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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훤한 숲 May 18. 2022

43살에 쌍둥이를 낳았습니다만

출산 1에 대한 에필로그

이제 딸둥이는 돌이 되었다. 일련의 사건이 있어서 그때 이후로 시어머니도움은 정기적으로 따로 받고 있지 않다. 남편이 주말에 애들 보여드리러 가는 정도.


화나서 쓴 저번 글 때문에 웬일로 댓글을 받았고, 비난도 받았다.


앞에 출산 편에 나와있는 사건은 일련의 배경 설명이 없었기에 내가 시어머니 도움은 바라면서 잔소리는 듣기 싫어하는 이기적인 며느리로 보시는 독자분도 계신 거 같다. 내 입장에서 내 불만만 썼으니 당연하다. 속풀이용 글이긴 하지요.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도움받는 게 그 사람이 하라는 대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감사도 항상 전하고 있지만, 내가 속상한 건 속상한 거고, 불만이 있는 건 불만이 있는 거다. 어머님의 실수도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터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시터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어쨌든 쌍둥이라 손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도움을 받아야 해서 와 주신건 감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며느리가 복종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시어머니가 혼자 쌍둥이를 다 보는 것도 아니고 나랑 같이 보는데 그렇게 하라는 대로 하라고? 며느리가 머리도 없고 감정도 없는 그런 존잰가? 나도 내 자식 어떻게 키울지 공부하고 노력한다. 


댓글에 내 나이 가지고 뭐라고 한 글을 봤는데, 이게 왜 나이와 연관되는지 모르겠다. 40대라고 성숙한 것도 아니고 20대라 철이 없는 게 아니다. 처음이면 모두가 서투르고 시행착오를 하기 마련이다. 그런 마음이 있기에 70대이신 시어머니를 이해하고 있다. 이 짧디 짧은 지면에 굳이 그 얘기를 쓴 건 출산 후 나의 몸 상태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을 때의 에피소드라 쓴 것이고, 그렇게 감정이 상한 상태여서 관계 회복(적어도 내 입장에서는)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를 쓰고 싶었는데 밤에 열 받아서 써서 지극히 감정적인 글이 되어버린 것은 인정한다. 이번 일로 뼈저리게 느낀 것은 밤에 잠이 오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잠을 자야 한다는 점이다.


여하튼 일련의 사건으로 지금은 시어머니 도움은 거의 받지 않고, 친정어머니가 2주 정도 집에 오셔서 도와주신다. 시어머니의 호의를 완전히 거부할 순 없기에 내가 몸져누워서 어쩔 수 없을 때 오셔서 도움을 주신다. (거의 안 오심) 앞에 글은 내가 허리를 다쳐서 석 달만에 오셨는데 그때 또 기분 상해서 쓴 글이다. 댓글처럼 시어머니 안 좋아하는 거 맞다. 나랑 성격이 잘 안 맞는 것 같다. 친정 엄마가 계실 때와는 다르게 밥과 살림은 며느리인 내가 했고, 내가 애들 재우러 들어가서 늦게 나와서 밥상을 못 차려드리면 혼자 차려 드시고 방에 들어가신다. 이 정도면 내가 그리 못 대해드리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가 지금 상황이다.


결혼하고 애를 낳아보니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는 정말 다르구나를 느낀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이건 순전히 나의 느낌이니, 태클 걸지 마시길


사소한 거지만, 출산 후 조리원 생활이 끝나고 집에 와서 현실 육아가 시작되니 조리원과는 달리 내 간식을 챙겨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친정어머니는 산후도우미 종료 일주일 전쯤에 오셨는데 그때까지 나는 밥만 겨우 챙겨 먹었다. 산후관리사님들이 챙겨주시니깐, 밥은 먹는데 과일까지 깎아달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내가 깎아먹을 정도로 간절하지도 않았다. 사실 신경 쓰지도 않았다. 애 보느라 정신없어서…


그런데 친정 엄마는 오시는 날부터 내 끼니와 간식부터 챙기셨다. 조리원에서 매일 먹던 사과를 삼주 만에 처음 얻어먹었다. 울 엄마한테서. 간간이 사과가 먹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다고 찾아 먹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울 엄마는 어찌 알고 사과를 챙겨줬을까?


