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에 근무할 당시, 저는 그야말로 온갖 감사를 다 겪어봤습니다. 보건복지부 감사, 감사원 감사, 서울시 감사, 강서구 감사, 그리고 법인감사까지. 제가 근무하던 복지관은 연세대학교에서 위탁 운영하던 곳이었기에, 법인감사는 연세대학교로부터 직접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감사는 어딘가에 잘못이 있었는지를 찾아내고, 그 결과에 따라 확인증을 작성하거나 심하면 징계로 이어지는 과정이 익숙했습니다. 그래서 감사는 항상 긴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연세대학교의 법인감사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진심으로, ‘신세계’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우유를 왜 500개나 샀나요?”
당시 제가 소속된 부서는 5월 5일 어린이날 행사를 담당하고 있었고, 아이들을 위해 우유를 500개 구매했습니다. 감사팀에서 그 점을 지적했을 때, 저는 속으로 ‘너무 많이 샀나 보다’ 혹은 ‘연세대학교 위탁인데 서울우유를 산 게 잘못이었나?’ 하며 이미 주눅이 들어 있었습니다. 확인증을 작성할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었죠.
그런데 감사팀의 질문은 뜻밖이었습니다.
“우유를… 돈 주고 샀다고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감사팀은 연세우유 사무소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단호하면서도 따뜻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 연세대학교 복지관에서 어린이날에 필요로 하는 우유는, 수량이 얼마든지 연세우유에서 협찬해주십시오.”
그 순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게 진짜 조직의 리더십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우리 복지관의 어린이날 행사에는 매년 연세우유가 협찬으로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왠지 모르게 슈퍼에서 우유를 살 때면 연세우유를 손이 가게 되더군요.
“데이터 뒤엔 사람이 있다”
그 일을 계기로, 저는 조직의 상부에 있는 사람이나 리더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성과가 나왔을 때, 그 수치만을 놓고 비난하거나 추궁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그 성과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시스템적으로 막혀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무엇을 지원하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성과가 좋을 땐 칭찬을, 부족할 땐 질책보다는 격려와 지지, 그리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무작정 닦달한다고 해서 조직의 성과가 올라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구성원들은 점점 마음의 문을 닫고, 조직은 식어가죠.
결국, 조직은 사람입니다
저는 지금도 연세우유를 보면 그때 그 감사를 떠올립니다. 단순한 후원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당신의 노력을 우리가 봤습니다’라는 인정을 받은 일이었고, 조직을 향한 애정이 생긴 순간이었습니다.
조직의 충성도, 몰입도는 그저 수치와 매뉴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사람에 의해 움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