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를 경험한 사회복지사의 이야기
고독사나 사회적 고립은 최근 들어 갑자기 생겨난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복지관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1990년대 중반, 그리고 2000년대 초반에도 이와 똑같은 일들은 이미 지역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고독사라 하면, 돌아가신 후 3일 이상 아무도 모르게 지내다가 발견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하지만 가족이나 이웃과의 인연이 끊긴 도시에서 누군가의 부재를 3일 안에 알아차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복지관 사회복지사들은 경로당이나 무료급식에 평소 자주 오시던 어르신이 며칠간 보이지 않으면 곧장 어르신 댁을 찾습니다. 가끔은 친척집에 가셨거나 짧은 여행 중이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돌아가신 상태로 발견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중 위급한 상황이라 판단되면, 사회복지사는 소방공무원 및 경찰공무원과 함께 문을 강제로 열어 들어가야 합니다. 그 순간,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고운 미소로 반겨주시던 어르신이 아닌, 너무도 낯선 모습의 어르신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 사회복지사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됩니다.
저 역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10여 년 동안 두 번의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를 손자처럼 아껴주시고, 객지에서 고생한다며 반찬을 정성껏 챙겨주시던 할머니 두 분. 아직도 그 환한 웃음을 기억합니다. 두 분 모두 가족이 있어 장례를 치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사회적 고립이 심한 어르신이라면 무연고 장례까지 사회복지사가 챙겨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저는 그 일을 겪은 후 정말 숨이 멎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평소 고운 인상으로 기억하던 분들의 마지막 모습은 제게 오래도록 깊은 상처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사회복지사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픈 마음을 표현하는 건 사치처럼 여겨졌고, 결국 선배 사회복지사와 소주 몇 병으로 마음을 달래야 했습니다.
그로부터 25여년이 지난 지금, 다행히 변화가 생겼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사회복지사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으면 심리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고, 일시적으로라도 업무에서 벗어나 회복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인간을 위한 봉사조직"이라면, 서비스 제공 주체인 사회복지종사자가 건강하고 안정된 상태여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으로 지친 상태에서 결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사회복지 종사자가 행복하지 않으면,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클라이언트가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조직은 “사회복지 종사자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고, 클라이언트의 삶의 질 향상만큼이나 종사자의 삶의 질도 중요하게 다뤄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복지조직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사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회복지 종사자는 물론이고, 클라이언트와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노력하며 만들어가는 따뜻한 세상이야말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입니다.
그날, 문을 열고 마주했던 할머니의 얼굴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 아픔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기에,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에 작지만 의미 있는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사회복지 종사자의 마음에도 돌봄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사회복지 종사자도 함께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해질 수 있음을 우리 모두가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