출산 후 몸조리 과정도 할 말이 많은데… 만약 다시 몸조리를 한다면, 잠 많이 자는 거 말고 그냥 밖에 나가서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할거 같다. 바람맞으면 아플까 봐 그냥 시키는 대로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집에만 있는 것이 그렇게 올바른 방법 같진 않다. 미역국도 평생 먹을 것을 이때 다 먹은 듯… 모유를 먹여서 그런지 그렇게 당기던데 지금은 그냥 뭐 소 닭 보듯 한다.


앞에 쓴 모유 분노 소동도 생각해보면 내가 밖에도 안 나가고 닭장 속의 닭 내지는 우리 속의 젖소처럼 사육당하는 거랑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계속 집에만 갇혀서 밥 먹고 자고 애들한테 젖 먹이고, 그러니 자존감은 있는 대로 떨어져서 시어머니가 하는 말이 모두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나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고, 뭐 그랬던 것 같다.


어떤 글에서 본 내용인데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호르몬의 영향으로 자기 아기에 대한 보호본능이 강해진다고 한다. 개가 새끼를 낳으면 아무도 손대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땐 내 애기를 뺏기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의 지인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그 친구도 깜짝 놀라며 자신도 애 낳고 초반에 똑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주변에 출산 후 남편과 관계가 나빠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다들 호르몬의 영향인 것 같다고 했는데 이해가 됐다. 이혼한 커플도 있었는데 왜 이혼했는지도 어렴풋하게 이해가 됐다.


시어머니께 더 이상 아이를 맡기지 않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다. 일을 시작하게 돼서 (양가 어머님 두 분 모두 일하라고 권유하심) 친정어머니가 안 계신 동안 시댁에 가서 일주일 가량 머물고 있었을 때였다. (친정엄마가 2주간 도와주시고 집으로 가신 상황) 일주일 정도 육아와 살림에 지친 어머님은 짜증이 날대로 나 계셨다. (피곤하시면 항상 나에게 짜증을 내심) 우리 집으로 가던 날 아침에 나와보니 내가 만들어놓은 이유식이 아닌 닭죽이 있었다. 그때는 이유식 알레르기 테스트를 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래서 시판은 쓰지 않고 직접 테스트를 해보며 먹이고 있었기에 성분에 대해서 여쭤봤고 나트륨 함량도 체크했다. 그런 내가 못 마땅하셨는지 화를 내시며 집을 나가셨다. 본인께서는 후에 내게 해명을 하시며 물어보는 나보다 난리 치는 남편이 미워서 그랬다고 하시는데, 내 생각엔 차마 내가 꼴 보기 싫었다고 하실 수 없어서 그러신 거 같다. (사실 초반에 어머님이 내 의견을 수렴해주시려고 하셨다. 근데 어머님은 고집이 세셔서 결국 본인 하고 싶은 대로 하시는 스타일이심)


어쨌든 기분이 상하셨으니깐 나가셨을 때 즉시 사과를 드렸다. 괜히 물어봤나 혼자 곰곰이 생각도 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물어보지 않는 건 엄마로서 직무유기다.  혼자 3시간 보는 것도 저렇게 힘들어하시고 (나머지는 나와 같이, 또는 남편과 같이), 손녀들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 소리를 지를며 나가시는 것이 교육상 좋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었다. 힘드셔서 그러신 거라 생각하지만, 그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일을 받지 않았고 육아에만 전념하고 있다. 계속은 아니고 쌍둥이가 내년 어린이집을 깔 때까지만, 여담이지만 어린이집도 시어머니는 4살 때 보내라고 하셨다. 어린이집 가면 오만가지 세균 묻어온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 말도 맞지만, 지금 형편상 그게 쉽지 않은데, 그 말씀을 내가 지쳐서 그만 말씀하라고 하시라고 할 때까지 계속 말씀하셨다. 


