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포 차이, 그리고 새로운 시작
어느새 며칠이 지났다. 올해 2월은 배드민턴이 나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내가 강남구 배드민턴 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것이다. 협회장은 강남구 배드민턴 동호회의 대표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강남구에 있는 15개 배드민턴 클럽의 회장들이 모여 투표를 진행했고, 나는 단 1표 차이로 낙선했다.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당선을 확신했었기에 솔직히 실망감이 밀려왔다. 가까스로 닿을 듯했던 자리가 내 손에서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마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번 결과가 내게는 또 다른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 운동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내가 운동하는 클럽 이외의 클럽에 방문해서 체육관 시설도 보고 운동하는 모습도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클럽을 이끄는 이들과 배드민턴을 사랑하는 동호인들을 만나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와 그들이 배드민턴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협회를 위해 무언가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했지만, 사실 가장 소중했던 것은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인연들이었다.
낙선이 확정된 후, 주변에서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정말 아깝다." "다음 기회가 있을 거야." 하지만 나는 그저 웃으며 말했다. "이제 운동에 더 집중할 시간이 생겼네요." 협회장이 된다면 신경을 써야 할 일도 많고, 많은 회의로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물론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배드민턴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다시 배드민턴 라켓을 손에 쥐고, 코트 위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선거 운동 기간 잠시 소흘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이제는 배드민턴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만끽할 생각이다. 힘을 빼고 여유있게 배드민턴이라는 운동을 즐길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방식으로 배드민턴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비록 1표 차이로 졌지만, 배드민턴을 향한 열정은 잃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뜨겁게, 더욱 순수한 마음으로 배드민턴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때로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 더 좋은 길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제 나는 다시 코트로 돌아가, 스매시 한 방 한 방에 내 마음을 담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