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불교대학 졸업 소감
“무슨 일 있니?”
자주 웃던 애가 계속 울상으로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친구가 조심스레 묻습니다. 아주 가볍게 던졌을지 모를 그 질문에 저는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그러게. 내가 왜 힘들지?’
생각해 보니 특별한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먹고사는 데에도 큰 걱정이 없었습니다. 남들 눈에는 “그래도 잘 사는 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늘 불안했고, 쉴 곳을 찾지 못한 채 계속 숨을 헐떡였습니다. 삶의 번 아웃이 된 것 같았습니다.
간절하게 해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을 땐 고개를 끄덕였고, 덮으면 다시 원래의 저로 돌아오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머물렀습니다. 삶을 단번에 바꾸는 어떤 경지가 아니라, 적어도 왜 이렇게 힘든지 바라보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바로 절에 가서 불교 기초 수업을 듣고, 신도회 활동도 해 보았습니다.
분명 좋았습니다. 마음도 잠시 고요해지고, 봉사하면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절을 떠나니 절로 그런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아, 이 마음.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지?’
그 무렵 법륜스님의 즉문즉답이 가슴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질문하는 사람을 꾸짖지 않았고,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해서 그래”
라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괴로운 겁니다.”
그 말씀이 이상하게도 위로처럼 들렸습니다. 그리고 정토회에 정토불교대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거의 반사적으로 등록했습니다. 고민은 짧았고, 절박함은 길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의 수업은 처음부터 조금 달랐습니다. 절대자나 신을 믿으라고 하는 대신 계속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 내 마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솔직히 처음엔 조금 당황했습니다. 해답을 찾으러 왔는데, 쉽게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괴로움은 밖에서 찾는 게 아니라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말도 불편했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남 탓을 못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억에 오래 남는 수업이 있습니다. ‘분노’에 대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자신을 스스로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듣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아, 나는 화를 안 내는 사람이 아니라 화를 참는 사람이었구나!’
겉으로는 웃고, 속으로는 다 적어 두고 있었습니다. 상대가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 상황이 내 뜻대로 흘러가야 한다는 집착. 그것이 쌓여 조용한 분노가 되어 결국 나를 가장 힘들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화가 올라올 때마다 저는 이렇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이 질문 하나로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습니다. 화를 안 내는 사람이 아니라, 화에 덜 끌려가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 마음에 남은 주제는 ‘비교’였습니다. 우리는 정말 잘 비교합니다. 남의 인생과 내 인생을요. SNS를 보다가 마음이 상한 적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정토불교대학에서 배운 것은 비교하지 말라는 말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시선을 돌리는 연습을 하라는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연습 덕분에 삶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제는 저 자신을 덜 혼내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정토불교대학의 공부는 저에게 예방주사와 같았습니다. 아프지 않게 해 주는 공부가 아니라, 아플 때 “아, 또 왔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게 해 준 공부였습니다.
삶은 여전히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마음은 여전히 흔들립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괴로움이 올 때 급히 밀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저 알아차리고, 붙잡지 않으면 된다는 것을.
졸업을 맞은 지금, 저는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분명 하나는 달라졌습니다.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질문 앞에서 도망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질문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토불교대학은 제 인생에 커다란 답을 주기보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방향을 알려주었습니다. 그것으로 저는 충분히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늘 자비로운 말씀으로 길을 밝혀 주신 스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함께 웃고, 함께 흔들리며 이 길을 걸어온 도반 여러분, 여러분이 계셔서 이 공부가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이 자리를 가능하게 해 주신 운영진과 봉사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삶은 계속될 것입니다. 힘든 날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때마다 이 배움을 떠올리며 조금 덜 집착하고, 조금 더 웃으며 살아가 보겠습니다. 이것이 제가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며 가슴에 품고 가는 다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