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밤은 항상 이야기로 가득하다. 빌딩에서 뿜어내는 화려 한빛은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흔적일 거다. 빌딩 불빛들 사이로 유난히 눈길을 멈추게 한 것이 있다. 높은 빌딩을 가로지르는 대로에 우두커니 떠 있는 보름달이다.
마치 빌딩들 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 보름달은 무심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이 둘은 절묘한 대비를 이루는 것 같다. 빌딩은 철골과 콘크리트의 존재감으로 인간의 성취를 보여주지만, 달은 한결같은 존재로 세상을 고요하게 비추고 있다. 흡사 도시와 자연, 인간과 우주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듯하다.
빨강 신호등, 분주하게 오가는 차, 빌딩 창문에서 깜박이는 불빛들은 각자의 목적과 속도로 움직인다. 하지만 달은 한 자리에 머물러 있다. 시간을 초월한 듯 어떤 성급함도 없다. 도시가 만들어내는 소음 속에서 달은 침묵으로 말을 하고 있다. "조금만 멈추어보라"라고.
가끔은 달처럼 우리도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삶의 빌딩 속에서 바쁘게 오르내리며 목적을 추구하고 있지만, 잠시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본다면 어떨까. 그달은 언제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속삭이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달빛과 빌딩의 어우러짐 속에서, 자연과 도시, 고 요와 소란 사이에서도,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알게 된 밤이다. "나에게 지금 중요한 건, 잠깐 멈추는 것이다". 오늘 밤에도 고개를 들어 달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