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받아서 써보기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누군가의 표현처럼 내게도 어느 날 시가 왔다. 여전히 시는 내게 모호하고도 어렴풋하지만 이제는 가끔 시를 부러 찾아 읽는 사람이 되었다. 심지어 아직 시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시절이었는데도 우연히 접한 ‘즐거운 편지’의 바로 이 대목은 내게로 와서 닿았다. 매일 반복되는 사소하고도 자연스러운 일들이 갖는 힘을 이미 그때부터 믿고 있었을까.
매일 5시 반 알람에 눈을 뜬다. 컨디션이 따라주지 않는 날에도 대체로 6시 전에는 침실을 나선다. 처음에는 출근 전까지 주어지는 두어 시간 동안 대단한 일을 하려고 애썼다. 영어 공부나 독서 같은. 지금은 그저 하루를 살아낼 준비를 한다. 그러니까 나를 살살 달래고 돌보는 시간이랄까. 정해진 것 없이 이것저것을 하는 와중에도 매일 놓치지 않고 하는 일이 '명상'이다.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호흡을 느끼는 명상 대신에, 집 밖으로 나가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거나 벤치에 앉아 바람 냄새를 맡는다. 내가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에 집중하니 명상과 다를 바 없다(라고 우겨본다). 하늘의 색, 구름의 형태, 나뭇잎의 빛깔이 달라지는 것을 민감하게 느끼는 사이 삶이 가벼워지는 듯도 하다.
갑자기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난처함이나 감당하기 힘든 무기력에 맞서기 위해 내게는 이 아침들이 필요하다. 정성스럽게 나를 달래고 돌보는 이 시간들이. 누군가를 그리워하듯 일상적이고도 은근한 마음으로 차곡차곡 제방을 쌓아서 예측할 수 없는 파도를 막아보겠다는 것이 나의 아침 루틴의 원대한 목적인 셈이다. (20220919)
오늘의 글감: 루틴
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