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복작가입니다(한 달 후에 프로필 이름을 복작가로 변경 예정, 한 달 이내에는 변경할 수 없다네요.ㅠㅠ)
오늘의 브런치는 필자가 2021년에 있었던 제3회 공무원 노동 문학상에서 수상한 작품을 그대로 옮겨 왔다. A4용지 3페이지(글자크기 10, 행간 160) 분량의 수필로 우수상을 받았다.
오늘도 습관처럼 하늘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어본다.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으로 하늘을 볼 시간조차 없다고 흔히 얘기한다. 나는 하늘을 보는 것이 일이다. 하늘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점심 먹고 산책하면서 다시 보고, 해가 지기 전 마지막으로 하늘을 본다. 다른 사람은 하루에 한 번도 보기 힘든데, 매일 하늘을 보니 정말 여유롭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가을 하늘을 보는 것은 너무 좋다. 역시 하늘은 가을에 봐야 제맛이다. 구름은 이미 파란 공간의 화폭에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 작품이 되어 버렸다. 백설보다 하얀 어미 개가 자기 새끼를 안고 사랑스럽게 마주 보는 모습, 약간 누런 빛 말이 허벅지 근육을 자랑하며 힘차게 뛰어가는 모습, 마구 흩어져 있는 것 같지만 질서가 있는 뽀송뽀송한 병아리 솜털 등 하늘은 구름이 만든 작품집이다. 무엇보다 가을 하늘은 미세먼지가 적어서 청명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청명한 하늘은 사라지고, 잿빛 하늘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주로 겨울과 이른 봄인 12월과 3월에 하늘을 보면 잿빛인 경우가 많다. 다행스럽게 가을 하늘에 미세먼지 농도는 낮다. 그러다 보니 하늘이 만든 수많은 작품을 더욱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건강에도 좋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미세먼지를 술, 담배와 같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농도가 높은 미세먼지를 계속 마시면 면역력이 감소하여 호흡기 질환,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등 많은 질병에 걸릴 수 있다.
미세먼지로부터 시민들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서울시는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현재 높거나 앞으로도 높은 상태가 지속할 것으로 예측하면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다. 시민들에게는 방송, 신문, 휴대폰 문자, 지하철과 버스 전광판, 아파트 안내 방송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상황을 전파한다. 발령 다음 날에는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미세먼지 배출량과 시민들 노출을 줄이기 위한 긴급 조치를 시행한다. 결국, 미세먼지로부터 시민들 건강을 보호하려는 조치들이다.
2019년 봄 최고로 좋지 않았던 미세먼지 상황은 여전히 생생한 기억으로 남는다. 3월 1일부터 7일까지 연속 7일 동안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했다. 이 기간에 시민들 생활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을 방문할 때 주차장이 폐쇄되어 승용차를 이용할 수 없고,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외부 활동을 줄여야 하고, 어쩔 수 없이 외출할 때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보건용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이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야외에서 하는 축구, 테니스, 야구 등을 위해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을 예약했다면 이때는 이용할 수 없다. 아울러, 시, 자치구, 산하 단체 등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하려는 시민은 취소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행사를 취소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의 불편은 더욱 심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높은 경우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휴원 또는 휴업을 검토해야 한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 직장인이라면 정말 난감하다. 갑자기 아이를 맡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발만 둥둥 구르게 될지도 모른다. 다행히 학교 돌봄교실 운영 등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만들었지만, 여전히 편치 않다. 이렇게 미세먼지는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 생활을 삼킨다.
미세먼지는 나의 생활까지 삼킨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12월부터 3월까지 내 생활은 거의 없는 것과 다름이 없다. 개인 약속을 할 수 없고 어쩔 수 없는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세먼지로 인해 언제든 비상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28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한잔을 마시고 우리나라와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 등 여러 가지 자료를 확인했다. 어제도 농도가 높아서 비상저감조치 발령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다 밤늦게 퇴근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은 더욱 긴장감이 돌았다. 오늘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대기질 모델링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5일 후 농도까지 예측해 보니 이번 상황은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출근하자마자 현재 서울, 인천, 경기 수도권 상황과 고농도 원인, 전망 등을 포함하여 보고자료를 만들었다. 비상저감조치는 서울시 거의 모든 기관과 서울시에 소재하는 중앙 행정·공공기관이 참여한다. 그 기관(부서) 수가 1,000개소를 넘는다. 내가 근무하는 대기정책과는 그 업무를 총괄한다. 그러다 보니 각종 보고서와 회의자료, 언론과 민원 대응 등 계속 긴장의 연속이다. ‘따르릉~~, 따따따따닥~~~’, ‘따르릉~~, 따따따따닥~~~’ 사무실은 온통 전화벨 소리와 자판 두드리는 소리이다. 보고서는 대부분 한 장이다. 중요한 내용만 핵심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길어서는 안 된다. 시간 엄수가 생명이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쉴 새 없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면서도 등줄기에는 땀이 계속 흐른다. 전화벨은 계속 울리지만, 모르는 번호는 아예 받지도 않는다. 아니 받을 시간이 없다. 드디어 17시 15분에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고, 나머지 일을 정리하면 밤 11시쯤 간신히 퇴근할 수 있다. “집에 다녀오겠습니다.”가 퇴근길 인사이다. 집에 잠깐 다녀와야 내일을 버틸 수 있다.
하루가 지났다. 사무실 도착 시각은 아침 6시 30분. 8시에는 중앙정부와 영상 회의가 있다. 회의에는 국무조정실을 비롯한 중앙정부 부처들과 수도권 시·도(서울, 인천, 경기)와 어제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 시·도가 참여한다. 그만큼 국가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청와대 관심도 상당하다.
며칠 동안 이런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있다. 한두 달이 훌쩍 지난 것 같다.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라는 말처럼 시간은 지친 일상을 담고 무작정 흘러간다. 집에 잠시 들렀다 오는 것도 이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다행스럽게도 여러 가지 예측 자료를 보니 이 상황이 곧 끝날 것 같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하늘을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본다. 아직은 잿빛이지만 조만간 본래 색을 찾겠지.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시민들이 많이 공감하고 동참하는 정책이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시민 불편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필요한 제도인가?’라는 논란이 있다. ‘미세먼지가 주로 중국에서 넘어오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것을 실행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가 주요 반론이다. 실제 상황실로 그런 불만 섞인 전화들이 너무 많이 걸려 온다.
나는 비상저감조치는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정책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가 고농도일 때 시민들에게 알려서 미리 피할 수 있게 하고, 사업장과 공사장 등에서는 배출량을 줄여서 조금이라도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어 보자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은 그 조치들로 인해 일부 피해를 보는 시민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 시민 건강을 위해 매우 필요하다. 시민까지 아니어도 좋다. 나와 내 가족, 내 주변인들 건강을 위해 이 정책은 필요하다. 언제까지 중국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
이제 미세먼지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겨울은 그나마 괜찮다. 봄이 문제다. 이 업무를 하기 전에는 겨울과 봄을 좋아했다. 특히 봄은 따뜻하고 생기가 넘칠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만개한 꽃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사진기를 가지고 나가면 무엇을 찍든 작품이다. 야생화를 확대해서 찍는 매크로 기법은 가히 환상적이다. 지금은 봄에 따뜻함보다 꽃샘추위가 좋다. 꽃샘추위로 바람이 잘 불어 주어야 미세먼지 농도가 조금 낮아진다.
1년 내내 하늘을 보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더욱 세심하게 하늘을 보기 시작해야 할 때이다. 그래서인지 오늘 바라보는 별로 남지 않은 청명한 가을 하늘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