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온난화
드디어 1인 가구의 비율이 전체 가구 형태의 34%를 넘었다고 한다.
이젠 정말 1인 가구가 대세인가 보다. 혼밥, 혼영, 혼술은 어느새 당연한 라이프 스타일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덕분에 OTT와 밀키트 시장은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혼자 살다 보니 내가 먹고 싶고, 내가 보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만끽하는 사람들도 는 것 같다.
아, 얼마나 쿨하고 쾌적한 삶들 인가.
하지만 여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옹기종기 모여 사는 한 4인 가족이 있다.
그들은 벌써 함께 살아온 세월만 30년째다.
아니, 이 정도면 서로의 1년 365일 패턴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어찌 된 일인지 그들의 평온한 날들은 가면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 세상 미스터리다.
'혼자'라는 편리한 옵션을 두고 굳이 굳이 '같이 살기'를 선택해 놓고서는
그들은 오늘도, 여전히 필요 이상으로 뜨거워졌다가 필요 이상으로 냉랭해지곤 한다.
매 저녁만 되면 보고 싶은 채널이 달라 TV 쟁탈전을 벌이고, 주말만 되면 시키고 싶은 메뉴가 달라 서로 한참을 설득하고, 뿐만일까? 여름만 되면 가고 싶은 여행지는 또 어찌나 다 다른지, 밤새 열띤 토론을 펼친다.
아~주 치열하고,
아~주 끈질기고,
아~주 격렬하게.
'도대체 왜?'
'와, 진짜 이해 안 되네'
'누굴 닮아서 이래?' 등등 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를 향해 애증이 듬뿍 담긴 문장들을 주고받는다. 덕분에(?) 그들이 함께하는 집안의 공기는 한 시도 식을 줄 모른다. 마치 한여름의 열대야처럼.
그러고 보면 매년 말도 안 되게 치솟는 이 열기는 비단 저 창문 밖 지구만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
나의 현관문 안엔 진짜 지구의 날씨보다 더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는 풍경과 계절과 온도가 있으니 말이다.
현관문을 열면 펼쳐지는 또 다른 나의 작은 지구, 그리고 그 곳에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뜨거운 사건들!
나는 이를 '가족 온난화'라고 부르기로 했다.