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녀의 플러팅

이거 나 좋아하는 거 아닌가?

by Boks Daddy

그 무렵,
딱히 뭔 일은 없었지만
치킨 얘기 하나가 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어느 날 그녀가 나를 도와준 일이 있었다.
꽤 번거로운 상황이었는데, 묵묵히 도와줬고,
나는 고맙다는 뜻으로 “밥 한번 살게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뭐 사주실 건데요?”


그 대답을 고민하다
“치킨요?”라고 말한 건 순전히…
편해서였던 것 같다.


근데 여기서 예상 못 한 전개가 이어졌다.
내가 “기프티콘 드릴까요?” 하니까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럴 거면 안 먹어요. 그거 사 먹을 돈은 있어요.”

“…그럼 같이 먹자는 거예요?”
“네.”


나는 그때까지도 딱히 별다른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밥을 먹자고? 그래 뭐 그날은 혼밥하지 않는 날이겠네.' 정도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그녀와의 식사 약속을 잡은 그 주 주말,

나는 학교선배와의 선약이 있어 서울에 다녀올 일정이 있었고,

돌아오는 날에 그녀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할 예정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학교 선배와 밥을 먹으며,
그녀가 했던 말들을 이야기했다.
치킨 얘기부터 단풍을 보러가자고 했던 이야기나,

부모님을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는 등 공통점을 찾으려고 하는 거나,


나는 그냥 신기하다고만 했는데,
선배는 단호하게 말했다.

“야, 그건 그냥 너 좋아하는 거야.
... 대놓고 플러팅이잖아. 순진한 척을 하는 건지, 그냥 멍청한 건지..”


그 말을 듣고 나니,
이상하게 하나씩 기억이 정리됐다.
내가 못 알아차렸던 퍼즐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 끼워지는 느낌이랄까.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이야기들이라 알고 나니 내가 진짜 바보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

그녀와 치킨을 먹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


서울에서 하루를 자고 오는 날이었고,
그날따라 머리 상태가 영 별로였다.
주말 아니면 미용실 가기도 애매하다 싶어서
그날 저녁, 머리 자를 예약을 넣었다.


정확한 만남 시간도 잡히지 않았고
‘좀 늦어지면 다음에 보지 뭐’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미용실 간다고 말하자,
갑자기 “그럼 보지 말죠. 됐어요.”

딱 잘라 말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아차 하며, 그녀가 나와 치킨을 먹는 걸 기다리는 입장에서 너무 내 일정만 생각해 빠르게 사과를 했다.

미안하다고, 금방 머리 자르고 가겠다고,
그녀 동네로 바로 가겠다고 말했다.


조금의 침묵 끝에,
그녀는 다시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그녀 동네에서 치킨을 먹었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나 네가 날 좋아하는 거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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