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사랑의 기쁨

by 사십대 소녀

흐린 하늘


아침부터 찌뿌둥하니 몸이 잘 일으켜지지 않았다.

싸늘한 거실 한 켠 작은 부엌 창문을 들여다보니 비가 내리고 있네. 몇일동안 밤새 고열에 시달린 둘째 아이 덕에 피곤했는데 덕분에 푹 잤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어쩌니. 오늘 유치원에는 못 보내겠네.

아픈 둘째 아이를 보내지 않으면, 쌍둥이 첫째 아이도 가지 않겠다고 생떼를 쓸 텐데, 어쩌지.


월요일 오늘 하루도 아이들과 하루 종일 같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은 들어맞을 것 같은데, 이와 자동적으로 맞춰질 듯한 퍼즐


일. 해야 할 나의 일들은 또 내일로 미뤄질테고

이. 고요함, 조용함 속 나 혼자만의 시간은 사치

삼. 이거해줘, 저거해줘, 같이 놀아주세요에 맞춰 뛰지마, 뛰지마, 뛰지 말라고!


예전 같으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을 수도 있다. 아이들과 하는 양육의 시간이 이정도면 됐지, 유치원에 갈 시간까지 내가 아이들을 돌보는 건 불필요한 거 아니니. 엄마도 엄마의 일이 있는데 어쩌라고!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 회사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도 아닌 초창기의 마냥 불안한 시기. 뭐라도 집중해서 해도 모자랄 판인데 아이들이 아프니 이건 속수무책.


너무 뻔하게 그려지는 오늘 하루.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나는 수십 번 불려지고 주말에 이어 또 뻔한 노동의 하루가 또 아침부터 시작되겠군.


아픈 아이가 첫번째 우선 순위, 오해하지 마세요. 사랑으로 돌보는 건 당연한 처사인데 가슴 밑 몸 속 어디 언저리에 웅덩이처럼 고이기 시작하는 불안감과 짜증이 거짓없는 솔직한 심정의 표현. 스멀스멀 꽈리를 틀고 고개를 훅! 위로 쳐들면 대부분 그 뱀에 물리던 대상은 우리 남편이었다.


왜 내가 다 도맡아서 해야 하니!


아이가 아픈 건 힘듦이었다. 누가 그 책임을 해야 하나. 오늘은 누가 가능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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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나는 나 스스로의 변화를 조금씩 감지한다.


어제 하루종일 아이들과 집에 있으면서 깨달은 느낌 한 조각. 바로 핸드폰 메모장에 써 논 글귀.


계획한 일을 하려고 너무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

그저 오늘 하루 하늘에서 내게 맡겨진, 내가 해야 할 일들에 집중,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내면 되는 거다.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는 내가 안다. 걱정과 불안, 근심과 잡다한 생각들은 필요 없다. 그저, 주어진 일을 하면 된다.



계획이라는 것은 변하기 나름이고, 원래 계획했던 일을 꼭 하란 법도 없다. 계획한 일이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계획에 따라 이뤄 냈다 하더라도, 진정으로 중요했던 것들은 간과해서 후회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 않니.


나는 목표 지향적 인간이다.

항상 그 목표가 결실, 과정의 끝, 결과에 맞춰 세워졌었다면

지금은

그 목표의 타겟이 과정에 있어야 한다는 것. 결과는 부수적인 2차 목표이라는 것.


내 품에 폭 안겨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는 우리 6살 아이들. 내 품에 남겨 있을 날이 얼마나 더 남았으랴. 이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현명한 엄마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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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에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삶의 본연에 충실해야 한다.


삶의 본연에 충실할 때 삶의 가장 큰 아름다움과 만족감이 빛난 다는 것.

나이가 들어가며 서서히 깨닫고 있는 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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