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안개 속

by 사십대 소녀

책도 많이 보고, 인터넷으로 필요한 정보들도 찾으면서 궁리에 궁리를 하면서 살고 있는 요즘이다. 향 후, 어떤 일들에 모험을 걸어 봐야 할지 두리둥실 형체가 약간씩 드러나는 듯도 하지만 여전히 몸통 스케치 모양을 확정시키지 못하면서 팔과 다리 쪽만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직 미래를 명확하게 시각화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한 발씩 앞으로 내딛으면 뿌연 안개가 걷혀지겠지. 머릿속은 뒤죽박죽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하다.


인상 깊게 읽었던 수많은 자기개발서들은 ‘효율적인 시간관리’ 관련 공통된 목소리를 낸다. 우선순위를 먼저 설정하고, 그에 따라 일을 진행하라고. 매일 노트에 해야 할 일들을 적고, 그에 따른 우선순위를 정하고, 최대한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일들을 처리하며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보내려고 하고는 있는데, 시간은 여전히 늘 부족하다. 뉘엿뉘엿 해가 지고, 어두워지고, 침대 맡으로 기어들어 가려 할쯤이면 항상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내가 지금 제대로 잘 가고 있는가? 의구심이 또 다시, 너무 쉽게, 고개를 쳐든다. 무시하고 잠을 청한다. 그렇게 일상은 반복된다.


티끌 모아 태산이란다. 꾸준함, 지속함을 이기는 것은 없다.


마음은 항상 조급하다. 행동은 쉽게 따라오지 않는다. 출발선에 서 있는데, 계획을 세우고 행동만 할라치면 방향성에 대해. 적합성에 대해 또 다시 의문을 제기하며 시간을 질질 끄는 나를 목격한다. 계획세우기는 나의 특기다. 내가 즐기는 하나의 습관적인 취미인 양 즐겁지만 행동과 실천은 엉덩이가 무거워 굼뜨다. 지금 이 시점 마음 깊은 곳. 외침이 들려온다. ‘현실에 안주하기’ 및 ‘계획하고 포기하기’ 이런 내게 익숙한 심리 패턴을 정당화시키려는 쉬고 있던 검은 목소리들이 내 안에서 다시 소리친다. 그냥 편하게 살아. 휴지로 싸서 쓰레기통에 버려버리자.


여전히 갈 길은 멀고, 결과는 당연히 아직 없다.


그러나..

그러나 나는 예전에 비해 많이 충만 해졌음을 느낀다.



몇 개월 전 까지만 하더라도 뭔가 충족되지 않고 부족하고 허한 느낌이 나를 지배했었다. 토끼같이 귀여운 아이들이 있음에도, 맘 편하게 아이들을 돌보며 쉴 수 있는 육아휴직에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말 잘 들어주는 착한 남편과 기댈 수 있는 부모님이 옆에 계심에도. 그런 나를 둘러싼 환경적인 요소들에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나의 마음 한 켠은 항상 어두웠다. 충족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좀 더 단단해졌음을 안다.


지난 몇 달간, 나는 내가 삶에서 얻으려고 하는게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인생을 살아야 할지, 어떤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은지, 인생에서 남기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내가 우선시하는 가치들은 무엇이고, 우선순위들은 무엇인지 등 나의 재기의 출발선 앞에 서서, 나의 내면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도 나누고 있는 중이다. 내 자신과 소통하면서, 나는 나의 생각을 조금씩 알게 되고, 나의 가치관을 보게 되고, 나를 좀 더 좋아하게 되면서 예전보다 좀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힘이 나고 에너지가 생긴다.

동일한 책을 어느 시점에 읽느냐에 따라 그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다르고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듯, 역시나 나이는 세월은 주름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간 속에서 경험 속에서 노력 속에서 얻은 교훈과 깨달음은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킨다.



나는 요즘 삶 속 ‘성장’에 답이 있음을 깨닫는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깨달을 만큼 나는 성숙하거나 똑똑하지 않다.


다만 삶이 그것들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본다면, 그리고 그 여정안에서 배움과 깨달음과 변화에 대한 열의가 있고, 그것들에 대한 가치를 볼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렇게 성장하는 삶 자체로도 충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늙을수록 연륜과 삶을 통해 반짝반짝 빛나는 그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음은 꽤나 매력적이다.


그것이 나의 궁국적인 삶의 목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기에 나는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그 일이 가치 있다고 할 만하다고 판단되면 굳이 몸을 사릴 필요도 없는 것이다.


사다리를 올라타고 뛰어가며 남들과 비교하는 삶을 살지 말고, 사회의 잣대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사회와 소통하고 나의 재능을 기여하고 기부하며, 주위 사람들의 행복을 빌어주고, 그들의 슬픔을 나누며, 나의 깊은 내면을 보면서 걸어갈 수 있는 그런 멋진 이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하고 희망한다.


너무 거룩하고 무거운가 하하


이렇게 생각이 조금씩 변한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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