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로 건너간 책, 그리고 돌아온 기록
얼마 전 서문복지재단 행복의 일터 장애인보호작업장 신동혁 원장님께서 탄자니아 유치원에 영어책을 보낸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작은 마음을 보태 아이들이 보던 영어책을 함께 보냈지요. 그런데 뜻밖에 돌아온 것은 영어책의 여정과 소식만이 아니었습니다. 원장님께서 영어책 사이에 숨겨져 있었던 둘째 준상의 초등학교 기록들을 별도로 가지고 계시다가 건네주신 것입니다. 잊고 있던 아이의 성장 기록이 다시 제 품으로 돌아온 순간이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 된 아들, 그리고 웃음을 불러온 기억들
준상이의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때 기록들을 찬찬히 읽다 보니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이제는 중학교 1학년이 된 아이가, 그 시절엔 이렇게 작고 귀여웠구나 싶어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언제 이렇게 많이 자랐을까 싶기도 하고, 그 시절의 모습들을 다시 들여다보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뭉클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소중한 기록들을 정성껏 챙겨주신 원장님께 큰 감사의 마음을 느꼈습니다.
작은 후원, 큰 배움
그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저는 준상이와 상의하고 준상이의 이름으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행복의일터에 작은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점은 제가 평소 준상이가 받는 용돈보다 두 배 많은 금액을 건네고, 준상이는 그 안에서 스스로 일부를 떼어내어 후원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부모가 아이 대신 내주는 후원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내가 함께한다’는 마음을 담을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사실 준상이는 행복의일터뿐만 아니라, HIV 감염인을 돕는 레드리본 사회적협동조합에도 얼마전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중학교 1학년의 어린 나이지만, 작은 손으로 두 곳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게 행복의일터는 새로운 중학교 후원자를 맞이하게 되었고, 준상이는 어릴 때부터 나눔의 기쁨을 배우며 조금씩 ‘함께 사는 삶’을 익혀가고 있습니다.
이 후원금은 행복의일터 베이커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장애인 직업재활프로그램과 시설운영에 사용됩니다. (참고로 후원계좌는 IM뱅크 005-10-000920입니다) 그리고 빵과 과자, 떡이 필요하시면 행복의일터 물품을 구매하셔도 좋습니다.
추억이라는 힘
오늘의 경험은 저에게 ‘추억’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추억을 잘 간직하고 있을까요? 추억 하나가 이렇게 큰 즐거움과 힘을 주는데, 정리하지 못해 잊혀버린 추억들이 얼마나 많을까 아쉽습니다. 특히 사진은 인화하지 않고 휴대폰이나 컴퓨터에만 보관하다 보면, 기기를 잃어버릴 때 함께 사라질 수도 있기에 더 안타깝습니다.
조직의 추억도 소중합니다
이런 생각은 개인을 넘어 조직에도 닿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대학만 해도 사용하던 기자재, 출석부, 시험 답안지, 리모델링 전 건물의 모습 등 수많은 ‘추억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체계적으로 모아둘까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며 당장의 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추억의 가치를 놓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과거의 추억이 모여 현재가 되고, 그 추억이 조직 구성원들을 뭉치게 하는 중요한 근원이 된다고 믿습니다. 함께 쌓은 추억이 많을수록 소속감은 더욱 단단해지고, 그것은 곧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함께 웃는 조직, 함께 기억하는 공동체
오늘 준상의 기록을 다시 펼쳐보며 저는 ‘추억의 힘’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직에서도 추억을 잘 간직하고, 그것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개별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공동의 추억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습니다. 추억을 함께 찾고, 공유하고, 그 속에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