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아내가 크로아티아로 떠났습니다. 여행을 워낙 좋아하던 사람인데, 중학생 두 아들을 지금껏 키우느라 그동안 오랜기간 여행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가족여행이나 제주도 걷기여행이 전부였죠. 이번엔 정말 '혼자'의 시간입니다. 그래서 흔쾌히 응원했습니다. 아내에게 꼭 필요한 휴식이었으니까요.
여행을 앞두고 아내는 정말 꼼꼼하게 준비했습니다. 보름간 집을 비우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들 스케줄 정리. 마치 조직의 업무인수인계처럼 철저하게 정리된 시간표를 저에게 공유했습니다. 복지관 총무과장 출신 다웠습니다. 그리고 냉장고는 온갖 반찬과 재료들로 차곡차곡 채워졌죠. 단지 음식만 준비한 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식기세척기와 청소를, 큰아들은 빨래를, 둘째는 간단한 식사 준비를 사전에 ‘훈련’ 받았습니다. 역시, 엄마의 리더십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이제 아내가 떠난 지 3일째. 놀랍게도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오히려 세 남자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이전보다 많아졌습니다. 저는 그동안 얼마나 아내에게 모든 것을 의존해왔는지를 새삼 반성하게 되었구요. 아이들도 부쩍 자란 모습입니다. 자신들의 역할을 제법 잘 해냅니다. 엄마의 빈자리가 우리에게는 오히려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뭐든 만들어보려고요. 아마 조금 부족할 수도 있지만, 함께 만드는 그 시간이 또 하나의 추억이 될 겁니다.
이 작은 가정에도 치밀한 계획과 역할 분담, 협업이 필요합니다. 하물며 더 큰 조직이라면 당연하겠죠. 리더의 선견지명, 인력 배치, 그리고 무엇보다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도 ‘본인이 진심으로 원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이번 여행이 아내에게는 그런 보상이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크로아티아가 어떤 나라인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매일 아내가 보내오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그 풍경이 얼마나 아름답고, 아내가 얼마나 즐거워하는지를 말해줍니다. 중3, 중1의 두 아들이 자라기까지 참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온 사람입니다. 이제는 그 노력만큼 편안히 다녀오길 바랄 뿐입니다.
엄마가 비운 자리를 우리는 잘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우리도 성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