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스비는 얼마인가요

오늘의 글감으로 매일 쓴다(더니만...)

by 박기복

지난달이었나. 가스비가 8,000원 남짓 나왔다. 결혼 전 혼자 살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얼린 떡을 녹이고 싶다거나 계란 프라이를 해 먹기 위해 가스불을 켠다. 요리를 해본지가 언젠지 모르겠다. 혼자 살면서도 얼마든지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이들이 있는데, 나는 식구가 단출하다는 것을 구실 삼아 굳이 요리를 하지 않는다. 식재료를 사서 버리지 않고 기한 내에 알차게 쓰기가 버겁기도 하고 요리를 하지 않아도 전혀 불편함이 없어서다.


집에서 직접 만드는 반찬과 동일한 수준을 자랑하는 반찬 가게가 가까이 있고, 당장이라도 따끈하게 완성된 음식을 문 앞까지 배달할 민족도 항시 대기 중이다. 점심은 어차피 일터에서 먹고 체중 유지를 핑계 삼아 저녁을 간단하게 먹는 걸 지향하다 보니 저녁 한 상 잘 차려볼까 하는 의지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주말에는 맛있는 한 끼를 목적으로 맛집을 찾아 외출을 하고 식당 근처 명소를 둘러보는 것이 우리 식탐 부부의 루틴으로 자리 잡아 주말이라고 특별히 요리를 할 일도 없다.


요리는 안중에 없으니 매일 퇴근길 나는 행복한 고민을 한다. 오늘 저녁은 무엇을 '사'먹을까, 무엇을 '시켜'먹을까. 작지만 진실한 기쁨이다. 남편이 저녁 약속이 있다고 하면 겉으로는 아쉬운 척을 하지만 내심 기쁨의 크기는 조금 더 커진다. 순전히 내 취향으로 메뉴를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맛있기로 소문난 빵집에 들러 몇 개의 빵을 신중히 고르거나, 분위기가 좋은 카페에 들러 커피에 곁들인 케이크로 저녁을 가볍게 때우기도 한다. 1인분의 삼겹살 구이, 1인용 회 세트(쌈채소에 장까지 완벽 세팅), 초밥, 수제버거를 배달시키기도 하고, 동네 식당에 혼자 가서 치킨, 마제 소바, 라멘, 돈가스 같은 것을 사 오거나 시켜 먹기도 한다.


물론 매일같이 이렇게 '화려한' 식사를 할 수는 없다. 나이가 들면서 소화력이 딸리고 체중 조절이 어려우니 먹고 싶은 대로 다 먹었다가는 반드시 탈이 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터득했다. 맘껏 먹은 후에 난데없이 찾아오는 식곤증에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깰 때, 다음날 올라선 체중계에서 깜짝 놀랄만한 숫자를 볼 때, 정신이 번쩍 든다. 하여, '맘껏'이 아니라 '양껏' 먹어야 할수록 만족스러운 한 끼의 가치는 올라간다. 몇 번 되지 않는 기회이니 심사숙고할 수밖에. 사실 오늘 저녁만 해도 식사를 건너뛸까 고민하다가 결국 수제버거와 커피를 배달시켰다. 메뉴를 고르며, 배달을 기다리며, 음식을 먹으며 소소한 행복과 기쁨을 느꼈지만 내일 아침 체중계 위에서는 과연 어떨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탐은 나의 벗이니 저녁 메뉴 고민은 어쩔 수 없는 나의 기쁨. 포기할 수 없다. (20220927)


오늘의 글감: 작은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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