마나 반영되었는가에 따라 직원들, 윗사람이나 아랫사람 모두, 그들의 태도가 얼마나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목격했다. 협동적이고 끈끈하던 회사 기업문화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갑자기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기업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 그 변화를 인간의 본성으로 이해하긴 하지만, 이해관계가 그 무엇보다 가장 우선시 되는 그리도 당연한 냉정함은 사회생활 속 허무함을 낳는다. 요새는 높은 위치에 있으면 있을수록 더욱 더 내 밥줄을 챙겨야 하는. 그게 너무나도 당연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사실 이로써 인간 사회의 모든 것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축소판일 뿐이다.
수장은 그렇게 기업 문화를 바꾸어 놓고,
내가 속한 조직의 상사들, 부서, 팀의 동료들은 나의 행복지수, 나아가서는 내가 얼마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성장할 수 있는가에 직접적으로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어떤 분위기의 조직에 속해 있느냐는 정말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여기선, 중이 싫으면 절을 과감히 떠나야 한다는 교훈을 철저히 배웠다. 소심하게 싫은 마음 가득 그 조직에 남아있는 것은 갈수록 내게 더 큰 손해를 가져올 뿐, 본인도 인식하지 못한 채 조금씩 조금씩 피폐해지며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변모해 갈 뿐이다. 선택해야 한다.
올라갈수록 부서의 목소리를 내야 하고, 윗 어르신들 앞에서 정성스레 발표도 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삐걱, 이해관계가 엮여 상대 부서 누군가와 설전이 붙기라도 하면, 심호흡을 쉑쉑 하며, 그나마 친한 동료와 회사 밖을 돌며 내가 얼마나 억울하고, 상대방이 얼마나 비이성적인지를 토로하며 그렇게 울분을 토해내며 흥분을 씻겨냈었는데.
그런 상태로 퇴근 (바로 집에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나),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할때면 잠시 잊었다 아침이 오면 어김없이 어둠이 몰려왔다. 출근하는 길에 얼마나 나의 삶을 부정했던지. 퇴사를 고민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얻는 보람과 성장하는 느낌, 인정받는 느낌은 아슬아슬 나를 지탱해 줬었는데,
지나고 보니 회사가 싫어 퇴사를 하지 않고, 나만의 개인적인 삶의 목표와 성장을 이유로 퇴사를 하게 된 지점에 있어 감사한 마음 뿐이다. 지나고 보니 그립기도 하다. 그런 힘듦도 내 삶의 추억과 기억으로 남는다.
회사를 그만두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만,
회사를 그만 둔 후 종종 왜 그렇게 살아야 했었던가. 내게 의문을 제기하곤 했다.
의무인 것처럼, 그렇게 살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왜 그랬을까.
회사를 다니면 회사란 우물 속에, 그 조직에 완전히 매몰되어 시야가 좁아지기 쉽다. 내면을 가꿀 시간도 여유로운 시간은 주어지지 않고, 힘듦을 토로하기엔 나와 똑같은 처지의 사람들 속 별 빛나는 해결책을 기대할 수 없다.
나라는 개인은 그 기업안에서 너무 좁은 정의와 흔들리는 잣대에 의해 평가되고, 그 평가가 바로 나란 사람으로 직결되는 양, 웃었다 울었다, 허세에 쩔었다 주눅들었다가, 그렇게 회사 안에서 나란 사람이 정의된다. 그리고 그것은 내 자아형성과 행복지수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 평가 과정은 어쩔 수 없이 돈을 주고 벌기 위해 필요한 사회 시스템, 부인할 수 없는 회사원 삶의 일부분이긴 한데,
더욱 더 그렇기에, 항상 눈을 크게 뜨고 의도적으로, 회사 속 내가 아닌, 넓은 세상 위로 나와 나의 가치관이 철저히 반영된 건설적인 시각으로 나를 평가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행위를 주기적으로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사실 이게 참으로 어려운 부분이긴 한데, 그렇게 의도적으로 노력해야만이 어둠속에서 초췌해지고 말라비틀어지려는 나의 영혼의 중심을 잃어버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모든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회사원이라면 치사해도 싫어도 월급 값은 해야지. 결국, 부품으로 전략하느냐 그 이상의 가치를 찾느냐는 회사에 기대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몫이다.
15년 동안 내 일이 아니야, 그리 부정하며 다녔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다. 과정 속 충분한 배움과 성장이 있었고 나에 대한 발견이 있었다. 난 회사원이란 직업이 충분히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들, 개인의 의도와 역량.
모든 것은 개인의 선택으로 판가름난다.
너무 길지 않았나 후회스럽기도 했지만, 제대로된 좋은 선택들을 회사 안에서 많이 했었다고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지금 와서 보면 고맙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렇다.
요즘은 별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없다보니, 혼자 맨날 책상 앞에 앉아 있고 종종 외롭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