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다가 최악이 되었다

by 박기복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볼록한 부분을 갈아내고 오목한 홈은 채우고 거친 면을 갈아 맨질 하게. 더 나은 내가 되려고 일기를 쓰고 독서를 했다. 멈추면 쓰러지는 자전거처럼 쉼 없이 전진하려 했다. 그리고 길을 잃었다.


더 많이 알수록 모르는 게 많아진다는 말처럼, 실력이든 경력이든 쌓아나가는 사이 점점 더 내 한계가 잘 보였다. 모범답안이 열 줄인 걸 알고 있지만 죽었다 깨도 다섯 줄밖에 채울 수 없는 기분인 채로 살다가 점점 자주 내가 못마땅해졌다. 물론 가끔은 내가 좋았다. 이만하면 만족할만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하지만 아주 가끔이었다.


며칠 전 아침 문득 깨달았다. 스스로를 갈고닦아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결국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구나. 최선을 다하다가 최악이 되고 말았구나. 아무리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라 한들 자신을 미워하고 괴롭히는 사람보다는 낫지 않을까. 더 나아지려는 애씀이 나를 망쳐가고 있었다. 온갖 노력으로부터 나를 놓아주고 싶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 충분히 충분하다. (20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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