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준비 완료

by 사십대 소녀

역시 닥쳐야 일이 되는구나.


계약서를 체결하고, 중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동안 여유로웠다. 어차피 배송이 시작되면 바빠질 텐데 아 몰라. 그냥 배째고 좀 쉬자 했다.


몇일 동안 띵까띵까 했는데, 갑자기 어제 중국 셀러가 알리바바 콜을 했다.

뭐지? 이게 어디서 나오는 소리지? 처음 듣는 멜로디. 전화기에서 나오는 것 같긴 한데 이거 뭐냐, 한참을 찾고 헤매고 보니 바로 알리바바 콜.


배송 준비가 다 되었다. 중국 배대지로 물건 보낼 테니 지금 바로 나머지 돈 입금하라 오바.


중간중간 소통을 하긴 했는데, 막상 모든게 완료되고 배송 준비 끝 카드 긁어! 하니 허둥대기 시작했다.

제작하는데 별 문제는 없었나. 아무런 추가 확인 없이 그냥 이렇게 지급해도 되나.


500개라고 해봤자. 라는 생각으로 주문했는데, 막상 포장 완료되어 쌓아 놓인 박스들 사진을 보니 높이가 꽤 놓다. 오 마이 갓. 이것들을 어찌 우리 집에 놓아둘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나의 옷방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 걱정스런 마음에 바람도 쐴 겸 생각도 할 겸 다이소에 가서 엑스트라 라지 압축백을 5개 사들고 왔다.


사전에 불량품에 대해 묻긴 했으나, 정확한 합의가 이뤄진 건 아니였다. 만약 제품의 30% 이상이 불량이면 다음 order 때 모두 Replace 해주겠다는 말. 그리고 우리는 평판이 좋은 회사니 믿어도 좋다는 말.

알리바바에서 제공하는 회사의 공급업체 리포트를 보면 알리바바에 등록된 회사 중 Top35% segment에 들어가 있기는 한데. 그래서 좀 안이하게 굴긴 했다.


정확하게 협의를 해야 함은 알았지만, 에이 몰라. 그냥 믿고 싶었는지, 아님 귀찮은 마음이었는지 그냥 됐다. 몰라몰라. 나머지 금액에 대한 카드 결재를 했고,

물건들은 부릉부릉 나의 중국 배대지를 향해 출발, 오늘 오후 5시쯤 배대지 나의 사서함에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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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모든게 빠르게 움직이는 느낌이다.

물품들은 중국에서 제조되어 중국 배대지로, 이제 한국에 있는 나에게로.

내 손에 올 날이 몇일 남지 않았구나.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불안해지네. 세관도 잘 하고 배송도 별 문제 없이 와야 할 텐데.

도착한 물품을 체크하느랴 칭다오 배대지 직원과 통화를 하는데, 원산지표시 규제가 강화되어 해당 물품의 적적원산지 표기 방법에 따라 무조건 진행하지 않으면 세관 시 걸려서 보수작업을 해야 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나의 물품의 적정원산지표기 방법은 현품에 표시. 그러나 이 규제가 이렇게 까탈스러울 줄 몰랐다.

모르면 무식하다고. 박스에 라벨을 붙이고 괜찮거니 했는데 세관을 잘 통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수작업을 하게 되면, 포장을 다 찢고 풀어헤쳐야 해서 이렇게 될 경우, 제품에 먼지나 오염이 생길 수도 있고, 다시 재포장도 해야 하고.

으악. 세관에서 걸리면 정말 번거로운 상황이 되어 버리겠군.


이 원산지 표시 문제 때문에 한동안 머리가 아프다가. 뭐 그것도 경험이겠거니.

하늘에 맡겼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 안에서 배우는 게 있겠지.


예전 회사 다닐 땐 안 이랬다. 사소한 것에도 부들부들 결과에 너무 힘을 쏟은 나머지 그 과정이 참 힘겹기도 했는데, 갈수록 태평해지는 건지, 용감해 지는 건지, 행복해지려는 건지.


암튼 이렇게 차근차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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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없으니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진행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 친절하다.


배대지에 제대로 도착했는지 우왕좌왕, 필요서류가 뭔지 몇 번이고 전화해서 물어보는 고객이 참 귀찮을 만도 한데, 친절하게 본인들의 지식을 공유해주고 도움을 주려는 액션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고마운지.


그들은 그들 직업의 역할을 그저 충실히 수행 하는 것 뿐일 텐데, 그런데 그런 사소한 도움이 처음 경험하는 이 어색한 진행을 풀어나가는데 힘이 된다.


하루를 정리하며 이 글을 쓰면서,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생각 한 조각,

그리고 진정 직업은 귀천이 없고 신성하다. 그 와 중 잠깐 느낀 느낌 한 조각을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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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통관을 위한 서류 준비를 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물건 팔 준비를 해야 한다.

500개나 들여왔는데 안 팔리면 어쩌지.


구매대행으로 하나하나 팔아보며 반응 있는 물건을 뽑아서 사입을 하는 것이 베스트 노선인데,

그 노선을 건너뛰고 넘어왔는데, 이 바닥의 아무런 인사이트나 통찰 없이.

괜찮을까나 ㅎㅎ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닥쳐보면 뭐, 어떻게든 되겠지 되겠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선은 2022년 12월까지. 내년 말까지는 쭉 함 달려보자.

이렇게 불안감을 잠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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