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 관계에서 동행 관계로...

by Taeyoung

얼마 전, 한 조직에서 일하는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예전보다 훨씬 야윈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거의 10킬로그램이나 빠졌다고 하더군요.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이유를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는 어떤 계약 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있었고, ‘갑’의 오랜 갑질과 괴롭힘으로 인해 깊은 마음고생을 겪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갑을 관계” 라는 단어는 너무도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갑은 발주하고 금액을 지원하며 일을 맡기는 쪽, 을은 그 일을 수행하는 쪽.

그런데, 계약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결국 함께 잘되기 위해 맺는 동행의 약속 아닐까요?

일이 잘 되려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아니라, 맡긴 일을 좋은 결과로 완성하도록 서로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할 텐데 말이죠.

하지만 현실 속 갑질은 여전히 뉴스에 자주 등장합니다.

고압적인 태도, 계약과 무관한 부당한 지시,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의 업무…

이런 관계에서 을의 입장은 작아지고, 마음은 점점 무너져 내립니다.

저 역시 정부기관이나 여러 조직으로부터 연구 용역을 맡아 수행할 때가 많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진정한 ‘갑질’을 경험해본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좋은 ‘갑’들을 만나, 성과가 잘 나오도록 데이터를 공유해주고, 자료 수집을 적극 지원하며,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함께 고민해주었습니다.

그런 경험 덕분에, ‘갑과 을’이 아니라 ‘파트너’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 느껴왔습니다.

하지만 제 지인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업무가 잘되도록 돕기는커녕, 갑의 기준과 경험에 무조건 맞출 것을 요구받았습니다.

거절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의 마음은 점점 지쳐갔고, 결국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갑질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신고를 고려하겠습니다.”

그 한마디 이후, 갑의 태도에 조금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었죠.

우리는 이미 충분히 바쁘고, 삶은 팍팍합니다.

그런데 일하는 에너지를 사람 사이의 불필요한 권력 다툼에까지 써야 한다면, 얼마나 더 지칠까요?

저는 ‘갑을 관계’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졌으면 합니다.

대신 계약서에도 ‘상생’과 ‘동행’을 담아내는 새로운 표현이 쓰이면 좋겠습니다.

비록 일을 대행하는 요청이라 하더라도, 그 일의 성공은 함께 노력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제 지인이 더 이상 아파하지 않기를, 마음 깊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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