이야깃거리가 없으셔서 그러신 건지 했던 말을 기억 못 하는 노인들의 특징인지(친정어머니 의견)… 아마도 후자일 거라 생각한다. 뭐 나도 내가 했던 말 기억 못 해서 또 하니깐 뭐… 이해해드려야지 하지만 마음대로 잘 안 된다.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시면서 저렇게 자기 의견을 덧붙이니 나보고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지금은 자주 뵙지 않으니 시어머님께 별다른 불만은 없고, 육아 스트레스와 출산 후유증으로 고생 중이다. 불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냥 어떤 분인지 알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며 거리를 유지하며 넘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대신 남편과 친정어머니에 대한 불만이 쌓이는 중… 이쯤 되면 내가 문제네 그려. 수련이 부족해서 그런가 보오.


남편내가 요즘 신경질을 자주 내서 무섭단다. 그러는 댁은 그만  깐족거리시지라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이 없는 논쟁 중이다.


육아 스트레스가 꽤나 많이 쌓여있는지 어쩌다 별거 아닌 말에 화가 날 때가 있어서 남편에게 자주 화를 낸다. 왜 내 귀엔 그의 말이 다 비꼬는 것처럼 들릴까? 참고로 내 남편은 거침없이 말하는 성격이다. 연애 때 주변 사람들이 나보고 대단하다고 했다. 입에 칼 문 남자랑 사귄다며… 이제 와서 그게 느껴지는 건지. 논쟁의 끝에 난 항상 반품을 외치는데 그는 항상 반품 사절이라고 해서 반품이 아직 안 되고 있다. 앞으로도 이렇게 지지고 볶고 살겠지.


결혼하고 애를 낳으니 사고와 공감의 폭은 넓어지는 것 같다. 이것은 결혼의 순기능. 왜 결혼하면 시댁과 남편 욕을 그렇게 하는지, 육아 스트레스가 뭔지, 여자들이 왜 육아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경력단절이 되는지 사회의 오만가지 현상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됐다. 애 키우는 친구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어린이집은 왜 그렇게 일찍 보내는지, 미디어는 왜 보여주는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아이들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하지만 가끔 어린이집 일찍 보내는 엄마들을 욕하는 댓글을 보면 그렇게 화가 난다. 나보고 욕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힘들면 일찍 보낼 수도 있지 그게 여자들 편하자고 그런다고 매도할 일인가? 자기들도 애 키울때 힘들었드면서 왜 엄마들이 좀 쉬는 것에 그렇게 야박한지... 괜히 아이한테 화풀이하는 것보다 낫고, 3~40년 전 육아 하신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맡기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자기애는 자기가 키워야 한다. 육아 초반부터 나는 남편에게 이렇게 얘기해왔다. 그저 남편이 본인이 너무 힘드니깐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끌어들인 것뿐. (남편 욕 아님).물론 그 덕에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긴 건 사실이다. 작년에 어땠는지 생각도 안 난다. 구글에 간혹 아기 사진이 뜨면 언제 이랬나 싶다. 혹시라도 내 글을 보고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은 이 노산의 쌍둥이 엄마가 육아에 치여 저렇게 발광하는구나 정도로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정신건강에 해로우실 거 같으면 안 읽으시는 게 최선이시겠지만, 읽어주시면 많이 많이  감사합니다. (많관부)


사실 내가 미혼 때는 그저 힘들겠구나 했지 육아하는 친구들이 어느 정도 힘든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내 친구들은 대부분 씩씩하고 당찬 스타일들이라서 잘 헤쳐나간 것 같다. ) 그런데 애를 낳고 키워보니 핏덩이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제대로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임을 몸소 깨닫고 있다.


, 미혼 때 결혼해서 애 키우느라 고생하는 친구들한테  잘해줄걸… 넌 정말 멋진 일을 하고 있는 거야! 라며 격려해줄걸… 더 많이 위로하고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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