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집을 비운 저녁, 아내와 함께 미더덕찜을 먹으러 갔습니다. 콩나물의 아삭함과 미더덕의 바다 내음, 그리고 매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번지는 순간, 잠시나마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 속의 그 맛에는 닿지 못했습니다.
사실 저는 1984년 시작한 대구 동성로 신라식당 창업주의 아들입니다. 지금은 사장님이 바뀌었지만, 간판에 적힌 30년 전통(아마 지금은 40년이 넘었을 겁니다) 중 상당수의 시간은 어머니의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신라식당의 대표 메뉴는 순두부, 산채비빔밥, 돼지두루치기, 미더덕찜, 가오리찜, 오징어볶음, 그리고 삼겹살이었습니다.
이 음식들은 제게 특별한 기준이 되어, 다른 식당에서는 좀처럼 만족을 얻지 못합니다.
학교 앞 ‘맛있는 식당’(진짜 이름이 맛있는 식당입니다)의 오징어볶음도 즐겨 먹지만, 어머니 식당의 맛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합니다.
지금도 신라식당은 동성로의 유명 맛집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저는 발걸음을 하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어머니의 손맛은 더 이상 느낄 수 없을 테니까요. 많은 이들이 신라식당을 ‘낙지볶음 집’이라 기억하지만, 사실 어머니의 식당에는 낙지볶음이 없었습니다. 진짜 주인공은 오징어볶음이었죠.
어머니가 식당을 그만두신 지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제 입과 마음에는 여전히 미더덕찜, 순두부, 오징어볶음, 돼지두루치기의 맛이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음식의 맛은 이렇게 세월을 넘어 기억 속에 각인됩니다.
생각해보면, 조직과 기업에도 ‘맛’이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고유한 맛, 다시 찾고 싶어지는 맛 말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 맛을 가지고 있습니까? 자랑할 만한, 오래도록 기억될 만한 맛이 있습니까?
오늘 저녁, 저는 어머니께 돼지두루치기를 해 달라 졸라야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엄마 집밥’을 그리워하지만, 저는 ‘신라식당의 돼지두루치기’를 그리워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는 주방장이 아니라 경영자셨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