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조직의 문화를 드러내는 가장 민감한 거울입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아젠다 없이 소집된 회의는 진정한 회의가 아닙니다. 그런 자리는 대체로 통보나 지시를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은 들어보는 척만 하다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회의 아젠다는 사전에 공유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각자가 그 주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한 상태로 회의에 참여할 때, 비로소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깊은 고민이 오가는 과정 속에서야 우리는 조직에 가장 적합한 대안을 찾아낼 수 있고, 그것이 진짜 회의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회의 일정 공유의 시기입니다. 최소 1주일 전에는 알려야 회의 참여자들이 자신의 일정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불과 이틀, 사흘 전에 회의 통보를 받는 것은 회의의 '효율'은커녕, 참석자들의 '존중'조차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회의의 분위기 또한 결정적입니다.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야지, 단순히 보고하고 받아 적기만 하는 회의라면 문서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말 없는 회의는 조직이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회의실 자체를 없앤 조직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실 앞에서 진행되는 스탠딩 회의는 속도를 높이고, 결정 직후 바로 실행으로 옮기기 위한 전략적 구조입니다. 의사결정은 꼭 길고 무거운 테이블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회의가 길어질 것을 당연히 예상하며 텀블러에 커피를 담고, 받아 적는 척이라도 하려고 다이어리를 챙기고 있지는 않나요? 그 자체가 우리 회의문화에 대한 무언의 체념이 아닐까요?
물론 빠르고 효율적인 조직이 되려면 인간적인 여유는 다소 희생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희생이 구성원 간의 존중과 숙의까지 지워버린다면, 그 조직은 속도만 남고 방향은 잃게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빠르게"가 아니라 "깊이 있게 빠르게"
"결정"이 아니라 "듣고 결정하기"
"형식"이 아니라 "문화"입니다.
회의 하나를 바꾸는 것에서부터, 조직 전체의 리듬이 달라집니다.
준비된 질문, 열린 토론, 정중한 시간 공유. 이 세 가지가 회의를 회의답게 만드는 기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