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예산 따기
올해도 정부 예산안이 통과되었다. 이맘때가 되면 자주 이런 말을 듣는다.
“예산이 있어야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말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왜 필요한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산은 늘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
말을 조금만 바꾸면 느낌이 달라진다.
“이 사업을 하지 않으면, 국민과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일을 하려면 이만큼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듣는 사람은 숫자부터 보지 않는다. 먼저 상황을 떠올리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을 생각한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한 뒤에야
비로소 금액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산은 숫자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예산은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이 일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그래서 왜 꼭 필요한지.
그 이야기가 마음에 닿을 때,
예산은 목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결과가 된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돈이 아니다.
돈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공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