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문성환 대표님을 기억하며
8월 15일은 광복절입니다. 하지만 제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대구경북강사협동조합 이사장이자 수성사회적경제네트워크 대표셨던, 고(故) 문성환 대표님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문 대표님과 저는 혈연도, 학연도 없었습니다. 그저 대구 사회적경제의 현장에서 만나 일을 함께하면서 가까워졌습니다. 소탈하고, 지역과 사회적경제를 누구보다 깊이 고민하시던 모습은 늘 제게 배움이었습니다.
금융에서 사회적경제로
원래는 자본주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금융권에서 활동하던 분이었지만, 사회적경제 영역에 들어와서는 협동조합과 사회적금융을 통해 수많은 사회적경제인들에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지역마다 담겨 있던 스토리를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꼭 빼놓을 수 없는 건 짜장면 사랑이었습니다. 동네마다 숨겨진 짜장면집을 찾아다니던 그분과 함께, 참 많은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술보다 사람을 좋아하던 분
문 대표님은 술을 잘 못하셨습니다. 소주 한두 잔이면 얼굴이 금세 붉어졌죠. 그래서 토닉워터에 소주를 섞어 칵테일처럼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어떻게든 술을 덜 마시려는 나름의 방식이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과의 자리는 빠지지 않으셨습니다. 동네막창모임을 만들고, 늘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셨던 분. 혼자보다는 함께를 선택하던 분이셨습니다.
갑작스러운 이별
작년부터 건강이 좋지 않으셨습니다. 결국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힘겨운 항암치료를 시작하셨지만, 지난 5월 23일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아드님이 제 첫째보다 한 살 많아 더욱 마음이 아팠고, 장례식장에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최근 들어 그렇게 펑펑 운 건 처음이었습니다. 사모님은 "잠시만이라도 남편이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남겨진 마음, 이어가는 기억
며칠 전, 광복절이자 문 대표님의 생일날 사모님께 아드님과 함께 음료를 나눌 수 있는 쿠폰을 전했습니다. 예전 제 생일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챙겨주시던 문 대표님이 떠올라서요. 사모님은 작년 마지막 서울 가족여행이 생각나 아드님과 둘이서 서울여행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일상으로 조금씩 돌아오고 계신 것 같아 다행이었습니다.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오늘 문 대표님을 떠올리는 건,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이의 마음에 좋은 의미로 자리 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결국 그것은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문 대표님은 늘 타인과 지역사회, 사회적경제 조직을 먼저 떠올리셨습니다. 협동조합 전도사로, 사회적기업의 판로를 개척하고, 사회적금융을 통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 대표님을 참 좋아했습니다. 오늘따라 더욱 그립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가르쳐주신 ‘소주 칵테일’ 한잔이 생각나는 날입니다. 혹시 원하신다면, 문 대표님의 칵테일 비밀 레시피도 공유드리겠습니다. 문대표는 나누고 협업하는 것을 좋아했던 분이니 비밀 레시피 공유도 기꺼이 좋아할 거 같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